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파로호, 해산(일산, 우측) 및 백암산(중앙 맨 뒤)
파로호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과 화천읍 사이에 1944년 화천댐의 건설로 생긴 호수입니다. 파로호라는 이름은 6ㆍ25동란이 한창이던 1951년 4월과 5월에 걸쳐 유엔군의 지원을 받은 한국군 보병 제6사단과 해병 제12대 연대 장병들이 중공군 제10ㆍ25ㆍ27군 병력을 이곳에 완전 섬멸하여 수장시킨 전승을 기리기 위하여 1955년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적군을 물리치고 사로잡았다"라고 하여 화천호를 "파로호"로 부르게 한데서 유래합니다. 전국에 병풍산이 몇 있지만 오늘 답사하려는 병풍산(797m)은 파로호 남쪽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산입니다. 정상에 서면 파로호를 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전남 담양에도 병풍산(822m)이 있고, 고흥에도 병풍산(479m)이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병풍산과 죽엽산(859m)을 사이에 두고 달리는 403번 지방도로 상의 에네미고개입니다. 고갯마루에서 서쪽의 임산물채취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임도를 따라 들어갔는데 이게 큰 실수였습니다. 등산개념도에 의하면 병풍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임도는 북서쪽으로 이어져야 하는 데 자꾸만 북쪽으로 걸어갔던 것입니다. 약 30분 정도 가다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모두들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마침 GPS지도를 가지고 있는 등산객의 스마트폰을 보니 현재 위치는 당초 예정된 병풍산 등산로에서 오른쪽인 동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에네미고개로 되돌아왔습니다. 임도 4km 걷는데 정확하게 1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 동안 알바를 하고 말았군요.
임도입구 임산물채취 금지 안내문
임도에서 바라본 북쪽 길
평탄한 임도
실제의 병풍산 등산로는 에네미고개 마루에서 남쪽으로 약 100m 지점 아래에 위치하고 있고 또 등산개념도에도 그렇게 표시되어 있는데, 등산버스가 고개마루에 정차하는 바람에 모두가 착각을 한 것입니다. 춘천국유림관리소장 명의의 임산물 채취금지문 옆에 누군가 병풍산 등산로가 아님을 표기해 두었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병풍산 들머리입구는 지도상에는 임도 입구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군부대의 군사용도로 같습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좌측으로 바라보면 오음리와 춘천의 산들이 맑은 하늘아래 선명한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화천군 오음리는 1960년대 중반∼70년대 초 월남(베트남) 전쟁 파월장병들의 사전교육장소가 있던 곳이어서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에네미고개 남쪽 100미터 지점의 임도입구(등산로)
오음리 지방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이미 1시간 동안 진을 빼서인지 오르막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아까 임도와는 달리 길 양쪽으로 숲이 무성하여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동쪽으로 높은 산이 보이는 첫 번째 조망대에 섰습니다. 이 높은 산은 아마도 사명산(1,198m)일 듯 합니다. 군사시설물이 있는 곳에서 북쪽으로 드디어 파로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조망데크가 설치된 병풍산(797m) 정상입니다. 등산로 입구에서 1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정상에 서니 북쪽의 파로호 뒤로 화천의 명산인 해산(일산 1,207m)과 최전방지역인 백암산(1179m)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정상에는 누군가 걸어둔 낡은 병풍산 이정표만 보일 뿐 반반한 표석이 없어 매우 아쉽습니다.
동쪽 사명산(?)
군사시설물
남동쪽 산하
북쪽 파로호
병풍산 정상 조망데크
파로호 북쪽 해산(중앙)과 백암산(해산 좌측 맨 뒤)
이제 서쪽 능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도상으로는 750봉, 770봉, 710봉이 있지만 현지에 이정표가 없으니 어디인지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서쪽으로 이어지던 하산로는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고도를 빠르게 낮춥니다. 민가가 보이기 시작하고 수수밭을 뒤로하면 파로호로 이어진 물길이 보입니다. Y자형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도 좋지만 가급적이면 우측 길로 가는 게 호수를 보면서 걷게 됩니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병풍산의 능선이 매우 부드러워 보입니다. "병풍산 등산로 입출구"라는 이정표 인근에 화천군 지정 벽보게시판이 보입니다. 방문객을 위한 급수대도 있어 갈증을 푸는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오면 정자가 있는 도송리 병풍마을 쉼터입니다. 쉼터에는 정수인 선정비가 있군요.
고목
수수밭
전원주택 뒤로 보이는 병풍산
코스모스
병풍마을 쉼터
정수인 선정비
오늘 병풍산 산행에 3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4km의 알바 시간(1시간)을 포함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산행을 할 경우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다만 도송리에서 에네미고개로 산행을 할 경우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그러나 에네미고개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어 이런 코스를 날머리로 잡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도송리 하산지점에서 현지주민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는 병풍산 등산로를 개설한 것은 4-5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끔 사람들이 찾아와도 주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고 불평합니다. 모든 음식을 준비한 등산버스가 1주일에 겨우 1대가 와서는 음식을 먹고 그냥 가 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관광객(등산객 포함)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병풍산의 경우 등산로는 개설되어 있지만 산행 중 제대로 된 이정표 하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러니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이 산을 추천하지 않겠지요. 또 도송리 쪽에는 주막집 하나 없습니다. 등산객들은 미리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오지만 현지에 주막이라도 있으면 빈대떡이라도 사먹습니다. 사실 현지 주민의 입장에서도 방문객이 뜸하니 주막을 열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따라서 산간벽지의 관광활성화를 위해서는 치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8월 30일 (토)
▲ 등산 코스 : 에네미고개 밑 임도입구-임도(군사용)-군사시설물-병풍산 정상-서쪽능선-도송리 병풍마을 쉼터
▲ 산행 거리 : 6km(알바 4km 포함 시 10km)
▲ 소요 시간 : 2시간 40분 (알바 포함 시 3시간 40분)
▲ 등산 안내 : 가보기 산악회
우측 파란색은 알바한 길(잘못 진입한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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