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산 능선에서 바라본 장령산(장룡산, 좌)과 서대산(우)
충북 옥천에는 마성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둘 있습니다. 이중 가장 잘 알려진 마성산(409m)은 옥천읍내 북동쪽에 있습니다. 육영수 여사 생사지가 있는 곳과 가까우며 대청호반에 자리잡고 있어 조망이 매우 좋은 산입니다. 사람들은 주로 북쪽의 이슬봉(450m)과 연계하여 마성산 산행을 합니다. 두 번째는 장령산(장룡산, 656m) 북쪽의 마성산(510m)입니다. 준족들은 남쪽의 천태산(715m)에서 출발하여 대성산(709m)과 장령산을 거쳐 마성산을 종주(이른바 "천대장마")하기도 합니다. 일부에서는 마성산(510m)의 서쪽 해맞이전망대를 "작은 마성산"(335m)이라 부른다고 하더군요. 이를 포함하면 옥천에만 같은 이름의 산이 세 개 있는 셈이어서 매우 헷갈립니다.
오늘은 두 번째의 마성산(510m)을 답사할 계획입니다. 삼성산(303m)에서 출발하여 용봉(437m)을 거쳐 마성산으로 진행합니다. 삼성산 산행들머리는 옥천역 북쪽의 가화현대아파트 102동 옆입니다. 바로 인근에 아담한 향수어린이집이 있으니 이를 기준으로 해도 됩니다. 음식점 흥부네불낙지 옆 계단을 오르면 바로 숲 속으로 이어집니다. 옥천군에서는 삼성산을 체육공원시설로 조성해 안내문을 세워 놓았는데, 산길 곳곳에 다양한 방법으로 체력단련을 할 수 있는 시설물이 있다고 합니다.
산행들머리 가화현대아파트(102동)
향수 어린이집
싱그러운 숲 속 오름길
현대아파트에서 400m를 오르니 능선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삼성산까지의 거리는 불과 300m입니다. 전망대인 정자를 지나면 삼성산성이 있는 삼성산 정상(303m)입니다. 둘레가 900m에 이르는 삼성산성은 삼국시대에 돌로 쌓은 산성으로 남쪽을 방어하기 위한 성이었다고 합니다. 현지에는 산성안내표석 및 정상안내표석이 있는데,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안내표석은 산악회의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표석의 기본을 망각해 너무나도 어지러운 흉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보통 표석 전면에 산 이름과 해발고도를 기록하고 산악회 홍보내용은 뒷면에 기록하는 게 일반상식이거든요.
능선 삼거리 이정표
삼성산성 안내표석
삼성산성 안내문
보기 어지러운 삼성산 정상표석
삼성산을 내려와 용봉으로 갑니다. 용봉까지는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할 정도로 오르내림이 제법 심한 편입니다. 아무리 겉으로는 쉬워 보이는 산줄기도 실제로 별도의 산 이름이 붙은 산을 연결하여 종주하려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용봉을 오르며 뒤돌아보면 지나온 삼성산이 제법 우뚝합니다. 능선 좌측으로는 옥천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지만 가스로 인해 조망이 흐릿한 게 옥의 티입니다. 용봉 정상(437m)에도 삼성산과 마찬가지로 용봉산성 안내표석이 있습니다. 둘레가 250m인 용봉산성도 삼국시대에 쌓은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지역은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역이었을 테지요. 용봉 안내표석은 매우 모범적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가야할 마성산(중앙)과 그 우측의 서대산
옥천읍내
지나온 삼성산
용봉 정상
반듯한 용봉표석
용봉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번에는 동평산성이라는 안내문이 등산객을 맞이합니다. 안내문을 보니 둘레가 247m인 동평산성에서 신라의 토기조각이 발견되어 신라시대에 쌓은 성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등산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서면서 뒤돌아보면 석축을 쌓은 성의 흔적이 지금도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목에 옥천 관광안내지도가 서 있음은 이외입니다. 한적한 길목에 마성산 방면의 이정표도 마음에 듭니다. 가야할 마성산이 상당히 높고 멀게 느껴지는군요. 능선에서 바라보는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904m)의 우뚝한 봉우리가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보입니다.
동평산성 안내문
동평산성 흔적
반듯한 이정표
가야할 마성산(좌)
뒤돌아본 능선 좌측 조망
옥천읍내 전체가 조망되는 헬기장을 지나 계속 고도를 높입니다. 돌멩이 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산의 꼭대기를 돌아가면 마성산 정상(497m)입니다. 헬기장인 정상에 있는 마성산성 안내표석에는 해발고도가 510m로 기록되어 있는 반면 봉우리 바로 밑 돌탑이 있는 곳에 누군가 돌에 쓴 글씨에는 해발고도를 497m로 적어 놓았습니다. "10만도로지도"에도 해발이 497m이지만 글쓴이는 산성안내표석에 따라 마성산의 높이를 510m로 표기합니다.
마성산성 표석
돌탑
돌탑 옆의 이정표
마성산을 내려와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도로가 통과하는 사목재입니다. 이곳은 장령산으로 오르는 제4코스 출발점입니다. 목재계단을 올라 통신철탑과 삼각점이 있는 곳에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삼성산이 펑퍼짐한 모습으로 저만치 서 있습니다. 여기서 한참을 오르면 용암사 갈림길인 능선 삼거리입니다. 이곳은 눈에 익은 곳입니다. 왜냐하면 지난해 1월 남쪽의 대성산에서 출발하여 장령산을 거쳐와서는 여기서 용암사 방면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6시간 동안 산행을 하였기에 이 길을 다시 걸을 필요는 없지만 눈이 내린 1월과 신록의 5월은 그 풍광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일단 장령산 방면으로 진입합니다.
장령산(좌)과 서대산(우)
통신철탑과 삼각점
용암사 갈림길
여기서 왕관바위까지는 암릉길입니다. 군데군데 장령산 자연휴양림 등산안내지도와 현 위치가 잘 표기되어 있어서 등산객들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로프를 잡고 오른 후 뒤돌아보니 지나온 마성산이 엄청 멀리 물러나 있고 그 뒤로는 대전의 식장산 능선이 희미한 산 그리메를 그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능선 좌측으로는 옥천읍내가 내려다보이고 일직선으로 뻗는 경부선철도에는 기차가 내달리고 있는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지나온 마성산
옥천읍내
거북이를 별로 닮지 않은 거북바위를 지나면 내리막에 장령산에서 가장 유명한 왕관바위가 있습니다. 왕관바위에는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어 밑으로 내려가 우회해야 맞은 편으로 갈 수 있습니다. 맞은 편에도 역시 위험구간 출입금지안내문이 있지만 그냥 되돌아선다면 왕관바위의 왕관을 만나지 못합니다. 안전줄을 건너 조금만 안전지대로 들어서면 왕관바위의 전모를 볼 수 있으며, 바위의 좌측 끝에 왕관을 상징하는 익선관의 모양이 분명히 보입니다.
거북바위
왕관바위의 익선관
왕관바위를 뒤로하고 계속하여 장령산 쪽으로 갑니다. 가는 길목의 우측에 장령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탈출로가 있기에 힘들면 언제든 빠지면 그만입니다. 휴양림 갈림길을 지나자 전망대 팔각정입니다. 전망대에서 700m를 더가면 또 휴양림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장령산 정상(656m)까지의 거리는 300m에 불과해 다녀올 수도 있지만 혹시나 시간이 늦어 산악회에 민폐가 될까봐 바로 휴양림으로 내려섭니다. 장령산은 이미 답사하였기에 다시 정상을 밝고 싶은 미련이 없는 탓입니다. 내려서면서 북쪽을 바라보니 마성산 서쪽 국도 37호선이 지나가는 골짜기가 시원합니다. 괴목처럼 생긴 소나무를 지나 점점 고도를 낮추자 급경사에는 목재계단이 이어집니다. 휴양림 산책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와 금천계곡의 출렁다리를 건너니 왼쪽의 대형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뒤돌아본 왕관바위
능선 우측(동쪽) 조망
각시붓꽃
철쭉
전망대
장령산 정상 직전 갈림길
지나온 마성산(우)과 식장산 능선(맨 뒤)
금천계곡의 출렁다리
청정한 금천계곡
오늘 산행에 거의 5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10.4km 산길을 걷는데 이토록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산과 산 사이의 오르내림이 심해 속력을 낼 수 없었던 탓입니다. 사실 삼성산∼용봉∼마성산 길은 매우 쉬울 것으로 가볍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장령산 능선도 정상 직전까지 오르막 일변도여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산행 내내 서대산을 바라보며 걷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대외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산이지만 산 속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풍광과 숲이 속세에 찌던 이방인의 심신을 정화시켜줍니다. 참고로 삼성산∼용봉∼마성산 답사 후 장령산 능선으로 들어서지 아니하고 사목재에서 산행을 종료한다면 3시간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5년 5월 10일 (일)
▲ 등산 코스 : 옥천가화현대아파트-삼성산-용봉-동평산성-마성산-사목재-용암사길림길-거북바위-왕관바위
-전망대-능선삼거리-장령산 자연휴양림
▲ 산행 거리 : 10.4km (GPS 측정)
▲ 산행 시간 : 4시간 50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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