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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무산에서 바라본 거창 가조벌판
 

세 번씩 오르내린 두무산∼오도산∼미녀봉



경남 거창군과 합천군 경계에 있는 두무산(1,034m)은 밑에서 올려다보면 정상 언저리에 늘 안개가 자욱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두무산 남남서쪽에는 오도산(1,134m)이 있고, 서쪽에는 미녀봉(930m)이 있습니다. 이 세 개의 산중에서 단연 화제의 산은 미녀봉입니다. 미녀봉은 남에서 북으로 뻗은 산의 능선이 여인이 머리를 풀고 누워 해산하는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산입니다.

거창군 홈페이지에 게재된 미녀봉에 관한 글을 한번 볼까요! 
미녀봉은 창날처럼 우뚝우뚝 솟은 오도산으로 발을 뻗고 숙성산을 향해 긴 머리카락을 흘러내리며 누워있는 모습이 신비롭다. 미녀가 뻗은 발을 무뚝뚝하게 내려다보는 두무산, 미녀 무릎 옆에 앉아 명상에 잠긴 오도산, 미녀 머리 위로 날아 오르는 비계산, 멀리서 지켜보는 근엄한 의상봉, 우뚝 서서 호위하는 늠름한 장군봉 등이 주위를 완벽하게 장식해 미녀의 산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자, 오늘은 주인공인 미녀봉을 빛나게 조연하는 두무산과 오도산 그리고 미녀봉을 한꺼번에  답사하러 나섭니다. 88올림픽고속국도 가조나들목을 빠져 나온 등산버스가 일반국도를 타고 정차한 곳은 산재치입니다.(11:26). 바로 금년 개장한 아델스코트 CC 입구입니다.


골프장 표석


골프장 표지석을 뒤로하고 우측의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등산로가 잘 보입니다. 송이버섯을 재배하는 지 등산로를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다가 좌측으로 꼬부라져 가니 벌초가 잘 된 묘지입니다.

묘지를 지나니 뜻 밖에도 골프장 가장자리로 연결됩니다. 그늘 집을 지나자 쇼트 홀에서 골퍼들이 우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골프장 북쪽에는 비계산이, 남쪽에는 우두산이 자리하고 있어 전망이 매우 좋은 마운틴 코스입니다(11:57). 한때는 글쓴이도 골프에 미쳤었지만 등산을 좋아하고 난 후로는 시들해 졌습니다. 골프를 즐길 재정능력이 없는 게 좀더 솔직한 이유입니다.


골프장 뒤로 보이는 비계산


골프장 클럽하우스
 


오른쪽으로 진입해 어렵사리 희미한 등산로를 발견합니다. 고도를 높임에 따라 너덜길로 이어져 숨소리가 가빠집니다. 이와 같은 너덜길은 등산객들이 가장 싫어하지만 산을 다니다보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여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골프장을 출발한지 약 50분만에 두무산 정상에 도착합니다(12:50).



정상 이정표를 산뜻하게 만들어 세워 두었지만 정성표석보다는 좋지 않습니다. 산의 정상에는 모름지기 자연석으로 만든 표석이 제일 반갑습니다. 북서쪽으로는 비계산(1,130m)이 우뚝하고 북쪽으로는 매화산(955m)이 아련합니다. 남서쪽으로는 미녀봉이 드러누워 있는 가운데 곧 가야할 오도산은 그 정상만 겨우 보입니다.



가야할 미녀봉 능선

               

이제 오도산으로 갈 차례입니다. 등산로가 분명해서 좋습니다. 능선을 가며 두무산 신선의 통시바위를 지나갑니다(13:00). 통시는 경상도 말로 변소를 뜻합니다. 근처의 바위가 재래식 화장실의 용변 보는 곳처럼 생겼습니다. 현장의 해설문을 읽어봅니다. 두무산 신선이 합천군 묘산을 바라보면서 큰 일을 보았으므로 묘산에는 신선을 닮아 인물이 많이 나고, 뒤쪽의 거창 가조는 농토가 비옥하여 부자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신선이 사용한 통시바위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던 등산로는 두산지움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경사면으로 내려섭니다. 정상에서 약 480m를 내려와서는 오른쪽이 토벽(土壁)으로 된 길을 갑니다. 다시 시작된 오르막길. 끝이 보이지 않는 무척 지루한 길입니다. 벌써 붉은 색으로 변한 나뭇잎도 보입니다. 모처럼 조망이 터져 뒤돌아보니 지나온 두무산과 골프장이 멀리 비켜 서 있습니다.





드디어 오도산(吾道山) 통신철탑 아래 차도에 도착합니다(14:40). 두무산을 출발한지 1시간 50분만입니다. 해발 고도를 크게 낮추었다가 다시 오르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 것입니다. 철탑으로 가면 정상표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를 확인도 하지 아니하고 사람들과 함께 남쪽 끝의 도로에 섭니다.

길섶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뒤로 보이는 합천호와 가야할 미인봉, 유방봉, 숙상산 능선이 멋진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북서쪽의 비계산 좌측으로 보해산과 금귀산이 우뚝합니다.


합천호 조망


정상으로 접근하는 도로


오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비계산 능선 



날씨가 좋으면 정상일대에서 지리산을 비롯해 수도산, 가야산, 자굴산, 황매산, 덕유산, 백운산, 계관산, 황석산, 기백산이 사방으로 거대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지만 오늘은 가스가 끼어 먼 곳은 보이지 아니합니다.

오도산은 도선국사가 깨달음을 얻었던 곳으로 숙성산 정상에서 이 산을 보면서 산의 기운과 형상에 도취되어 꼬박 일주일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를 본 주민들이 도선이 잠든 것이라 여겨 숙성산 정상을 성수단(聖睡壇)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가로질러 내려서니 정상서 빤히 보이던 차도입니다. 차도를 약 100여 미터 걸어가다가 이정표를 보고 미녀봉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또다시 시작된 내리막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어차피 세 개의 산을 타기로 작심하고 왔으니 이 정도의 오르내림은 각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등산로는 매우 뚜렷합니다. 갈림길을 지나 다시 오릅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오도산의 통신시설물과 암괴가 모인 너덜이 흡사 설악산 귀때기청봉의 악명 높은 너덜을 보는 듯 합니다.


미녀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오도산
 


간간이 보이는 비계산의 능선을 보며 이제는 상당히 무거워진 다리를 들어오리니 정상표석이 반겨주는 미녀봉입니다(16:12). 이곳은 약 1개월 전 다녀간 곳이라 매우 친숙합니다.


마지막 잎새(?)



여기서부터는 안면 있는 길이어서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좌측으로는 합천군 오도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지실골을, 우측으로는 거창군 가조벌판을 보며 걷습니다. 문재산(미녀봉) 표석이 방치되어 있는 곳을 지나자 헬기장과 묘지인데 지난번은 잡초로 무성했으나 이젠 말끔하게 벌초가 되어 있습니다.


지실골의 모습


                      오도산 상공의 새털구름(?)
 

                      방치된 이정표


유방봉으로 오르는 잘록이에서 우측으로 내려섭니다. 시간도 많이 경과되었고 이미 답사한 곳이라 다시금 만용을 부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이 거의 없는 유방샘을 지나 당산나무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진행하면 음기마을로 하산하지만 산악회의 안내에 따라 임도처럼 생긴 길로 진입합니다.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가 간벌을 하지 않아 말라죽은 모습입니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개체수가 너무 많으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하산하면서 뒤돌아보면 미녀봉의 모습이 분명합니다. 다만 유방봉이 머리부문과 너무 가까이에 위치한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산의 능선에서 팔등신미녀를 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미녀봉(좌측이 하복부, 우측이 머리부문)


큰길을 계속 가노라니 석강농공단지의 울타리입니다. 우측으로 돌아서서 담장을 끼고 갑니다. ㅁ자로 된 울타리를 두 번 돌아 농공단지의 중앙출입로를 통과해 입구로 나옵니다. 현재 거창예술전문학교로 변신한 폐교된 석강초교입니다(17:40).


              거창예술전문학교 교정


오도산은 폭포골과 지실골 같은 계곡을 품고 있어 여름철 좋은 산행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세 개의 산을 종주하며 능선만 탔기에 물은 구경도 하지 못한 채 하산하고 맙니다.   

등산을 하며 구절초, 개쑥부쟁이를 자주 보았고 까실쑥부쟁이, 촛대승마 및 진범도 눈에 띄었습니다. 


             구절초
 

           까실 쑥부쟁이

                                  촛대승마

1개월 전 이 농공단지 중앙도로를 따라 들어가니 공장의 수위가 안쪽은 등산로가 없으므로 우측의 음기마을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공단의 담장을 끼고 좌측으로 들어가면 굳이 음기마을로 가지 않더라도 아까 지나온 당산나무까지 진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중간에 들어가는 길이 여러 갈래라서 초심자는 헷갈리기가 쉽습니다. 따라서 산행들머리는 교회가 보이는 음기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8년 9월 17일 (수)
△ 등산 코스 : 산재치-골프장-두무산-두산지음재-오도산-차도-갈림길-미녀봉-
                     유방봉 갈림길-유방샘-당산마무-석강농공단지-석강초교

△ 등산 거리 : 약 12km
△ 소요 시간 : 6시간 14분
△ 산행 안내 : 정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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