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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위 글은 우리가 잘 아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입니다. 그냥 읽기만 해도 뭔가 애절한 무엇이 솟구칩니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이 작품은 봄을 기대하는 마음과 봄을 보내는 서러움을 모란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기다리는 정서"와 "잃어버린 설움"을 대응시키고 모란으로 상징되는 소망의 실현에 대한 집념을 보이는 시라고 합니다.(자료 : 다음신지식)

지난 5월 초 경복궁을 방문했습니다. 경회루 서편으로 걸어가다가 노인 2명이 의자에 앉자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냥 앉아 있는 게 아니라 그중 한 명이 화폭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의 앞 화단에는 활짝 핀 모란이 화가의 모델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화가는 느릿느릿 붓을 움직여 그림을 완성합니다. 이미 거의 다 그린 것 같습니다. 옆에 앉은 친구 분인 듯한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모란을 종이 위에 되살립니다. 그가 그린 것은 눈앞의 모란이 아니라 어쩌면 지나온 세월인지도 모릅니다. 화폭에 담겨진 모란이 길손에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화가의 그림을 보면 그가 보통 그림쟁이는 아닌 듯 합니다.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에서 살짝 사진을 찍습니다. 



경복궁 경회루 


5월은 장미의 계절이지만 모란(목단)의 계정이기도 합니다. 한때 국민오락이었던 화투의 경우 5월을 난초로, 그리고 6월을 모란으로 한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모란은 작약과 비슷하여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기 쉬운 꽃입니다. 그러나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풀입니다. 때문에 작약은 겨울에 줄기가 말라죽고 봄에 땅에서 새싹이 나옵니다.

서울지하철 양천구청역 인근의 한 아파트 화단에도 모란의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는데 바로 2-3일 사이에 만개했습니다. 아무리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만, 모란처럼 피었다가 빨리 지는 꽃도 드문 것 같습니다.







충주호 주변의 외삼방리 마을에도 화려하게 만개한 모란이 등산객을 반겨줍니다. 조용한 강촌에 핀 모란이 복잡한 도시인 서울에 핀 모란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제가 촌놈출신이기 때문일까요?  

 


      

모란(목단)의 개요(자료 : 다음백과사전)

작약과에 속하는 낙엽관목. 키는 1~2m 정도 자라며 가지가 굵다. 잎은 잔잎 3장으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하나 하나의 잔잎은 다시 3~5갈래로 갈라지며 잎 뒤는 흰색을 띠고 있다. 자색의 꽃이 5월에 가지 끝에 피고 지름이 15~20㎝에 이른다. 꽃잎은 8장, 꽃받침잎은 5장이며 수술은 많고 암술은 2~6개이다. 구형(球形)의 열매는 가을에 익고 검은색 씨가 들어 있다. 뿌리껍질을 말린 목단피(牧丹皮)는 한방에서 소염·진통·정혈·고혈압 등에 쓰고 있다.

중국이 원산지이며 한국에서는 꽃을 감상하거나 뿌리를 약으로 쓰기 위해 널리 심고 있다. 모란은 또한 목단이라고도 하고, 많은 원예품종이 만들어졌다. 양지 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번식은 작약 뿌리나 모란 줄기에 접붙여서 하고 뿌리가 깊지 않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모란을 꽃 중의 제일이라고 하여 꽃의 왕 또는 꽃의 신으로, 또 부귀를 뜻하는 식물로서 부귀화(富貴花)라고도 부른다. 모란꽃에서는 보기와는 달리 향기가 나지 않는다.

〈삼국유사 三國遺事〉에 의하면 신라의 선덕여왕이 공주였을 때 중국 당나라 왕이 모란 그림 1폭과 모란 씨 3되를 보내왔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모란꽃에서 대단한 향기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선덕여왕만은 그림에 벌과 나비가 그려져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모란 씨를 심어 꽃을 피워보니 향기가 나지 않아 모두 선덕여왕의 뛰어난 관찰력에 감탄했다고 한다. 작약과 비슷하나 작약은 목본식물이 아니라 초본식물이다.(申鉉哲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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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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