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 북평면에 솟은 백석봉(1,170m)은 오대천을 사이에 두고 가리왕산(1,561m)과 마주보고 있는 산입니다. 오대천변에서 바라보면 흰색의 암봉이 바로 백석봉이며, 오대천변에 수직으로 119m에서 떨어지는 인공폭포인 백석폭포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산행들머리는 백석폭포 인근 주유소가 있는 졸두교입니다(11:08). 이곳에는 "졸드루"라는 좀 보기 드문 이름의 지명이 있습니다. 졸드루라는 말은 작다를 뜻하는 졸과 평지를 뜻하는 드루가 합쳐져 "작은 뜰"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졸드루는 오대천의 오대산 깊은 산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조양강과 합류하는 오대천변에 자리잡은 청정계곡입니다. 정선에서는 이곳에 졸드루 관광농원을 조성하여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졸두교에서 바라본 백석봉(뒤의 암봉)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들어갑니다. 고목으로 변한 밤나무가 세월의 무게를 말해줍니다. 등산로는 예상외로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길은 다시 왼쪽으로 꾸부러집니다. 약 10여분간 걸어가자 너덜지대가 나타납니다. 길이 부드럽다가도 한 순간에 이런 바위덩어리인 너덜이 나타나는 게 신통합니다.
밤나무
너덜지대
제1쉼터는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100일 동안 기도를 드린 후 정암사 수마노탑으로 향했다는 곳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은 전나무(?) 군락지를 통과하자 또 다시 너덜지대가 나오고 이어서 제2쉼터입니다(12:22). 생수를 한잔 마시고는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부터 백석봉 정상까지는 거리가 3.5km 라고 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
이제부터 지루한 오름길이 시작됩니다. 등산로는 곧장 위로 힘들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돌며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또 한차례의 너덜을 통과한 후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자 삼거리 갈림길입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진입하여 부드러운 길을 오르니 드디어 백석봉(1,170m)입니다. 정상에는 백석봉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규격이 너무 커서 봉우리의 경관과 어울리지 않습니다(13:20).
백석봉 정상 이정표
정상에 서니 오대천변은 수직의 절벽이라 아찔합니다. 혹자는 비행기를 탄 것처럼 고도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그동안 고층아파트의 높이에 단련되어 상당히 익숙해 졌습니다. 맞은편 서쪽으로 크고 부드러운 가리왕산(1,561m)과 그 우측으로 중왕산(1,376m)이 드러누워 있습니다.
서쪽의 가리왕산
남쪽 전경
정상에서 요기를 하고는 삼거리로 뒤돌아와 직진합니다. 이 능선의 최고봉인 1238봉은 백석봉보다 해발고도는 높지만 조망이 없기 때문에 정상의 위치도 빼앗겨 버리고 황병지맥의 한 높은 봉우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14:06).
1238봉
겨우살이 이정표를 지나 북쪽에 위치한 갈미봉(1,264m)에서 오는 등산로와 합류되는 지점에서 우측으로 조금 내려서니 1140봉 쉼터입니다.
벌써 단풍으로 변하는 나무
여기서부터 하산을 서두릅니다. 부드러운 길로 이어지는 듯 하더니 그만 자갈길로 변합니다. 이토록 불편한 길은 먼골을 따라 물레방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고도가 차츰 낮아지면서 물의 양은 점점 많아져 때로는 와폭을 이루기도 합니다.
너덜지대에 두 기의 돌탑이 있어 정선산악회에서 참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물레방아에 도착하니 여러 기의 돌탑이 보입니다.
나무잎도 돌연변이가 있는지
정선산악회의 돌탑
물레방아
그 아래 항골계곡에는 아예 항골돌탑공원이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수많은 돌탑이 소망의 탑이라는 형태로 들어서 있어 장관입니다. 수백 개의 돌탑과 항아리에 담은 축원이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곳입니다. 주차장을 지나 항골가든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16:08).
소망의 탑
항골계곡에는 유리알처럼 맑은 물이 새처럼 지저귀며 흘러갑니다. 탁족을 하니 심신의 피로가 풀림은 물론 등산으로 찌든 때가 말끔히 씻겨집니다.
항골계곡은 나전광업소가 있어 한때는 광부들로 넘쳐 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광산이 폐쇄된 이후 나전광업소는 한국폴리텍대학 정선캠퍼스로 변했고 광산으로 시커멓게 물들었던 계곡도 되살아나 이제는 청정계곡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복원력과 치유력은 이토록 대단한 것입니다.
항골계곡의 옥수
산악회에서 지정한 식당에서 닭도리탕으로 식사를 합니다. 반찬이 자그마치 10가지인데 모두가 입에 잘 맞습니다. 등산을 와서 이토록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오늘 산행 중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만났습니다. 투구꽃, 방아풀, 단풍취, 수염며느리밥풀꽃, 미역취, 까실쑥부쟁이, 눈괴불주머니, 병조희풀, 좁쌀풀, 달맞이꽃 등입니다.
투구꽃
방아풀
단풍취
수염며느리밥풀꽃
미역취
까실쑥부쟁이
눈괴불주머니
병조희풀
좁쌀풀
달맞이꽃
《등산 개요》
△ 등산일자 : 2008년 9월 7일 (일)
△ 등산코스 : 졸두교-제1쉼터-제2쉼터-삼거리-백석봉정상-삼거리-1238봉-
1140봉 쉼터-먼골-물레방아-항골돌탑공원-항골가든
△ 소요시간 : 5시간
△ 산행안내 : 서울마운틴클럽.
☞ 스크랩 안내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enn1570)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녀봉의 빛나는 조연, 두무산과 오도산 (12) | 2008.09.22 |
---|---|
해발 1,100m서 만난 반가운 코스모스 (16) | 2008.09.19 |
암팡진 상해봉, 두루뭉실한 광덕산 (1) | 2008.09.18 |
연인들이 좋아할 키스하는 바위 (25) | 2008.09.16 |
관악산 사당능선과 연주대의 암릉 (10) | 2008.09.15 |
내동산에서 바라본 마이산 황홀해! (13) | 2008.09.09 |
산중미인인 설악산 서북능선에 서서 (10) | 2008.09.08 |
십이폭포를 품고 있는 성치산과 성봉 (6) | 2008.09.07 |
별난 산이름 설악산 귀때기청봉 (9) | 2008.09.05 |
여우머리를 닮은 고사목 등걸 (19) | 2008.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