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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1984년부터 2년 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미국인의 합리주의에 대해 가장 감탄한 일 중의 하나는 바로 야드 세일(yard sale) 또는 거라지 세일(garage sale)이었습니다. 이는 개인이 사용하다가 필요 없는 물건을 집의 정원 또는 차고에서 판매하는 것인데요. 매주 토요일 아침만 되면 지역신문에 게재되는 광고를 보고 판매장소를 찾아다니며 구경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벼룩시장(알뜰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중고품을 판매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규모 도시에서는 전원주택형의 단독주택이 많기 때문에 개인주택의 정원(yard) 또는 차고(garage)에서 물건을 판매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일선행정기관 주도로 공공장소인 도로변 또는 공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쓴이가 거주하는 양천구에서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관할공원에서 알뜰가정 벼룩시장을 개설하여 중고물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합니다. 지난달 아내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가지고 나가서 하루종일 팔아 4만 9천 원을 벌었다고 매우 좋아했습니다. 내 소유인 모자 2개(신품)도 별로 쓸 일이 없어 건네주었는데, 2개에 9천원을 받았답니다. 아내는 자신이 직접 물건을 챙겨 가지고 나가서 번 돈이라서 그런지 매우 행복해 했습니다.

 

아내는 이번 달에도 벼룩시장이 열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더니 드디어 지난 토요일 또 물건을 챙겨 나갔습니다. 나는 중고배낭을 건네 주었는데 4천원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글쓴이는 벼룩시장의 분위기도 살필 겸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 틈 속에서 아내를 발견하고는 가슴이 짠했습니다. 등산용 접의자를 펴서 앉아 있는 아내는 영락없는 장사꾼의 모습입니다. 아내는 조금 늦게 도착한 듯 나무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 자리를 잡았더군요. 글쓴이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아내는 한번도 벼룩시장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지난 3월 은퇴하고부터 3식이(하루 세끼 밥을 집에서 먹는 사람)가 되고 보니 아내는 한푼이라도 돈이 아쉬운 모양입니다.

벼룩시장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되는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도 물건값을 흥정하며 깎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평소 아내는 시장에서 몇 푼이라도 깎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직접 물건을 팔아보니 지갑이 제법 두둑한 사람도 꼭 1∼2천원 정도 값을 깎으려 한다고 속상해 했습니다. 직접 물건을 파는 상인의 입장이 된 후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벼룩시장에는 순수하게 가정에서 사용하다가 불필요하게 된 중고물품을 판매하러 나온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반면에 저가의 신상품을 판매하는 전문상인의 모습도 더러 보입니다. 아내는 이번에도 2만 8천원을 벌었다고 매우 좋아합니다. 두 차례에 걸쳐 약 8만원을 벌고는 행복해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노후대비를 잘 하지 못한 못난 자신을 자책해 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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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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