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 3봉에서 4봉 방향으로 바라본 암릉
정상에서 바라본 구비치는 홍천강
전국에 팔봉산이라는 이름의 산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산은 서산 팔봉산(362m)과 홍천 팔봉산(309m)입니다. 서산 팔봉산은 1∼3봉은 암릉으로 구성된 암봉으로서 절경이지만 4∼8봉은 봉우리도 분명치 않고 억지로 이름을 붙인 느낌이 드는 밋밋한 산입니다. 반면 홍천 팔봉산은 8개의 봉우리가 모두 뚜렷하며 암팡진 암봉으로 구성되어 있는 명산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산의 해발고도로 이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팔봉산을 답사하고 나면 이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금방 깨닫게 됩니다.
여름철 주차장에서 팔봉산을 바라보면 그냥 고만고만한 봉우리 8개가 오밀조밀하게 늘어서 있는 자그마한 산으로 보입니다. 이런 산이 왜 그토록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홍천9경 중 제1경이기도 합니다. 특히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선정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1봉에 오르면 팔봉산은 밑에서 보던 것과는 판이하게 그 속살은 엄청난 굴곡과 기암괴석을 품고 있음을 금방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주차장에 세워진 <홍천 팔봉산>이라는 대형표석이 벌써 팔봉산의 위상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홍천강가로 걸어가 좌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팔봉교를 건너면 매표소입니다. 어른 1인당 입장료가 1,500원이로군요. 도립공원도 아닌데 입장료를 받는다는 게 약간 의아하지만 등산로 관리를 위해서이겠지요.
팔봉산 표석 뒤로 보이는 팔봉산 능선
돌탑
주차장에서 바라본 팔봉산
등산로 입구로 들어섭니다. 금방 호젓한 산길입니다. 수평으로 약간 돌던 등산로는 이내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1∼2봉 갈림길에서 1봉으로 오릅니다. 팔봉산을 답사하러 왔으니 1봉부터 8봉까지 차례차례 모두 오르는 게 정답입니다. 급경사에는 안전시설이 잘 설치되어 있군요. 1봉에 오르니 주변의 조망이 참 좋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1봉 표석
1봉을 내려와 2봉으로 오릅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1봉도 매우 가파른 암봉입니다. 2봉에는 삼부인당이라는 당집이 있습니다. 이 당집은 3부인(이씨, 김씨, 홍씨)의 신(神)을 모신 곳으로, 약 400여 년 전인 조선 선조(1590) 때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예방하는 당굿을 하던 곳입니다. 2봉에서 정상인 3봉을 바라보면 그 모습이 매우 아찔합니다.
지나온 1봉
2봉 표석
삼부인당 당집
2봉에서 바라본 3봉
2봉을 내려와 3봉을 오릅니다. 3봉 오름길은 길고 가파른 철제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심조심 철제계단을 잡고 오르면 3봉인 팔봉산 정상인데 팔봉산 중 가장 암릉의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여기서 4봉을 향하여 바라보는 암릉은 사진으로만 보던 설악산 용아장성릉을 보는 듯 합니다. 또한 C자형으로 구비치는 홍천강의 모습도 이웃한 산의 능선과 어우러져 절경을 선사합니다.
3봉 철제계단
3봉 암봉
3봉 표석
4봉쪽으로 바라본 암릉
구비치는 홍천강
☞ 팔봉산 등산지도를 보면 2봉이 정상(327m)이라고 표기한 것도 있으나 현지 안내도에는 3봉이 정상(302m)이라고 적혀 있어 글쓴이도 이를 따랐습니다. 나지막한 산의 해발고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네요.
3봉을 내려오노라니 철제계단에서 사람들이 지체되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맞은 편 경사면에서도 기다리는 줄이 보입니다. 바로 4봉에 위치한 해산굴 때문입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이 해산굴은 통과하는 과정의 어려움이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을 느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여러 번 빠져나가면 무병장수 한다는 설이 있어 일명 장수굴로도 불립니다.
기다림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배낭과 카메라를 먼저 오른 사람에게 올려주고는 두 팔로 바위를 잡은 채 상체를 위로 밀어 올립니다. 몸을 옆으로 납작 붙이고는 적절한 곳에 발을 디뎌 위쪽으로 상체를 더 밀어 올립니다. 군대에서 유격훈련을 받으며 철조망을 통과하듯 몸을 움직이면 드디어 상체가 빠져 나옵니다. 상체만 나오면 성공한 것입니다. 빠져 나온 다음에는 밑에서 오르는 사람의 배낭을 받아 주는 게 예의입니다.
해산굴을 빠져 나오는 사람
그런데 정말 놀랄 일은 66세의 여성도 이 곳을 통과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사람은 아랫배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 여성은 체격도 매우 날씬합니다. 평소 산을 다니면서 신체를 단련하면 이런 난코스도 무리 없이 통과하는군요. 해산굴을 통과하면 4봉의 정상표석이 반겨줍니다. 물론 체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해산굴 대신 우회로를 선택하면 되지만 팔봉산에 와서 해산굴을 통과하지 않으면 이야기 거리가 줄어들 것입니다.
4봉 표석
4봉을 내려와 철제계단을 이용해 5봉으로 오릅니다. 5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홍천강의 구비치는 물줄기는 3봉에서 바라본 풍경과 유사합니다. 5봉 내림길에도 지그재그로 철제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등산객의 안전한 하산을 도와줍니다. 5∼6봉사이의 안부에서 사람들은 도시락을 펼칩니다. 글쓴이는 주로 빵과 과일로 요기를 하는데 배낭에서 꺼낸 푸짐한 도시락을 보고는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5봉 표석
5봉 내림길
진수성찬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릅니다. 그런데 6봉에서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정상표석을 찾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고 말아 매우 아쉽네요. 7봉으로 오르는 길은 무난합니다. 7봉 정상에서는 홍천강의 모습이 더욱 잘 보여요. 내려오면서 구름다리를 건너 고도를 낮추면 안부입니다.
6봉 오르막 길
7봉 표석
홍천강
이곳에는 8봉 하산길이 가장 위험하니 체력이 달리는 사람은 바로 하산하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등산객들은 바로 하산하지만 그래도 팔봉산을 속속들이 답사하려면 8봉 답사를 생략해선 안되겠지요. 팔봉 오름길을 쳐다보면 바위만 보여 만만치 않음을 실감합니다. 바위를 잡고 요리조리 돌아 오르면 8봉 정상입니다. 정상이 상당히 넓고 또 마지막 봉우리라는 안도감 때문인지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험 경고문
8봉 정상
팔봉교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당국의 경고가 있었기에 아연 긴장하면서 하산로로 들어섭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암릉은 전혀 없고 그냥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입니다. 내리막에는 철제로 발 디딤틀을 만들어 두었는데 상당히 미끄럽기 때문에 비나 눈이 올 때는 매우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8봉은 해발고도가 가장 낮지만 그래도 약 200미터를 한꺼번에 내리려니 다리에 힘이 빠지면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팔봉교와 주차장
드디어 홍천강가입니다. 강쪽의 암벽 밑으로 철제난간과 출렁다리 등으로 보행로를 잘 만들어 놓았네요. 그 전의 팔봉산 사진을 보면 이곳을 통과하느라고 애를 먹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는 걱정할 일이 없군요. 여름 같은 날씨에 강가에서는 텐트를 치고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강변을 따라 한참 걸어가면 매표소입니다. 팔봉교를 건너 주차장으로 오니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암벽 밑 보행로
등산안내도를 보면 1봉에서 8봉까지는 2.6km거리에 3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매표소에서 시간을 계산했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이동시간 및 산행 중 휴식시간까지 감안한다면 적어도 4시간 이상은 잡아야 합니다. 풍경이 워낙 좋으므로 사진을 찍는다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도 4시간이 걸렸습니다.
악천후일 경우 팔봉산 관리사무소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등산객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잘 하는 일입니다. 평소에도 등산 초보자는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 올라야 할 것이며, 체력이 약한 사람은 정상인 3봉만 답사하고 하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오늘이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인 현충일이어서 귀경길은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무척 짜증이 났지만 100대 명산인 팔봉산에서 가슴과 카메라에 동시에 담은 절경은 오래도록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1년 6월 6일 (월)
▲ 등산 코스 : 주차장-팔봉교-매표소-1봉-2봉-3봉(정상)-해산굴(4봉)-5봉-6봉-7봉-8봉-홍천강
-매표소-팔봉교-주차장
▲ 소요 시간 : 4시간
▲ 등산 안내 : 경기평일산악회
해발고도가 다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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