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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엔 달 대신 수석(壽石)이 뜬다.


수석전시장인 월출산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 사이에 위치한 월출산(月出山).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자 호남의 5대 명산의 하나인 산.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구정봉, 사자봉, 도갑봉 등 깎아지른 듯한 기암이 절벽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의 전시장인 바위명산. 월출산에 붙은 찬사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간혹 그 면적이 가장 작은 국립공원(56.1㎢)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단 이 산에 한번 오르고 나면 누구나 월출산의 열렬한 찬양자로 변하게 되는 매력을 지닌 산입니다. 아니 굳이 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주변에 개설된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이 산의 풍모와 스카이라인을 바라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는 그런 산입니다. 비록 해발이 800여 미터에 불과하지만 해발 제로에서 오르는 고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금릉 경포대계곡


월출산 산행들머리는 북동쪽의 천황사지구, 남쪽의 경포대지구입니다. 서쪽의 도갑사지구는 국립공원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어, 단체산행을 하는 산악회에서는 주로 날머리로 이용합니다.

식목일을 맞아 서울에서 등산버스를 타고 고속국도에 진입하여 판교인근에 오니 도로가 정체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한식일, 조상의 묘소에 성묘를 하는 날입니다. 후손들이 선조 들의 묘소를 찾는 것은 좋은 미풍양속이지만 돌아가신 후 정성을 다하여 모셔도 망자가 알지 못하니 자녀들은 모름지기 부모가 살아 생전에 효도할 일입니다.

장장 다섯시간 이상을 달려 산행들머리인 경포대지구에 도착합니다(12:30). 흔히 경포대 하면 강릉 경포대(鏡浦臺)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금릉(金陵) 경포대(鏡布臺)입니다. 한글은 같지만 한자표기가 다릅니다. 금릉경포대 계곡은 월출산 천황봉과 구정봉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길이 약 2km의 골짜기로,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모습이 무명베를 길게 늘어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부른 이름입니다.(자료 : 현지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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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경포대지구의 국립공원 표석


숲이 많은 계곡 안으로 들어갑니다. 응달이어서 그런지 곱게 핀 동백이 우리들을 환영합니다. 계속하여 발걸음을 옮기니 봄을 알리는 식물인 얼레지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습니다. 두 장의 잎 사이에서 올라온 꽃자루 위에 꽃 한 송이가 아래를 향해 뒤로 젖힌 채 피어 있는 모습이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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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점점 고도를 높이더니 등산을 시작하지 약 50분만에 바람재에 도착합니다(13:20). 이름 그대로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어옵니다. 여기서 몸을 좌측으로 돌려세워 구정봉으로 향합니다. 이제부터 월출산의 기암을 감상할 차례입니다.

가야할 구정봉과 향로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늘어선 능선의 기암은 벌써 월출산이 범상치 않음을 일깨워 줍니다.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나중에 가야할 정상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세에 숨을 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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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 방향의 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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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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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 남쪽 능선의 실루엣


구정봉의 환희(fantastic)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다는 베틀굴을 둘러본 후 치고 오른 구정봉 정상(13:40). 이곳에서 펼쳐지는 사방팔방의 조망은 한 마디로 압권입니다. 월출산에서 가장 좋은 조망 터라는 찬사를 받을 만 합니다. 동쪽의 천황봉은 말할 것도 없고, 북서쪽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은 설악산의 암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북한산과 설악산의 암군에 익숙한 사람들마저도 이곳에 서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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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에서 마애불상 방향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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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조망


구정봉(九井峰)은 넓은 정상 암봉에 9개의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 항상 물이 고여있어 붙은 이름입니다. 내려오기 싫은 마음을 추슬러 다시 바람재로 뒤돌아 옵니다(14:00). 구정봉을 왕복하는 데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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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봉의 웅덩이너머로 보이는 향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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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조망


천황봉의 장관(grandeur)


이제부터는 천황봉을 오를 차례입니다. 점점 고도를 높임에 따라 바라보이는 기암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때로는 철 사다리로, 또 때로는 나무계단으로 조성된 길을 오릅니다. 그러다가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그곳엔 항상 기암의 장관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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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봉 오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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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천황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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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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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돌아본 서쪽 방향의 조망


구정봉 방향의 베틀굴을 향해 있다는 남근석을 지나 한참 오르자 이번에는 상장법사 바위가 서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안내문을 보니 이 바위는 서유기에 나오는 상장법사가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불공을 드리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진을 찍는 방향이 달라서인지 길손의 눈에는 그냥 평범한 입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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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법사 바위


드디어 생애 세 번째 오른 천황봉(809m) 정상(14:45). 마름모 형식의 거대한 자연석에 새긴 정상표석은 변함 없이 길손을 반겨줍니다. 이 표석은 글쓴이가 가장 좋아하는 표석 중의 하나입니다. 관악산의 정상처럼 원래 있는 돌에 새긴 게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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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정상 표석


천황봉에서는 서쪽으로 방금 지나온 구정봉과 향로봉 방향, 그리고 동쪽의 구름다리가 위치한 사자봉 방향의 조망이 가장 좋습니다. 약간 가스가 끼어 영암과 강진의 너른 들판 및 영산강 물줄기가 뚜렷하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가수 하춘화는 영암아리랑에서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고 노래했지만 글쓴이가 보기에는 보름달 대신 사방으로 기암괴석이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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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서쪽 능선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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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조망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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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사자봉 방면의 경관


답답한 가슴마저 시원하게 트이는 우리의 산하를 바라보며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라도 떠 있었더라면 그림엽서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널따란 바위에 앉아 쉬어 가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기에 글쓴이도 처음으로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천황봉에서 동쪽으로 약 100여 미터를 내려서니 통천문(通天門)입니다. 이 문은 천황사 방면에서 구름다리 또는 바람폭포를 거쳐 정상인 천황봉에 오르려면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문이기 때문에 통천문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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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천문



구름다리의 경이(wonder) 


마침 양지바른 곳을 통과하자 길섶에 노랑제비꽃이 무리를 지어 앙증맞게 피어 있습니다. 애기똥풀처럼 얼마나 노란지 금방 눈에 뜨입니다. 한 구비를 돌아갈 때마다 나타나는 침봉으로 불끈 불끈 솟은 암봉은 흡사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방불케 합니다. 매봉의 구름다리로 접근하는 길은 한마디로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힘들 내리막을 각오해야합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 계단이 설치되어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수직절리(垂直節理) 현상으로 이루어진 바위 면에 설치한 계단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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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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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장군봉


드디어 붉은 페인트칠을 한 구름다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16:00). 이 다리는 최초 1978년 건설되었으나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하고 재시공하여 2006년 5월 재 개통된 다리입니다. 해발 51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면에서 다리까지의 높이(지상고)가 12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다리입니다. 동시에 200명이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는 하지만 몇 사람이 건너도 흔들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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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암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이토록 험준한 위치에 건설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자재운반을 위해 위험한 헬기작업을 약 140회 했다고 합니다.

구름다리 옆 정자에는 순하게 생긴 개 한 마리가 짖지도 않고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자세만 조금 움직일 뿐입니다. 여기서 천황사지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이 매우 지루합니다. 곱게 핀 동백과 간간이 보이는 진달래가 말벗이 되어 주는 게 고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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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만남의 미학


천황사지를 지나 대숲을 통과한 후 탐방 안내소를 지나니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입니다(16:52).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버스가 떠날 때를 기다리며 주변 풍광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월출산을 알리는 표석 뒤로 멋진 산의 스카이라인이 석양에 빛나고 있습니다. 잠시 후면 우리는 이곳 영암을 떠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떠남은 기약 없는 이별이 아니라 다시 돌아옴을 약속하는 힘찬 몸짓입니다. 월출산은 몇 차례 방문하고 잊어버릴 산이 절대로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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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사지구 국립공원 안내표석과 월출산의 스카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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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개요》

△ 산행일자 : 2008년 4월 5일(토요일)
△ 산행거리 : 8.3km
△ 산행시간 : 4시간 22분
△ 산행코스 : 경포대-바람재-구왕봉-바람재-천왕봉-구름다리-천왕사지-주차장
△ 안내산악회 : 안전산악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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