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봉에서 마근담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지리산 방향의 조망
이방산(716m)은 경남 산청군 삼장면과 시천면의 경계에 솟은 산이며, 감투봉(768m)은 이방산의 북쪽 삼장면에 위치한 산입니다. 두 산의 서쪽으로는 국립공원 지리산(1,915m)이, 북쪽으로는 군립공원인 웅석봉(1,099m)이 자리잡고 있어 지리산 자락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방산 산행 들머리는 서쪽 덕천강이 흐르는 59번 국도상의 삼장생활체육공원 앞입니다. 이곳에는 다목적 캠핑장을 비롯하여 각종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등산버스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산청IC를 빠져 나와 59번 국도를 타고 엄청난 높이의 꼬불꼬불한 중머리재 고개를 넘어 오느라 운전자도 승객도 모두 큰 고생을 했습니다. 현지의 교통사정을 잘 아는 어느 등산객의 지적으로 귀경시에는 20번 국도를 이용하여 동쪽으로 접근해 단성IC를 이용했는데, 거의 평지로만 길이 나 있어 한결 쉬운 여정이었습니다. 단성IC는 산청 IC의 남쪽에 위치해 거리상으로 다소 멀어 네비게이션도 산청IC를 이용하도록 안내하지만 실제 운전의 피로도나 안전을 고려할 때 단성IC를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함을 지적합니다.
삼장생활체육공원
삼장생활체육공원 맞은 편에 이방산 등산안내도가 있는데, 바로 옆 계단으로 오르면 됩니다. 등산로 좌측에 보이는 계곡은 도대골입니다. 그런데 등산로는 산길이 아니라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상당히 오래 지속됩니다. 그래도 숲 속의 그늘이어서 걷기는 편한 편입니다. 철쭉군락지가 있는 깃대봉(710m) 갈림길을 지나자 포장길이 끝나고 산 속으로 진입합니다. 등산로에는 노란색의 피나물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네요. 조금 더 진행하자 지도에 나오는 상사바위입니다. 현지 안내문을 보면 상사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고 있답니다. "옛적 서질골에 질그릇 굽는 도공 노부부의 예쁜 딸 금녀는 양반집 아들 이도령에 반해 이루어질 수 없는 참으로 애달픈 짝사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도령이 결혼을 하자 지독한 상사병에 걸린 금녀는 봄날 나물 캐러갔다가 큰바위에 이르게 되었는데, 저 멀리 바위 위에서 갓을 쓴 이도령이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여 그곳으로 가려다 그만 바위 밑 소(沼)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후 금녀가 떨어져 죽은 바위를 상사바위, 갓을 쓴 이도령의 허상이 보였던 바위를 갓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방산 등산 진입로
덕천강 방면
포장된 산길
피나물
상사바위
상사바위를 뒤로하고 계속 오르면 굴바위가 있는데 이곳에는 아무런 안내문이 없어 그냥 단순히 굴이 있는 바위인 듯 합니다. 굴바위를 지나면 능선 삼거리(660m)인데 우측의 깃대봉과 연결되는 갈림길입니다. 이곳에서 이방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500m입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고도를 160m만 높이면 되는 비교적 쉬운 길입니다. 이방산(716m) 정상에는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석이 보이는데, 산악회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만 그리 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상에서는 전혀 조망을 할 수 없음이 아쉽습니다.
굴바위
능선 삼거리
이방산 표석
이방산을 뒤로하고 북쪽의 감투봉으로 갑니다. 손장굴 갈림길을 지나 점점 고도를 낮춥니다. 한참을 가노라니 헬기장에서 앞서 간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더군요. 임도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서니 가야할 감투봉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입니다. 이 때 맞은 편에서 오는 등산객 한 명을 만났습니다. 그는 나에게 수양산이 어디에 있는지 묻습니다. 그는 홀로 산행을 하며 등산개념도(지도)도 없이 산에 온 것입니다. 오늘 산악회에서 나누어 준 지도에 의하면 수양산(500m)은 이방산의 남남동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여주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라고 했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 임도를 건너 맞은 편으로 오릅니다. 바로 빤히 보이던 봉우리였음에도 한참을 걸은 다음에야 정상인 감투봉(768m)입니다. 거제의 어느 산악회에서 붙여 놓은 감투봉 안내문이 훌륭한 이정표구실을 하는군요. 감투봉에서도 여전히 조망을 할 수 없습니다.
손장굴 안내문
헬기장
임도의 용감한(?) 등산객과 가야할 감투봉
이제 동쪽의 926봉으로 가야할 차례입니다. 능선 주변에 연분홍의 산철쭉이 곱게 피어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등산로 좌측에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망대를 만났는데 가스로 인해 시야가 희미하여 지리산 자락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길섶에 피어 있는 둥굴레도 고독한 등산객의 길동무가 되어 주는군요. 드디어 926봉입니다. 현지에는 마근담봉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습니다. 아마도 남쪽의 계곡이름이 마근담계곡이어서 이런 이름을 붙인 듯 합니다.
지리산 방면의 조망
둥굴레
마근담봉
웅석봉 능선이 살짝 보이는 곳에 능선 좌측으로 딱바실계곡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는데 이 길이 바로 하산로입니다. 행여나 길이 험하면 어쩌나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급경사도 없고 또 하산로도 상당히 분명해 계곡까지 안전하게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계곡에 도착한 이후부터 다소 희미한 길이 자주 나타나 상당히 주의를 기우려야 합니다. 다행히 산악회 선두그룹이 길의 표시를 잘 해 두어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계곡에는 맑고 풍부한 물이 흐르고 있어 역시 산의 고도가 높은 지리산 자락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비가 내리지 않아 봄 가뭄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곡에 물이 많은 것은 인근에 해발고도 1천 미터가 넘는 육산인 웅석봉(1,099.5m)이 있기 때문입니다.
웅석봉 능선
딱바실계곡 이정표
멋진 이름을 가져도 좋을 만한 폭포를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어나오니 사방댐입니다. 댐 옆에는 웅석봉 인근의 큰들날봉(큰등날봉) 등산안내도가 보이네요. 봉우리 이름도 매우 독특합니다. 사방댐을 지나가니 차량이 다니는 포장도로입니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이곳으로 나들이를 나왔군요. 여기서 59번 국도상의 동촌마을 및 서촌마을로 이어지는 길의 도로명이 "친환경로"입니다. 이런 도로명은 정말 잘못 지은 것입니다. 이 지역의 고유한 지명을 도로명에 반영해 "딱바실로"라고 지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보통명사인 "친환경"을 붙였으니 마을의 전통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담한 전원주택 앞에 세워둔 우편함은 정말 일품입니다.
사방댐
앙증맞은 우편함
59번 국도가 지나가는 홍계교 옆 계림관광농원(계림정 숲) 공터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거의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방산∼감투봉 연계산행을 하며 조망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딱바실골을 걸으며 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을 벗삼은 것은 하계피서지로서도 손색이 없음을 실감했습니다.
계림정 숲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5월 2일 (토)
▲ 등산 코스 : 삼장체육공원-깃대봉갈림길-상사바위-굴바위-능선삼거리-이방산-임도-감투봉-마근담봉
-능선삼거리(웅석봉갈림길)-딱바실골-사방댐-홍계교 계림정 숲
▲ 산행 거리 : 11.2km (GPS 측정)
▲ 산행 시간 : 4시간 5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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