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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국토의 3분의 2가 산지인 산악형 국가여서 그런지 산을 오르면 한반도지형(지도)의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볼 수 있는 조망명소가 여럿 있습니다. 정선 상정바위산과 영월 선암마을, 영동 월류봉, 안동 천지갑산에서는 한반도 입체지도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옥천 둔주봉과 정선 병방산에 오르면 동해와 서해가 서로 뒤바뀐 영락없는 한반도지형이 보입니다.
그런데 순창 무직산에서도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다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 나섭니다. 전북 순창군 구림면 소재 무직산(珷織山, 579m)은 옥돌로 짠 산이라는 의미로 능선을 걷노라면 옥새바위(옥새봉 또는 코끼리바위), 사람 얼굴모습의 스핑크스바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치천 물줄기가 휘돌아 감도는 호정소 주변 하천을 따라 수변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무직산 능선에 올라 전망대에 서면 놀랍게도 U자형으로 흐르는 치천이 만드는 한반도지형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명산입니다.
무직산의 산행들머리는 순창군 구림면 금천리 소재 금평마을회관 인근 금평교입니다. 치천이 놓인 금평교 남단에는 호정소 수변산책로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는데, 무직산 정상은 지도상의 남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천변의 둑길을 조금 가다가 호정소 등산로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진입합니다.
숲속으로 들어서니 바로 오르막이로군요. 송전철탑을 지나 뒤돌아보니 방금 출발한 금평교 너머 금평마을이 잘 조망됩니다. 고도를 점점 높이면서 큰 바위를 우회해 오릅니다. 이 바위가 바로 옥새비위(옥새봉, 385m)인데요. 현지에 옥새바위를 알리는 어떠한 안내문도 없어 실망했습니다. 옥새바위를 지나 뒤돌아서 보는 바위의 형상은 마치 주변머리가 없는 대머리 형상 같은데 나중에 한반도지형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마치 한 마리의 코끼리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 같더군요.
옥새바위를 뒤로하고 계속해 고도를 높이면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니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없는 봉우리를 넘어 목책계단을 내려 선 후 다시 오릅니다. 큰 바위사면에 설치된 목책계단을 힘겹게 오르니 바로 조금 전 보았던 한반도지형 전망대입니다. 전망데크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있더군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비록 완벽한 한반도지형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지도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지나온 능선의 옥새바위가 이곳서 보니 코끼리를 닮았군요.
전망대를 뒤로하고 능선길을 계속 갑니다. 점점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발걸음이 무거워지는군요. 노송군락지를 지나 경사가 심한 목책에 걸린 안전로프구간을 치고 올라 산 속에서 처음으로 이정표를 만났는데, 낡아서인지 유감스럽게도 이정표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비교적 편안한 길을 500m 걸어가니 산불감사초소가 있는 무직산(579m)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직사각형의 막대형 화강암에 이름을 새긴 표석이 있는데 기념사진 촬영용으로는 한마디로 빵점입니다. 감시초소 옆 이정목에 누군가 붙여놓은 안내문이 그나마 도움이 되네요. 정상에서는 조망을 할 수 없음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상에서 수평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갑니다. 능선 끝에 두 번째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도 방향이 다른 한반도지형을 볼 수 있으며, 특히 북쪽으로 회문산(551m)의 여러 봉우리들이 손에 잡힐 듯 늘어서 있습니다. 지나온 옥새바위능선도 선명하군요.
전망대에서 목책계단을 내려섭니다. 계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산의 바다가 넘실거리는 것 같습니다. 계단을 내려서니 길목에 일명 스핑크스바위가 시선을 압도합니다. 어떤 이는 할매바위라고도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 그냥 얼굴바위라고 부르면 좋겠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영락없는 사람의 두상이니까요.
하산길에 보이는 바위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다가 안전목책이 있는 길을 내려갑니다. 산죽군락지를 지나면 길목에 큰 바위가 가로막는데요. 이곳은 꼭 오르기 바랍니다. 이곳에 오르면 암릉에 설치된 안전시설(적색철책) 주변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봉을 내려와 암릉구간을 조심스럽게 지나갑니다. 그래도 안전철책이 있어 비교적 쉽게 위험구간을 벗어나는군요. 이곳에서는 고도가 한결 낮아진 상태에서 호정소둘레길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조망도 거의 없은 지루한 하산길이 이어지다가 숲속을 벗어나면 바로 호정소둘레길입니다.
치천변에 도착해 좌측으로 갑니다. 치천에 놓인 잠수교형식의 다리를 건너 도로를 따라 가면 목적지가 가깝지만 우리는 호정소둘레길을 끝까지 답사합니다. 논의 벼는 황금들판을 만들고 아까 지나온 옥새바위는 저만치 물러나 있습니다. 치천 중에서 물이 가장 많은 호정소에 도착했습니다. 현지 안내지도를 보니 이곳에 공룡발자국이 있다지만 필자 같은 범인(凡人)의 눈에 보일 리가 만무하지요. 이곳 호정소에서부터는 절벽 아래로 목책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걷기가 매우 편합니다. 긴 데크길을 지나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 같은 산책로를 따라 가노라면 출발점인 금평교입니다.
오늘 약 7km를 걷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순창의 산들은 산세가 아름다워서인지 등산로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한반도지형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가는 오름길은 제법 가팔랐고, 하산길은 일부 안전시설을 제외하고는 자연그대로의 길이어서 발걸음을 조심해야 할 구간입니다. 그렇지만 순창에서 만난 한반도지형을 그럴듯했고, 호정소둘레길은 편안했습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한반도지형은 모두 답사했는데 또 어디서 새로운 뉴스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등산 개요》
▲ 일자 : 2021년 10월 3일 (일)
▲ 코스 : 금평교-옥새바위(옥새봉)-한반도지형전망대-무직산-제2전망대-암릉구간
-호박소둘레길-호박소-금평교
▲ 거리 : 7.3km
▲ 시간 : 3시간 1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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