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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하장면 및 미로면에 걸쳐 있는 두타산(1,353m)은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청옥산(1,404m)과 마주 보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형성하는 명산으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타산은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지어진 이름으로서, 산 이름인 두타(頭陀)는 불교용어로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佛道)수행을 닦는다는 뜻입니다. 두타산은 가을단풍이 매우 유명하며 제왕운기를 저술한 이승휴의 유허지인 천은사, 삼국시대에 축조되었다는 두타산성, 무릉반석과 폭포가 있는 무릉계곡 등 빼어난 산세와 문화유적으로 등산객들이 즐겨 찾고 있는 명산입니다.
베틀봉(786m)은 두타산의 북쪽 무릉계곡의 좌측에 위치하고 있는데, 두타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기암괴석군이 많은 곳이지만 산세가 워낙 험준해 그간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입니다. 동해시와 동부지방산림청이 공동으로 이곳 등산로를 정비하여 “베틀바위 산성길”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8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개방해 이제는 보통사람들도 안전하게 험준한 암릉구간의 비경을 만끽할 수 있는 인기등산코스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금년 6월 당국에서는 베틀바위를 시작으로 수도골 및 박달령 입구를 지나 쌍폭포로 연결되는 총연장 5.34㎞의 순환 등산로코스 조성사업을 완공했습니다. 따라서 베틀봉에서 박달령 일원에 자리 잡은 두타산 협곡 마천루 길을 추가로 개방해 전 구간을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무릉계곡 신선봉 맞은편 박달령 일원에 자리 잡은 두타산 협곡 마천루는 기암절벽이 사방으로 둘러싸여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데 이곳에 500m길이의 데크와 계단 및 전망대 등을 설치해 마천루에 서면 신선봉과 용추폭포, 박달계곡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천루 협곡은 베틀봉과 쌍벽을 이루는 절경으로 두 곳을 이어서 답사할 수 있기에 등산객들에게는 꿈의 코스라 할 것입니다.
산행들머리는 무릉계곡 주차장입니다. 무릉계곡은 두타산(1,357m)과 청옥산(1,256m) 및 고적대(1,354m)에서 발원한 계류들이 흐르는 골짜기로서 호암소부터 쌍폭포까지 약4㎞의 계곡으로, 산수의 풍치가 절경을 이루어 소금강이라고도 불리며 일찍이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곳입니다.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은 신선이 사는 곳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일명 무릉도원이라고도 합니다. 무릉계곡 입구를 지나 호암소가 있는 제3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상가가 들어서 있는 무릉계관리사무소(매표소)를 지나 신선교를 건너면 좌측에 베틀바위 산성길 등산로 입구가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베틀봉 코스를 이미 다녀왔기에 이번에는 협곡 마천루만 답사할 계획이어서 삼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합니다.
이어서 무릉반석 관련 안내문이 나오는데요. 넓은 무릉반석은 무려 1,500평 규모로 반석 위에는 이곳을 찾은 시인묵객들이 음각해 놓은 여러 글씨체가 있습니다. 이 중 압권은 무릉선원(武陵仙源), 중대천석(中臺泉石), 두타동천(頭陀洞天)이라는 글씨로 무릉선원은 도교사상을, 중대천석은 유교사상을, 두타동천은 불교사상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길목에는 이 글씨의 모형석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단원 김홍도도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군요. 무릉반석은 동해10경에 포함(제6경)되어 있는 명소입니다.
이어지는 금란정은 화강석 위에 목조 원기둥을 세운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규모의 정자입니다. 이는 일제강점기 삼척지방의 유생들이 향교의 폐강에 항의해 정자를 건립하고자 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후학들이 뜻을 모아 해방이후(1947년) 건립한 정자로 현재의 정자는 1958년 이곳으로 이전한 것입니다.
삼화사 일주문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천년고찰 삼화사인데요. 삼화사는 642년(신라 선덕여왕 11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귀국한 후 두타산에 이르러 절을 지은 것이 삼화사의 창건이라 하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864년(경문왕 4년) 범일국사가 절을 다시 짓고 삼공암(三公庵)이라 하였으며 고려 태조 때 삼화사로 개칭한 천년고찰입니다.
삼화사를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 관음암 갈림길과 학소대를 지나갑니다. 학소대 상류의 동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지나가면서 이룬 폭포가 학소폭포이며, 폭포의 바위에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하여 학소대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당국에서는 위쪽 암반위에 두 마리의 학 조형물을 설치해 둔 모습입니다.
관음폭포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길림길인데요. 여기서 일명 비상대피로라는 좌측의 등산로로 오르면 두타산성을 거쳐 베틀바위 전망대로 가거나 또는 두타산성 위쪽 산성십이폭에서 협곡 마천루로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쌍폭포 방향으로 직진하는데 계곡길은 점점 완만한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얼레지 쉼터를 지나 용추폭포 이정표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무릉계곡 명승지인 병풍바위와 장군바위를 소개하는 안내문도 있군요.
이어서 선녀탕 위 철제다리가 있는 삼거리인데요. 이곳에서 좌측의 계단을 오르면 목적지인 협곡 마천루로 가는 길이고, 다리를 건너면 무릉계곡 최고의 명소인 쌍폭포와 용추폭포가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는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이 두 개의 폭포는 반드시 보아야합니다. 특히 우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쌍폭포는 두타산과 청옥산에 이르는 능선 밑에서 발원하여 박달골과 통수골을 거쳐 흘러내린 물과 청옥산에서부터 고적대에 이르는 능선 밑에서 발원하여 바른골로 흘러내린 물이 사원터를 지나 두 물줄기가 합치는 곳으로 쏟아지는 폭포입니다.
쌍폭포 바로 위쪽에는 용추폭포가 있는데요. 용추폭포는 상폭, 중폭, 하폭의 3단폭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폭 앞 바위에는 암각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폭포(하폭)의 철다리에서 하늘 위를 쳐다보면 곧 가야할 마천루 바위 꼭대기에 발바닥 바위가 바라보입니다. 그러나 현지에 안내문이 없었더라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테지요. 일명 만물상이라는 바위에 곧 가야할 협곡 마천루의 전망대 데크가 있군요.
선녀탕 삼거리로 되돌아와 협곡마천루로 향하는 계단을 오릅니다. 쌍폭포가 보이는 곳에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적혀 있네요. 돌계단을 지나면 철계단인데 이 계단은 이미 설치된 지가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 새로운 협곡마천루길을 놓기 이전에도 이곳에 등산로가 있었다는 말이로군요. 철계단 우측 계곡 너머로 보이는 바위는 모두 병풍바위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긴 오르막 철계단을 오르면 협곡 마천루는 400m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잠시 후 드디어 새로 조성한 나무데크길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데크길과 거대한 암벽의 위용이 정말 장관이네요. 위쪽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올려다보면 데크로드는 바위벼랑에 설치한 잔도(棧道)로군요.
데크길이 수평으로 이어지는 곳에서면 저 멀리 두타산과 청옥산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요. 이곳의 볼거리는 무엇보다도 직각의 바위에 올려 져 있는 고릴라바위입니다. 정말 생긴 모습이 고릴라를 닮았네요. 고릴라 바위 우측 계단을 오르면 아까 용추폭포에서 올려다 보았던 전망대입니다. 전망대(해발고도 470m)가 있는 이곳은 바위군이 금강산처럼 아름다워 일명 금강산 바위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곳에 서면 두타산-청옥산의 능선과 용추폭포가 살포시 내려다보이는 조망명소입니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이 바위 위쪽에 발바닥바위가 있겠지요.
조금 전 고릴라 바위 우측 계단을 올라오는데 계단 옆 암봉에서 어떤 남성이 지극한 정성으로 연신 굽신거리며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아까 필자 앞으로 가던 분입니다. 배낭에 작은 태극기 로고가 있는 것으로 보아 범상한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요. 이 분은 "오늘 이 산을 찾은 모든 등산객들이 무탈하게 산행을 마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산신령님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요지의 기도를 드립니다. 필자는 지나가면서 발길을 멈추고는 "오늘 저는 선생님 기도덕분에 무사히 이곳까지 왔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그분은 안전산행하라고 대답하더군요. 세상에는 이토록 마음이 착한 분들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두타산성과 베틀바위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직립한 바위 아래로 등산로가 통과하는군요. 그런데 여기서 어린 남매(7세 아들, 9세 딸)를 데리고 걷는 부부를 만났습니다. 딸은 힘들다며 그만 가자고 하는데 아들은 괜찮다며 씩씩하게 걷습니다. 겨우 7살 난 아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이런 험지로 어린이를 데리고 왔느냐고 물으니 아들은 5세 때부터 산을 다니기 시작해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모녀는 일단 뒤돌아 가지만 부자는 계속 앞으로 갑니다. 부자는 내친 김에 베틀바위 산성길까지 종주한다는군요. 필자가 걱정을 했더니 건장한 남성(아이 아버지)은 아들이 힘들어하면 업고 가면 된답니다.
큰 바위 아래에는 움푹 들어간 넓은 공간이 있는데 불자는 아니지만 이런 곳에 불상을 모셔두면 영험있는 기도처로 인기가 높을 듯 합니다. 잠시 후 등산안내도에 나오는 수도골 석간수입니다. 바위 홈 안쪽 깊은 곳에 석간수가 나오는 데 한 모금 마셔도 별로 시원하지가 않더군요. 지나는 길목의 바위는 범상치 않은 모습입니다.
낭떠러지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산성십이폭포의 물길이 선명합니다. 건기에 보면 그냥 바위만 보일테지요. 나무데크길을 넘어가면 산성십이폭포인데요. 여기서는 폭포의 바위사면을 가로질러 건너야합니다. 이곳은 베틀바위 산성길과 협곡마천루를 이어주는 주요한 길목인데요. 우기에 비가 내려 골짜기에 물이 많을 경우 건너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더군요. 앞으로 추가로 비용이 들더라도 사계절 폭포의 바위사면을 건널 수 있는 구름다리는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계곡을 건넌 후 두타산성 또는 거북바위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거북바위는 암군이 있는 곳의 바위 꼭대기에 새끼바위 한 마리가 기어가는 형상인데요. 잘 관찰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습니다. 여가서 올려다보면 방금 건너온 십이폭포의 상류에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두타산성 쪽으로 내려섭니다. 이제부터 하산완료지점까지의 길은 지난해 10월 베틀바위 산성길을 답사하면서 지나갔기에 눈에 익은 길입니다. 삼국시대인 102년(신라 파사왕 23년)에 처음 쌓았다고 전해지는 두타산성은 1414년(조선 태종 14년) 삼척부사 김맹윤이 높이 1.5m, 둘레 2.5km의 산성을 다시 쌓았다고 하며,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곳에 쳐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산성으로 피난하였습니다. 이 고장 사람들은 의병을 조직해 일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는군요. 현재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는 곳은 두타산 조망대인데요. 박달골 뒤로 보이는 산세가 매우 웅장해 보입니다. 그런데 소나무 바로 옆에 뒷모습이 보이는 명품 백곰바위가 숨어 있으니 잘 찾아보기 바랍니다. 여기서 비상대피로를 따라 상당히 가파른 길을 내려선 후 무릉계곡을 거처 무릉계곡 일주문이 보이는 제1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오늘 약 9km를 걷는데 4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지난해 답사한 베틀봉(베틀바위 산성길)은 삐죽삐죽한 바위가 솟아있는 섬세한 아름다운 명소였다면 협곡 마천루는 넓은 계곡사이로 마천루처럼 솟은 바위절벽에 길을 내어 웅장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마천루의 원래 의미는 하늘을 찌를 만큼 높은 건물이나 탑 또는 기둥이라는 뜻입니다. 마천루 협곡을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부른다지요. 다만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은 대평원의 침하로 생성된 것인 반면 두타산 마천루 협곡은 지층의 융기로 생긴 게 다른 점입니다. 이제 두타산의 새로운 명소인 베틀봉과 협곡 마천루답사로 버킷리스트 하나는 이룬 셈이로군요.
두타산 베틀봉을 자세히 보려면 다음 글을크릭하세요.
《두타산 협곡 마천루 산행개요》
▲ 일자 : 2021년 8월 29일 (일)
▲ 코스 : 무릉계곡주차장(호암소)-매표소-베틀봉 등산로 입구-삼화사-금란정-학소대
-두타산성 등산로(비상대피로)입구-선녀탕-쌍폭포.용추폭포(왕복)
-협곡마천루입구-고릴라바위-마천루 전망대-석간수-산성십이폭포
-두타산성-백곰바위(거북바위)-비상대피로-무릉계곡-매표소-제1주차장
▲ 거리 : 9.2km
▲ 시간 : 4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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