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 안전사고, 사소한 부주의가 원인이다

 

                                                   119 중앙구조대의 구조훈련 모습 (자료/연합뉴스)

강원도 정선군 소재 상정바위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등산객(남성)이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다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였다. 현지 소방서 119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은 부상자는 결국 서울로 후송되었다. 이 남성은 부부가 함께 등산을 다니는데 이날도 동행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들리는 말을 종합해보면 너무나 어이없는 사고였음이 확인되었다. 이 사람은 지난밤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을 전혀 자지 않고 밤을 꼬박 세웠다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등산을 하다니 너무 어이가 없다. 그는 정상에서 식사를 마치고 빨리 하산하여 버스에서 잠을 자려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산하면서 매우 서둘렀음이 틀림없다. 몸이 피로한 상태에서는 다리의 중심을 잡기 어렵다. 목격자에 의하면 그는 여러 차례 미끄러졌으며, 결국은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고의 원인은 정상에서 하는 식사이다. 산에 올라 식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지적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산악회는 등산객이 하산하면 식사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산악회는 등산을 시작하면서 도시락(밥)을 한 개씩 나누어주었다. 이 산악회 홈페이지에는 도시락을 나누어준다기에 당연히 밥과 반찬이 포함된 도시락일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뜻밖에도 밥만 제공하고 반찬은 각자 집에서 가져오라고 했단다.

회원들은 정상에 올라 각자 가져온 반찬을 꺼내 놓고 식사를 하는데, 당연히 술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상에 올라 마시는 정상주 한 두 잔에 대하여 비난 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면 자칫 지나치게 된다. 확인은 할 수 없지만 부상당한 등산객도 틀림없이 정상에서 약주를 몇 잔 마셨을 것이다. 그러니 피로가 누적되어 등산로에서 중심을 잃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산하여 사고 소식을 전한 사람은 오늘 등산로가 굉장히 험하였다고 한다. 경사가 가파르고 비가 온 후라 상당히 미끄럽다는 것이다. 글쓴이의 경험에 의하면 오늘 등산로는 전혀 험한 게 아니었다. 동일한 상황에서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등산장비 특히 신발과 스틱의 유무이다. 지금 시중에는 수많은 등산화가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등산화는 다소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발목보호를 위해 신발목이 길고 바닥이 잘 미끄러지지 않은 재질의 신발을 골라야 한다. 미끄러운 흙 길과 바위 길에서 미끄럼을 방지해 주는 신발은 산행 시 천군만마를 얻는 거나 마찬가지다.

또 스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릎에 실리는 체중을 스틱으로 분산해 관절을 보호해주고, 두 개의 쌍지팡이를 사용할 경우 체중을 네 곳으로 분산해주며, 오르내릴 때 몸의 균형을 잡고 미끄러짐을 예방하는 중요한 장비이다. 세계적인 산악인들이 산을 정복할 때의 사진을 보면 모두가 두 개의 지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인데, 이들이 그냥 폼으로 스틱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이런 점에서 비록 해발이 낮은 산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산을 갔을 때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두 개의 지팡이를 들고 가는 우리들을 보고 "스키부대가 온다"라고 하던 말이 떠오른다.    

                                                                      등산과 스틱(자료/뉴시스)

등산객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만약 안전사고라도 발생하면 본인의 피해는 물론 함께 한 사람들에게도 누를 끼치게 되며, 119구조대원들에게도 큰 부담을 주게 된다. 휴일 북한산과 도봉산을 오를 때마다 들려오는 구조헬기 소리는 그만큼 산악사고가 많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등산을 잘 한다고 출입금지구역인 위험지역을 오르거나, 산에서 음주를 하는 것은 산을 찾는 사람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저지르는 지나친 오기와 사소한 행동 등 안전불감증이 즐거워야 할 등산길을 고통스러운 하산길로 만들어 버린다. 잘못하면 황천길로 가는 수도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