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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1,058m)은 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과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경계에 있는 국립공원입니다. 보은쪽에 위치한 법주사는 속리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국보3점과 보물 2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속리산은 이름 그대로 " 누구든 이 풍진 세상의 일을 잠시나마 잊고 선경에 취해 속리(俗離)할 수 있는 산"입니다. 신라의 문장대가 최치원은 "도(道)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은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상을 멀리하지 않는데 세상이 산을 멀리한다"고 읊었답니다.

속리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럿 있지만 이번에는 문장대 동쪽 장암리에서 출발하여 문장대를 거쳐 최고봉인 천왕봉에 오른 후 천왕봉 동쪽 장각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합니다. 아침 서울을 출발할 당시에는 안개가 끼어 있어 좋은 조망을 할 수 없으리라고 걱정했는데 10시경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자 정말 청명한 날씨로 변해 마음을 상쾌하게 합니다.

 속리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구병산 

 문장대에서 바라본 북쪽 관음봉

 문장대에서 본 동남쪽 암봉


화북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하여 오송폭포로 갑니다. 이 폭포는 등산로에서 불과 100m 좌측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들리기를 권장합니다. 아직 우기가 시작되지 않아서 수량은 많지 않지만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노라면 기분마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오송폭포

이제부터 문장대까지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부드럽고 가파른 오르막이 연속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뚜렷한 경치가 정상에서의 조망을 설레게 만듭니다. 기암을 지나 다리가 무거워질 무렵 드디어 문장대 안부에 도착합니다. 이곳 안부에는 오랫동안 휴게소와 음식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철거되고 자연을 복원해 놓은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기암

 복원된 문장대 안부


속리산 최고의 전망대인 문장대는 이곳에서 우측으로 약 200m 지점에 있는데 꼭대기 밑에는 큰 문장대 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흔히 속리산이라고 하면 충북 보은군에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법주사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장대는 경북 상주시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상주시에서 큰 표석을 세워두었군요.

 문장대 안내도

 문장대 표석


문장대는 조선 세조가 이곳에 올라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철계단을 오르면 문장대 정상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사방팔방으로 터진 조망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기상청에서는 오늘 오후 5mm 내외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하여 날씨걱정을 했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며 더욱이 안개가 말끔하게 개여 대기중의 먼지를 깨끗하게 청소한 덕분에 먼 곳까지 막힘 없는 조망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먼저 북서쪽으로는 관음봉을 지나 충북알프스로 일컬어지는 묘봉과 상학봉의 암봉이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 이어진 산 그리메는 월악산의 영봉까지 관측될 정도로 시계(視界)가 멀리 보입니다. 남쪽으로는 속리산의 주능선이 부드럽게 보이는 가운데 칠형제봉을 비롯한 암봉이 춤을 추듯 합니다.

 관음봉 뒤로 보이는 상학봉과 묘봉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


 남동쪽의 암봉


 북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월악산 


    

흔히 국립공원 월악산을 기암괴봉의 전시장이라고 하지만 이곳 속리산은 기암의 규모가 작을 뿐 왜 아름다운 산인지, 왜 선인들이 속세를 떠난 산으로 이름 붙였는지 알만 합니다. 이곳에 서면 세상의 모든 일상은 까맣게 까먹게 됩니다. 주변에 펼쳐지는 선경(仙境)에 모두가 신선이 되어 경이로운 풍광을 보면서 감탄하느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함에 그냥 "아!" 하는 감탄사 이외에는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쓴이도 속리산에서 신선이 됩니다. 찍은 사진 하나 하나가 모두 그림엽서입니다.

산에 올라 이런 풍광을 맛보면 정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길손은 떠나야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철계단을 내려섭니다. 문수봉을 지나 뒤돌아보니 가로로 늘어선 암봉이 신록의 옷을 입은 채 도열하고 있는 듯 합니다. 휴게소가 있는 신선대(1,026m)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선대는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지만 이곳 속리산은 예외입니다.

 속리산의 암봉


신선대를 지나면 삼거리갈림길입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서면 경업대를 거쳐 법주사로 하산하는 길입니다. 경업대는 임경업 장군이 7년 간 수도한 곳으로 바위의 규모가 매우 커서 장관이므로 아직 이 코스를 답사하지 않은 등산객은 나중에 꼭 들리기를 권장합니다. 삼거리를 직진하여 암봉을 돌아 오름길의 계단에서는 반드시 우측을 잘 살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입석대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암봉


입석대는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바위입니다. 끝이 뾰족했다면 촛대바위였을 텐데 이 입석대는 흡사 광개토대왕비를 닮은 직사각형 형태의 큰 비석돌이 위로 솟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나무에 가려져 입석대의 뿌리를 볼 수 없음은 유감이지만 등산지도에도 나오는 명물이니 무심코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해야합니다. 입석대를 알리는 이정표라도 붙여 놓으면 좋을 것입니다.

 입석대

도로변에는 간간이 화사한 철쭉이 아름답게 피어 있어 길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 한 구비를 돌아갑니다. 아마도 비로봉일 것입니다. 저기 가야할 천왕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네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우측의 바위가 마치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가는 거북이를 닮았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름은 없지만 거북바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기암괴석

 철쭉


 거북바위(?)


 가야할 천왕봉 정상 


석문을 지나면 길은 정상으로 이어집니다. 장각폭포로 하산하는 헬기장에 서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비로봉의 암봉도 바위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300m에 불과합니다. 오르는 내내 동쪽을 조망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면 속리산의 정상인 천왕봉입니다. 그전에는 "천황봉"이었는데 새로 세운 표석에는 "천왕봉"으로 바꾸어 놓았네요. 천황이라는 말이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이 있어 천왕으로 바꾼 듯 한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헬기장에서 뒤돌아본 모습


 동쪽의 조망


 천왕봉 표석


이곳도 정상답게 정말 조망이 좋습니다. 북쪽으로는 오늘 지나온 주능선이 문장대까지 뻗어 있고, 남쪽으로는 화사한 철쭉 뒤로 가로로 뻗은 톱니 같이 생긴 능선의 산이 바로 구병산입니다. 동쪽의 상주방면과 서쪽의 보은 방면도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지나온 북쪽 능선


남쪽의 구병산


 서쪽의 조망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장각동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거리가 3.7km에 달합니다. 지금까지의 산길을 걸으며 속리산을 암산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서부터의 하산 길은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울창한 숲 속에 길이 보입니다. 해발 1천 미터에서 300여 미터까지 고도를 낮추는데도 어려운 구간이 하나도 없습니다. 물론 가파르기는 하지만 하산로 조성이 잘 되어 있는 탓입니다.

계곡에 설치된 구름다리를 건너가자 상오1리 장각동 마을회관입니다. 드디어 평지에 도착한 것입니다. 좌측에는 보물로 지정된 상오리 칠층석탑이 숨어 있으므로 이정표를 보고 반드시 100m 정도의 발품을 팔기 바랍니다. 밭 한 가운데에는 고려시대의 칠층석탑이 단아하게 서 있습니다.

 칠층석탑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하는 길을 가다가 장각동 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금란정이 있는 장각폭포입니다. 이 폭포는 비록 그 높이가 6m에 불과하지만 위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므로  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입니다.
 금란정과 장각폭포

 

글쓴이는 이번에 속리산을 네 번째 답사했습니다. 그런데 날씨는 오늘이 최고입니다. 아름다운 조망을 즐기며 기쁜 마음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피로도 반감됩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그냥 체력을 단련한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실제로는 가장 환상적인 조망을 마음껏 즐긴 멋진 산행이어서 횡재한 기분입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가끔 이와 같은  뜻하지 않은 횡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일자 : 2010년 5월 30일 (일)
△ 등산코스 : 화북탐방지원센터-오송폭포-문장대-신선대-입석대-석문-헬기장-천왕봉-헬기장-장각계곡
                       -칠층석탑-장각동탐방지원센터-장각폭포

△ 산행거리 : 11.0km
△ 소요시간 : 5시간 35분
△ 등산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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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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