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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한태수요. 당신은 나를 한태수를 빼어 닮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당신의 원래 남편이란 말이오. 엊그제 식당에서 당신과 딸인 수현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나는 목이 메었소. 지난 15년 동안 나에게 가족이 있는 줄을 꿈에도 모르고 살아왔기에 내가 기억을 되찾은 지금 헤어졌던 아내와 딸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내 신분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이 운명의 장난 앞에 나는 할말을 잃었소.




몇 개월 전 당신이 불쑥 내 앞에 나타나 "어찌 당신이 나를 모를 수 있느냐"고 울부짖었지요. 그 때는 정말 나는 당신이 누구인줄 몰랐소. 왜냐하면 나는 사고로 그 전 기억을 모두 상실했기 때문이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닌가 보오. 내가 가족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하나 하나 옛날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소. 한진우가 나를 작은 아버지라고 생각한 후 회사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를 도와주고 싶은 감정이 있었고, 수현이에게도 자꾸만 친근감을 느낀 것도 비록 내가 기억은 없지만 핏줄이라는 유대감이 있었던 것 같소.




당신이 운영하는 카센터를 몇 차례 답사하면서 과거에 자주 다녔던 길이라는 생각도 떠올랐고, 형님과 함께 사고발생 시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던 모습도 생생하게 떠올랐소. 또한 수현을 볼 때마다 내가 당신과 수현을 데리고 나들이를 갔던 추억도 되살아났소.

그러다가 당신이 현재 사는 집 앞에서 시장을 보고 귀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소. 그 때 나는 그 분이 내 어머니임을 알게 되었소. 비로소 기억이 되돌아온 것이오. 그렇지만 나는 어머니를 부르지도 못했소. 이번에 내가 당신과 수현에게 떳떳하게 내 자신을 밝힐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였소.   




지난 15년이라는 세월동안, 나는 당신과 가족을 위해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소. 오히려 사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는 나를 6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간호하여 나를 살려낸 나은혜와 재혼하여 두 딸을 두고 행복하게 있소. 현재 진우와 혼담이 오가는 나윤은 비록 은혜가 재혼하면서 데리고 온 딸이지만 나는 친딸 이상으로 그녀와 그 어미를 사랑하오.





나는 이미 기억을 되찾았지만 아내인 은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소. 은혜는 내가 기억을  찾으면 자기를 버리고 옛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을 우려해 내가 기억을 되찾는 것을 집요하게 방해하였소. 수현이가 끼고 있던 반지가 당신의 결혼반지라는 것을 듣고는 은혜가 감춘 반지와 대조해 보니 바로 동일한 반지였소. 나는 당신이 나의 아내임을 결혼반지를 가지고 확인한 셈이오.





그런데 당신은 지난 15년 동안이나 나를 그리워하며 여자로서 힘든 카센터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우리 가족을 부양했소. 이런 당신을 내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소. 그러나 당신은 만화가 선생과 곧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저녁 식사자리에서 청첩장을 보았을 때 정말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었소. 내가 그동안 홀로 살아왔고, 당신의 결혼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나는 당신과 정말 감격적인 해후를 하였을 것이오. 그런데 그동안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다가 이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 마당에 내가 어찌 자신을 드러내어 당신의 사랑을 방해한단 말이오.





당신은 전 남편이 그래도 어딘가에 살아있어 언젠가는 돌아온다는 희망을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지요. 아마도 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두고 하는 말로 들리는데, 차라리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했다면 내 가슴이 이다지도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오.





여보!

이제는 떳떳하게 소리내어 부를 수 없는 사랑했던 여보!

이 한태수를 마음껏 원망해 주오. 조카인 한진우가 나윤을 각별하게 사랑하는 줄은 알지만 나윤은 내 딸이니 절대로 혼인을 시킬 수는 없는 일이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참으로 형수님과 어머님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소.





당신과 내 딸 수현이 그리고 어머니에게는 정말 안된 말이지만 나는 내 생명의 은인인 은혜에게 등을 돌릴 수는 없을 것 같소. 그 대신 앞으로 당신이 만화가 선생과 행복한 삶을 열어가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오.





앞으로 적절한 때가 오면 어머니에게 달려가 실컷 울로 싶소. 내가 사랑하던 첫 번째 가족을 지키지 못한 내 얄궂은 운명을 한탄하면서 말이오. 내가 과연 당신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축복을 해 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의문이요. 그 자리에 참석하면 어머님을 뵙게 될 것인데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오. 






차라리 내가 영원토록 기억을 되찾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도 드오. 어머니를 비롯하여 당신과 수현을 포함한 모든 가족에게 나는 정말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자괴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오. 앞으로 내가 정말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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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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