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봉에서 바라본 충주호
옥순봉에서 바라본 옥순대교
구담봉에서 바라본 장회나루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8곳의 명승지인 단양팔경은 상선암(上仙巖), 중선암(中仙巖), 하선암(下仙巖), 구담봉(龜潭峯), 옥순봉(玉筍峯), 도담삼봉(島潭三峯), 석문(石門), 사인암(舍人巖)을 말합니다.
충주호반의 구담봉(330m)과 옥순봉(286m)은 단양팔경 중 제1경과 제2경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산세와 조망을 자랑합니다. 장회나루에서 충주호 유람선을 타면 호수주변의 산을 소개하는데, 다른 산은 모두 오를 수 있지만 구담봉과 옥순봉은 유람선을 타야만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감상하는 풍광도 매우 빼어나지만 두 산에 직접 올라 충주호를 조망하는 경치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숨이 막히기 때문입니다.
유람선을 타고 두 산을 바라보면 전혀 오르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구담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도봉산 포대능선처럼 가파른 철책구간을 통과해야 하므로 노약자는 답사하기 어렵습니다.
산행들머리인 36번 국도상의 겨란재에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옥순봉을 복사해서 걸어놓았군요. 비교적 넓은 등산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길 주변에는 애기똥풀과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 길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겨란재의 김홍도 그림
부드러운 진입로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측의 옥순봉을 향해 갑니다. 드디어 충주호가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갈림길에서 900m 거리에 위치한 옥순봉 오르니 그야말로 조망이 거침이 없습니다. 충주호 건너 동쪽으로는 말목산(710m)이 동북쪽에는 가은산(575m) 그리고 북으로는 금수산이 보이는데, 동쪽으로 이어진 충주호 위에 유람선이 떠다니며 물살을 가르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옥순봉을 알리는 나무말뚝이 약간은 어색할 지경입니다.
삼거리 갈림길
옥순봉 정상
옥순봉이라는 이름은 퇴계 이황 선생이 "단애를 이룬 석벽이 마치 비가 온 뒤에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 순과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충주호 유람선을 타야 합니다.
충주호 유람선에서 바라본 옥순봉의 단애(김홍도의 그림모델)
정상을 내려오면서 좌측의 바위능선으로 들어섭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동쪽의 전망도 매우 빼어납니다. 능선 끝으로 나와 살짝 아래로 내려서면 옥순대교 전망대입니다. 물론 능선 위에서도 옥순대교를 볼 수 있지만 대교의 두 주탑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찾아야 합니다. 마침 유람선 한 척이 대교를 향해 나아가고 있군요. 그동안 옥순대교는 여러 방향에서 본 적이 있지만 옥순봉에 올라 옥순대교를 조망하니 정말 가슴 뿌듯합니다.
동쪽의 조망
옥순대교의 모습
삼거리 길림길으로 되돌아 나와 구담봉으로 갑니다. 거리는 600m이지만 매우 험한 오르내림을 해야 하므로 만만치 않은 길입니다. 해발 335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가야할 구담봉을 바라보면 그냥 평범한 능선으로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됩니다.
가야할 구담봉
첫 번째 봉우리를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며 좌측을 바라보면 영락없는 남근석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고개를 바로 돌려 쉼터에 오르면 이제는 마이산의 축소판처럼 쫑긋한 말의 귀를 닮은 바위가 앙증맞게 서 있습니다.
남근석
마이산의 축소판인 바위(꼬마 마이산)
충주호 유람선 선착장인 장회나루 뒤로 제비봉(721m)이 우뚝하고 그 맞은 편에는 말목산(710m)이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서로 기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드디어 공포의 오르막이 바라보입니다. 쇠 철책을 잡고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흡사 스파이더 맨과 같습니다.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말목산(좌)과 제비봉(우)
스파이더 맨 같은 등산객들
안부에 내려서 위를 올려다보니 정말 까마득합니다. 그렇지만 체중을 지탱할 수 있는 팔의 힘만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르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니 드디어 정상입니다. 단양군에서 반반한 정상이정표를 세워놓았군요. 꼭대기는 좁은 암릉이어서 그 아래에 이정표가 있습니다.
공포의 오르막 길
구담봉 정상 이정표
구담봉은 깎아지른 듯한 장엄한 기암절벽 위의 바위가 흡사 거북을 닮아 이름지어진 바위입니다. 꼭대기에 오르니 바로 앞에 제비봉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지나온 옥순봉이 평범하게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비록 희미하게나마 충북의 명물 월악산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구담봉에서 본 장회나루와 제비봉
뒤돌아본 월악산
정상에서 실컷 조망을 즐기다가 장회나루로 하산합니다. 화사한 각시붓꽃은 도처에 피어 있지만 좀처럼 보기 드문 큰구슬봉이를 만난 것은 행운입니다. 장회나루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겹벚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습니다. 교량을 건너며 충주호와 방금 하산한 구담봉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각시붓꽃
큰구슬봉이
겹벚꽃
충주호와 구담봉(좌측 뾰죡봉)
오늘 두 산을 답사하는데 겨우 3시간 정도 결렸습니다. 준족들은 산행시간이 짧다면서 제비봉으로 오르지만 글쓴이는 이미 두 차례나 답사했으므로 충주호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비록 해발고도는 낮지만 주변의 조망이 매우 좋으므로 등산에 관심이 있은 사람은 반드시 오르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5월 5일(수)
△ 등산 코스 : 겨란재-능선 삼거리-옥순봉(왕복)-꼬마 마이산-암벽지대-구담봉(왕복)-장회나루
△ 산행 시간 : 3시간
△ 등산 안내 : 정산악회
구담봉-옥순봉 등산지도(구담봉에서 옥순봉으로 바로 연결되는 등산로는 현재 폐쇄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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