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방재의 민박집
해발 1573m의 함백산은 우리나라 제6의 고봉입니다. 강원도 정선군과 태백시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의 줄기 위에 솟아 있는 겨울의 산입니다.
산행은 북쪽의 두문동재(싸리재)에서 은대봉(1,442m)을 거쳐 오르거나 남쪽의 화방재 또는 만항재에서 함백산으로 오릅니다.
글쓴이는 몇 년 전 백두대간 코스인 두문동재에서 화방재 코스를 답사하였지만 이번은 그 반대로 화방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게 다르고, 또 대간코스를 종주하면서 방문하기 어려운 적멸보궁인 정암사를 답사하기 위해 산행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해발 950m인 화방재는 함백산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의 성산인 태백산(1567m)을 방문하는 기점이기도 합니다.
2008년 2월의 마지막 주말 토요일 오전, 31번 국도가 지나가는 화방재 고갯마루(11:35). 주유소 뒤에는 아담하게 지은 민박시설이 길손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등산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에는 차내가 워낙 훈훈하여 이미 봄이 온 것으로 생각했으나 등산로로 접어드니 아직도 이곳은 한겨울입니다. 강한 바람이 몰아치니 한기가 온몸으로 파고드는 듯 합니다.
수리봉을 오르며 뒤돌아본 조망
등산로에 얼어붙은 눈이 빙판을 이루고 있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안면마스크를 꺼냅니다. 화방재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약 40분 동안 힘주어 오르니 수리봉(1,214m)입니다(12:14). 몇 년 전 방문했을 당시에는 없던 아담한 정상 표석이 반겨줍니다.
등산로에 쌓인 눈
여기서부터 하산할 때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는 눈을 밝으며 걸었습니다. 강원도 영동지방에 눈이 내린 지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예년과는 달리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이미 눈이 상당히 녹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대로 쌓여 있는 느낌입니다. 다만 나뭇가지 위에는 눈이 전혀 없어 아쉽습니다.
등산로 주변에는 낙엽송이 온 대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국가시설물을 지나 평지를 걸어가니 만항재(1,330m)입니다(13:00). 백두대간 길은 포장 도로로 잠깐 나왔다가 상가가 위치한 곳이 아닌 오른쪽으로 이어집니다. 다시금 눈길입니다. 낙엽송 군락지
만항재 가야할 함백산 정상(맑음)
각종 통신시설물이 있는 함백산 정상이 빤히 올려다 보입니다. 그러나 기류의 변화가 얼마나 심한지 방금 맑게 보이던 정상의 모습이 어느새 희뿌옇게 변하고 맙니다. 이러기를 수 차례 반복하니 겨울 산행 시에는 항상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하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가야할 함백산 정상(순식간에 흐림) 나를 앞서 가는 그림자
이제부터 두 번 째 된비알입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맞은 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함백산은 오늘 우리가 택한 코스보다는 반대로 북쪽에서 내려오는 코스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정상 마루에 올라 뒤돌아 섭니다(14:14). 지나온 백두대간 능선과 그 뒤로 태백산이 웅장하게 솟아 있습니다. 바라보이는 조망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합니다. 눈은 희고 산은 검게 보이니 한편으로는 흑백사진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방금 맑은 태백산이 금새 희뿌옇게 변합니다. 뒤돌아본 태백산 뒤돌아본 태백산(흐림)
큰 암군으로 된 정상에는 우람한 체구의 정상표석이 서 있습니다. 아무리 센 칼바람을 맞아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입니다. 통신시설물 아래 오른쪽의 중턱에는 대한체육회에서 운영하는 고산훈령장인 태백선수촌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함백산 정상 바위군
정상 표석 뒤로 보이는 가야할 북쪽 능선 각종 통신 시설물 통신시설물 아래에 위치한 태백선추촌 가야할 북쪽 대간 능선
가야할 북쪽 능선을 바라봅니다. 부드럽게 보이는 백두대간 능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북쪽 능선 길은 응달이라서 그런지 눈이 더욱 많습니다. 바람은 더욱 강하게 불어옵니다. 마침 밝은 태양이 얼굴을 내밀어 뒤돌아보니 흘러가는 뭉게구름 아래 눈으로 포장된 대지가 빤짝거립니다.
눈, 통신 시설물, 구름, 그리고 하늘의 조화 지천으로 쌓인 눈길 뒤돌아본 눈과 구름과 태양 끝없이 펼쳐진 북쪽의 산마루금
북쪽 저 멀리 이름 모를 산의 능선에는 8기의 풍력발전기가 그 위용을 자랑하듯 서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주목군락지입니다. 아름드리 주목 몇 그루가 찬바람 몰아치는 정상부근에서 주변의 잡목을 호령하듯 늠름하게 서 있습니다.
줌으로 당겨본 풍력발전기 가야할 능선 주 목 주 목 뒤돌아본 지나온 함백산
제3쉼터에서 바라보는 북쪽의 조망도 거침이 없습니다(14:53). 적당히 눈이 쌓여 있는 길은 오히려 눈이 없는 길보다도 걷기가 편합니다. 눈길이 얼었으면 빙판이 져 힘들 테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 눈이 다져진 채 폭신한 눈이 등산로에 깔려 있으니 쾌재를 부릅니다. 이렇게 많은 눈이 쌓여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가야할 능선 포근한 눈길 눈이 만든 조각품 비탈진 눈길
제2쉼터에 도착해 왼쪽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아늑하고 부드러운 눈길이 한참동안 이어집니다. 능선의 끝자락에서 갑자기 고도를 낮춥니다. 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음이 다행입니다. 적조암 아래 차도에 도착해 오른쪽으로 열심히 걸어가니 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 표석이 반겨줍니다(15:55). 정암사로 들어가 보궁도 보고 산 중턱에 위치한 수마노탑을 답사하고 내려오니 이미 산악회 후미그룹이 도착한 후입니다(16:25). 정암사에서 30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정암사 일주문 산 중턱의 수마노탑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서둘렀지만 정암사와 수마노탑이 워낙 유명해 이를 답사한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정암사는 적멸보궁이므로 당연히 부처님이 없습니다. 그런데 적멸보궁에도 부처님 대신 있어야 할 진신사리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뒷산 중턱인 수마노탑에 봉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정암사 방문기는 별도로 소개하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일자 : 2008년 2월 23일(토)
△ 등산코스 : 화방재-수리봉-만항재-함백산-제3쉼터-사거리갈림길-적조암길
-정암사
△ 등산거리 : 약 10km
△ 소요시간 : 4시간 50분(정암사 답사시간을 제외하면 4시간 20분)
△ 안내산악회 : 안전산악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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