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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초등학교는 경남 함안군 대산면 구혜리에 있는 초등학교이다. 이 학교의 홈페이지(http://daesan.es.kr/)의 연혁을 보면 2007년 3월 1일 자로 교명을 구혜초등학교에서 대산초등학교로 변경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1941년 개교하였으니 금년이 67주년이다. 

글쓴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50년대만 해도 대산면에는 리단위(里單位) 행정구역별로 대산, 구혜, 부목, 서촌의 4개 초등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라 도시인구의 증가와 농촌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농촌인구의 감소를 초래했다. 그 결과 부목과 서촌초등학교는 일찍이 폐지되고, 대산과 구혜초등학교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학생수의 부족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몇 년 전 두 학교의 통폐합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통폐합에 따르는 문제는 첫째 학교명, 둘째 학교소재지 결정이다. 이를 위해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두 학교의 동창회를 중심으로 치열한 기(氣)싸움을 벌였던 모양이다.

먼저 학교명을 보자. 구혜 측은 처음 교명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면 단위 행정구역에 있는 하나뿐인 초등학교에 "리(里)"단위의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명문론에 밀려 후퇴를 하였다고 한다.

다음, 학교의 소재지를 보면 그 당시 재학생이 대산보다는 구혜가 많아 학생수가 많은 구혜를 통합학교의 소재지로 결정하는데는 대산 측의 양보가 있었단다. 이 정도는 상식에 속하므로 지난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재론할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통폐합 결과 당초 대산초등학교 졸업생들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통폐합된 학교의 연혁을 역사가 오래된 대산초등학교를 버리는 대신 역사가 20년이나 짧은 구혜초등학교의 연혁을 사용하기로 한 때문이었다. 

                       대산초등하교 홈페이지의 학교연혁

대산면에서 제일 먼저 개교한 대산초등학교는 일제치하인 1921년 설립되어 금년 8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혜초등학교보다 20년 먼저 문을 연 유서 깊은 학교이다. 그런데 통폐합으로 인해 이 87년의 역사가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위 학교의 홈페이지(연혁)에서 본 것처럼 현재의 대산초등학교는 구혜초등학교에서 단순히 교명만 변경한 것일 뿐, 원래 대산초등학교와 구혜초등학교가 합병하여 새로 탄생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학교장의 인사말에만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어찌 이런 일이 발생했나. 나중에 들은 후문이지만 구혜 측 동문회의 힘이 더 강했다고 한다.  

교육계에 봉직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학교의 통폐합은 자율결정을 존중하기 때문에 교육당국으로서도 이를 그대로 수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자율을 빙자한 직무유기다. 어떻게 역사가 깊은 학교의 역사를 깔아뭉갠 이런 엉터리 통폐합을 인허가 했는지 말문이 막힌다. 

우리 역사를 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 그러면 우리나라 역사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한 때부터인가. 우리는 일제의 압제로부터 주권을 잃었다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새로운 조국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대한민국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나라가 반만년 역사가 아니라 천 300년 역사(통일신라 때부터), 또는 60년 역사(해방 이후)라고 말해도 되는 것인가! 당연히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의 통폐합도 마찬가지다.

두 학교가 통폐합되었으면 당연히 역사가 오랜 학교를 중심으로 연혁이 기록되어야 함이 정도이다. 학교의 연혁에는 대산과 구혜초등학교가 걸어온 길이 별도로 정리되어 있어야 하고, 통합이후에는 역사가 긴 대산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연혁표는 모두 구혜초등학교가 걸어온 길만 적어 놓았다. 따라서 원래 대산초등학교 출신자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다.(참고로 글쓴이는 1961년 졸업으로 35회이다.)

졸업생 총수를 보더라도 2006년 2월 13일 제55회는 누적인원이 4,441명(구혜초등학교)이고, 통합된 후인 2008년 2월 18일 제57회는 누적인원이 4,513명(신설 대산초등학교)이다. 이는 단순히 2년 동안의 졸업생 72명만 합쳐진 숫자이다. 통합이전의 대산초등학교는 역사뿐만 아니라 졸업생 수(약 4,500명)도 전혀 계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교가(校歌)도 물론 허공으로 날아갔다.  



더욱 웃기는 것은 20년 전에 졸업한 선배와 지금 졸업하는 후배가 졸업회수가 같아지는 이런 코미디를 독자 여러분은 어찌 생각하는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통폐합되는 것도 가슴아픈 일이거늘 역사마저 깡그리 사라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수모이다.

구혜 측 동문들에게 묻는다. 대산초등학교의 역사를 깡그리 깔아뭉개고 나니 기분이 좋은가! 물론 구혜라는 교명이 없어진 것은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는 역사의 순리이다. 인구의 감소로 인한 초등학교의 통폐합은 상생의 원칙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나 이 사례는 상대방죽이기에 다름 아니다. 세상에 이토록 무식한 통폐합이 어디 있는가!

세상살이에 힘들다 보니 출향(出鄕)한 학교동문들은 오래 된 모교가 통폐합되어도 그냥 그것이 시대의 순리라고 생각하고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아니한다. 그런데 막상 통합된 모교의 홈페이지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 글쓴이는 피가 역류하는 듯 했다.  

이미 행정조치가 완료되어 운영중인 학교에 대해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뒷북을 치는 격이지만,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한 필부필부의 이 글이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지 모르겠다. 그 동안 전국적으로 수많은 초등학교의 통폐합이 있었을 것이다. 교육정책당국은 이의 사례를 수집·분석하여 잘못된 경우 이를 바로 잡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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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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