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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아내는 인터넷으로 명품가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메이커별로 진품 및 짝퉁 사이트를 꼼꼼하게 뒤져 수첩에 가방의 모양을 그리기도 하고
특징 및 가격을 빼곡이 메모하였다.
시간이 나면 컴퓨터를 켜 놓고 이런 일을 계속하다니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아내는 명품가방을 한 개 가지고 있다. 물론 진품이 아닌 짝퉁이다.
이 가방은 지난해 중국 장가계로 여행을 갔을 때, 현지 호텔에서 7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보통사람이 보아도 금방 짝퉁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이 조잡했다.


내가 백수로 전락했을 때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던 아내가
그 후 명함을 하나 새겨 출근을 하고 보니 명품에 대한 욕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아내는 진품가방을 하나 사 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명품가방 한 개 없으니 괜히 주눅이 든다는 것이다. 


나는 2년 후면 결혼 30주년이니 그때 사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30주년 선물을 미리 사 주면 나중에 다른 요구는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나 빠듯한 살림살이에 아내에게 변변한 선물 하나 사 준 기억이 없다.


결혼한 지 28주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나는 아내에게 너무 무심했다.
월급쟁이로 생활에 쪼들리다 보니 결혼예물로 사준 아내의 다이아몬드반지마저 팔아치웠다.
이를 안 아내의 형부가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에 있냐며 반지를 다시 구입하라고 현금을 주었지만
반지보다는 생활이 더 급한 처지여서 이 돈도 생활비에 보태고 말았다.


그 후 아내는 이 문제를 한번도 입에 담지 않았는데,
이번 명품가방구입요청을 처음에 내가 거절하자 아내는 나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사실 지나간 일이지만 남편으로서 결혼예물로 아내에게 선물한 반지를 팔아먹었다는데 대하여
항상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터였다. 


나는 결심했다. 그래, 명품가방을 선물하자. 죽을 때 돈을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내가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먹은 것만 해도 돈으로 환산하면 큰돈일 것이다.
구글 에드센스를 달아 받은 쥐꼬리 수표도 보태자.
아내가 명품가방 한 개로 기분이 좋아진다면 결국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시인 도종환은 암으로 아내를 잃은 후 <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라는 시를 지었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라는
대목에서는 그냥 코끝이 찡해 왔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나자"는 말에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내는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의 명품관을 돌며 시장조사를 하였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세일은 언제 하는 지 꼼꼼히 따져 보았다.
명품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았단다.


며칠동안 고민하던 아내는 드디어 xx백화점에서 G사 제품인 숄더백을 구입했다.
일금 103만원(가방 815,000원, 액세서리 215,000원)이다.
그래도 명품 중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상품을 골랐다.
다른 일부 제품은 가격이 무려 250만원 이상이었던 것이다.



가방과 액세서리 



아내는 가방을 거의 매일 한번씩 보는 모양이다.
아직 구입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한번도 이를 가지고 외출한 적은 없다.
아마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이를 들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 사용하지 않을 때는 보자기 백에 넣어 두어야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가방이 아니라 상전이다.


아내는 지금처럼 보통의 가방(또는 짝퉁)을 가지고 다닐지라도
집에 진품명품가방이 있다는 만족감으로 살지 않을 까 싶다.
마치 중산층들이 비록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집에는 자가용자동차가 있음을 마음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이 가방 한 개가 부부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된다면
여기에 지출된 몫 돈은 그 값을 충분히 다한 것이리라.
아내여!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오! 


☞ 요즘 경제도 어려운데 "명품타령"한다고 비난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배가 부르니 명품을 찾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결혼 28년 만에 처음으로 마련한 선물이니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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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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