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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보산에서 바라본 양주 시가지


전국에는 숫자가 들어간 산 이름이 많습니다. 가장 유명한 산은 팔(8)과 구(9)가 들어간 산입니다. 팔(8)자가 들어간 대표적인 산은 홍천의 팔봉산(302m), 서산의 팔봉산(362m), 고흥 팔영산(609m) 등이고, 구(9)자가 들어간 산은 보은 구병산(877m), 진안 구봉산(1,002m), 영월 구봉대산(870m) 등입니다. 이들 산은 구봉대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숫자만큼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므로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하고 산행이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대구 팔공산처럼 숫자와는 관련이 없는 산도 있지요. 반면 양주의 칠봉산은 비록 칠(7)자가 포함되기는 하였지만 7개의 봉우리가 분명한 것도 아니고 산행이 힘들지도 않습니다. 

칠봉산(506m)의 칠봉은 발치봉, 응봉, 깃대봉, 투구봉, 솔치봉, 돌봉, 석봉인데 이들 이름도 억지로 지어진 듯 합니다. 예컨데 투구봉은 임금이 쉬어가니 호위군사들이 투구를 벗어놓고 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설에 의하면 조선 세조가 말년에 지난날을 후회하며 산수를 벗삼아 수렵을 즐길 때 이 산을 자주 올랐다고 하여 어등산(御登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의정부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양주시청을 지나 동두천에 이르는 동안 동쪽에 두 개의 암산이 보이는데 남쪽은 천보산, 북쪽은 칠봉산입니다. 칠봉산 남쪽의 천보산(423m)은 10만 도로지도에도 표기되지 않은 산이지만 서남쪽기슭에 천년고찰 회암사지가 위치해 있어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전철 1호선 양주역 건너편 버스정류소에서 36번 버스를 타고 "송내상회"에서 하차합니다. 우측으로 들어서면 Y자 갈림길인데 어느 길을 택하든 상관없습니다. 글쓴이는 오른쪽으로 갑니다. 조금 더 가면 안골로 이어지는 큰길을 만나는데, 이웃한 공방 앞 조각품이 멋집니다. 초행길이라 긴가민가하지만 대도사 이정표와 송내 수퍼가 나오면 제대로 온 것입니다. 도로변에는 마늘, 감자, 봄동, 왕두콩 등이 심어져 있어 시골의 풍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베베유치원을 지나면 길은 아스팥트에서 시멘트 포장으로 바뀌는데, 유치원을 뒤로하고 송내14교를 건너 목장을 지나면 대도사입니다. 대도사는 범종각과 각황전이 있는 매우 소박한 사찰이지만 전각은 반듯합니다.

 

 

 


 

각황전 우측으로 호젓한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잘 조성된 돌계단을 오르면 신령바위입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의 모습이 매우 특이하군요. 그 바위 틈새에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산령 조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조금 가다가 좌측의 능선으로 오르면 응봉(매봉)입니다. 임금이 사냥할 때 매를 날렸던 곳이라고 하네요. 다음 봉우리는 깃대봉인데, 임금이 수렵을 시작한다는 깃발을 꼽았던 장소랍니다.


 

조금 더가면 칠봉정이 있는 칠봉산삼거리입니다. 제성병원쪽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로군요. 돌이 많은 석봉을 지나면 임금과 신하가 쉬어간 투구봉입니다. 말봉에 대한 설명은 없군요.

 


 

칠봉산 정상인 돌봉에 오르면 서쪽 방향으로 조망이 매우 좋습니다. 그러나 짙은 안개로 인해 조망이 흐릿합니다. 다행이 간식을 먹으며 약 20분간 머무르는 동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네요. 3번 국도 뒤로 도락산(441m)과 그 아래로 양주의 명산인 볼곡산(470m), 그리고 도봉산과 북한산의 능선도 조망됩니다. 정상표석이 있는 북동쪽으로는 해룡산(661m)이 우뚝하네요. 솔리봉을 지나 전망대에 서면 도락산 동쪽기슭의 지장사 반야보탑의 황금돔이 뻔적 뻔쩍 빛납니다.   

 

 

 


 


송전탑을 내려서면 장림고개입니다. 여기서는 MTB 이정표를 따르면 됩니다. MTB 종합이정표를 뒤로하고 사잇길을 오르면 헬기장인데, 부드러운 등산로를 따라 계속 발걸음을 옮기면 천보산 5보루입니다. 이정표는 없지만 육감으로 등산로를 따르면 됩니다. 보루는 군사적인 요충지이지요. 맞은편 도락산에도 보루가 많았는데 천보산에서도 만납니다.


 

천보산 정상에는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표석이 없습니다. 2008년도에 천보산-해룡산-왕방산을 잇는 종주를 하기 위해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천보산은 비록 해발고도는 낮지만 서남쪽 기슭에 대찰 회암사(사지)를 품고 있는데 정상표석 하나 없다는 것은 산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관할 양주시와 포천시의 무성의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두 행정기관에서는 이를 상의하여 반듯한 표석을 설치할 것을 제의합니다.

천보산 정상

 양주 벌판

 포천시가지

이제 회암사로 하산할 차례입니다. 회암사 이정표를 따라 바로 우측 아래로 내려섭니다. 전망대에 서면 저 아래 회암사의 전각이 내려다보입니다. 안전시설이 설치된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면 보물인 회암사지 선각왕사비입니다. 나옹선사의 업적을 기리는 비석이로군요. 새로 조성된 돌계단을 내려서면 회암사입니다. 이 사찰은 천년고찰이 있던 회암사터 위쪽에 1977년부터 조성한 사찰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전각의 신축이 진행중입니다. 이곳에는 보물인 무학대사의 홍융탑 및 쌍사자석등과 지공선사 및 나옹선사의 부도·석등 등 소중한 문화재가 여럿 있습니다.

내려다 본 회암사

 회암사

아래로 내려오면 천년의 문화향기가 살아 숨쉬는 회암사지입니다. 회암사는 고려말 창건되어 한 때는 3천 여명의 승려가 운집한 대찰이었으나 조선중기 이후 불교에 대한 탄압으로 폐사된 비운의 사찰입니다. 면적이 무려 1만여 평이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겠지요. 전망대에서 회암사지를 관측하고는 출구로 나와 회암2교를 건넙니다. 삼거리에는 회암사와 회암사지를 알리는 이정표가 걸려있습니다. 여기서 차도를 따라 우측으로 걸어가면 주유소 옆 김삿갓교입니다. 김삿갓교 옆 정류소에서 양주역으로 가는 30번 시내버스에 오릅니다. 오늘은 약 5시간 동안 나홀로 널널한 산행을 즐기며 회암사(사지)를 답사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회암사지

 회암사 삼거리

 김삿갓교 버스정류소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1년 5월 22일 (일)
▲ 등산 코스 : 송내상회-송내수퍼-베베유치원-대도사-신령바위-매봉-칠봉정-투구봉-말봉-칠봉산 정상-솔리봉
                   -송전탑-장림고개-천보산 5보루-천보산 정상-회암사-회암사지-회암2교-김삿갓교 버스정류소

▲ 산행 시간 : 5시간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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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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