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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만해도 서울 역 앞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대우빌딩이었습니다. 대우빌딩은 규모도 매우 커서 서울역 근처에서는 어디서나 잘 보였지요. 최근에는 그 인근에 우후죽순처럼 고층빌딩이 솟아나 마천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남산을 오르기 위해 이 지역을 통과하면서 주변에 보이는 신식 건축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건축물의 이름이나 용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선과 공간>(조각가 이정주 작)이라는 조각상 앞에서 이 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저쪽에서 귀에 리시버를 두른 젊은 청년신사가 가까이 와서는 말을 걸어옵니다.

 

 조각작품 <선과 공간>

 

 

 


"어디서 오셨습니까?"
"???"

내가 다른 사람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도 아닌데 길을 가다가 사진을 찍었다고 이런 질문을 받으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내가 사는 곳을 이야기해야 하나? 아니면 무엇이라고 대답을 하지?" 순간적으로 헷갈리고 황당했던 나는 오히려 반문했습니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인데, 왜 그러세요?"
"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있어서요."

사내의 대답에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이 야외조각작품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안되나요?"

사내는 대답합니다.
"한 두 장은 괜찮지만, 여러 장을 찍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기가 막힌 나는 카메라에 찍은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려고 했더니 그는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합니다. 이건 한마디로 웃기는 일입니다. 이 건축물자체가 보안을 요하는 특수건축물인지의 여부는 무식한 글쓴이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내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이 건축물의 외관사진을 찍는다면 다른 사람이 보지 않게 몰래 찍을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에는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져서 얼마든지 먼 곳에서 또는 숨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경비원(또는 경호원)의 입장에서 위해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지나가는 관광객이 도심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누가 시비(?)를 걸어온다면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니까요.

 

 <시각의 창>(조각가 이정주)

 

 건축물 사이로 보이는 (구)대우빌딩 (중앙 낮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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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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