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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기인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글쓴이는 <하악하악>을 쓴 이외수 씨를 꼽을 것이다. 그런데 고인(故人) 중에서 기인을 들라고 하면 서슴없이 천상병 시인을 떠올리게 된다.

시인 천상병(千祥炳, 1930-1993)은 소풍 온 속세를 떠나 하늘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귀천(歸天)》으로 유명하다. 그는 1967년 불행히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와 고문을 겪었으며, 1993년 지병인 간경화로 인해 타계하였다.

그런데 서울 노원구에서는 수락산 노원골에 천상병 산길을 조성해 놓고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나무판에 새겨 두었다. 시인은 하루치의 막걸리와 담배만 있으면 스스로 행복하다고 서슴없이 외쳤다고 한다.



천상병 하면 떠오르는 시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귀천이다. 그런데 글쓴이가 찍은 사진에는 이 시가 보이지 아니한다. 노원구에서 게시를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글쓴이가 사진을 찍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먼저 귀천을 보기로 한다.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우리의 삶을 소풍이라고 비유한 그 재치가 참으로 순수하다. 일반적으로 소풍은 잠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나들이이다. 우리의 인생도 소풍이면 잠시동안 이 세상으로 태어났다가 곧 저 세상으로 갈 것이다. 그렇지만 소풍 같은 이 인생이 현실세계에서 왜 이다지도 고달픈지 모르겠다.    

시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글쓴이도 귀천이나 아래의 <새>와 같은 시를 읽으면 가슴이 뭉클 해 진다.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읽으며 화사한 봄날을 기다린다.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 가는 길 :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 역 3번 출구로 나와 좌측의 수락골로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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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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