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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고 역의 송지효

제7부 후반부에 계백 역으로 아역인 이현우 대신 성인연기자 이서진이 등장하더니 제8부부터는 모든 아역이 사라지고 성인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신라군의 노예로 끌려가 벙어리 행세를 하는 이서진의 눈빛 카리스마는 단박 시청자를 사로잡기 시작했는데, 은고 역의 송지효는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지략과 미모를 갖춘 여인으로 그려져 아역인 박은빈의 매력을 능가한 듯 합니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그녀의 말투는 사극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은고의 몸종인 천방지축 초영에는 한보배가 물러나고 효민으로 바뀌었는데 아이돌출신인 그녀의 액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다만 의자왕자 역의 조재현은 너무 나이가 들어 보여 아버지 무왕과 동년배처럼 보였고, 교기왕자와 형제라고 하기엔 외모상으로 무리입니다.

제8부에서도 많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은고는 의자왕자의 지략가로 변신하여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면서 의자의 세력확장을 지원하고 있고, 계백은 고구려군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어 김유신(박성웅 분) 장군의 환심을 사게 됩니다. 의자를 목의 가시로 생각한 사택비(오연수 분)와 교기왕자는 의자를 죽일 궁리를 계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 의자의 버팀목이자 지략가로 변신한 은고

의자는 은인의 딸인 은고와 이제는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로 가까워졌습니다. 아버지 무왕마저 믿을 수 없는 현실에서 은고는 의자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입니다. 은고도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자를 보위에 올려야 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바보행세를 해야 하는 의자는 호색한(好色漢)으로 위장하여 마음에도 없는 여인들과 노닥거립니다. 의자는 내신좌평의 첩을 희롱하다가 들켜 월담을 합니다. 달아나면서 은고의 가마 속에 숨어들어 위기를 모면하지요.

사택비는 교기를 전 대좌평 연문진(임현식 분)의 딸과 혼인을 추진중인데, 은고는 이를 막고 오히려 의자와 혼인해야 한다며 의자를 회유합니다. 솔직히 이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의자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덕망이 높아 누구에게나 신망을 받은 연문진 가문을 끌어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지가 내신좌평의 첩을 희롱한 것도 혼인설을 확인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머리가 뛰어난 사택비도 은고가 가슴에 비수를 감춘 채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접근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은고를 믿는 것 같습니다. 은고는 교기와 연문진 딸과의 혼인은 득실이 있다고 합니다. 연씨 가문의 힘이 세어지면 사택 가문과 알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이는 이들의 결혼을 막겠다는 은고의 방해공작이지요. 그럼에도 진심어린 충고라고 생각한 사택비는 "웅진출신(연문진 본거지) 귀족들의 등용은 1할만 허용할 것"이라는 속내까지 털어놓습니다. 은고는 의자를 어찌 생각하느냐는 사택비의 질문에 "호색한은 싫다"는 말 한마디로 일축하고 맙니다. 그러자 미소를 띤 사택비는 "의자와 그 주변을 잘 감시하라"고 당부합니다.

무왕으로서도 교기-연문진 가문의 혼사는 사택가문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므로 탐탁지 않습니다. 무왕은 연문진과 바둑을 두며 두 수만 물리자고 합니다. 연문진은 바둑은 물릴 수 있으나 혼인은 바둑이 아니므로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이 때 대좌평(김병기 분)이 들어와 "의자가 내신좌평의 딸과 내통"했다고 보고합니다. 의자가 못마땅한 대좌평으로서는 의자를 벌할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지요. 그런데 의자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밉니다. 의자는 누굴 믿고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할까요? 은고의 몸종인 초영이 문제의 여인(첩)을 납치해 생활비를 두둑이 던져주고는 먼 곳으로 보내버렸기 때문입니다.

호색한으로 매일 여인들과 어울리는 의자를 보고 실망한 무왕은 의자에게 "'내일 네 어머니기일에 참여하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정색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분노하다가도 금새 타협하는 게 실망"이라고 오히려 반문합니다. 무왕은 "보위에 오를 생각은 하지 않고 애비에 대한 원망만 가득"하다고 한탄하자, 의자는 "어머니가 폐하도 아버지도 믿지 말라는 유언을 했다"며 무왕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 의자와 연문진 가문과의 혼인작전

은고로부터 "금송서(今送書)"라는 메시지를 받은 의자는 연문진에게 서찰을 보내 딸과 혼인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서찰을 받은 연문진과 그 가족은 기가 막힙니다. 지금 사택비의 아들 교기와 혼담이 진행중인데 반쪽왕자인 의자의 청혼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의자가 나타나서는 술을 한 잔 하자고 합니다. 술상을 앞에 두고 의자는 이번 청혼은 폐하와는 전혀 상의하지 않았음을 알리고는 "태연 낭자의 미모에 반해 수개월 전부터 월담하여 매일 만나 연정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거짓말이지요. 당황한 연문진은 딸을 불렀는데 태연의 첫마디는 "처음 뵙겠습니다"입니다.

시치미를 뚝 땐 의자는 "나를 잊고 살 수 있겠느냐? 지금 시중의 소문을 미리 수습하려고 왔다"고 능청을 떱니다. 의자는 "만일 사실이 아니면 목을 내 놓겠다"는 극언까지 합니다. 의자는 연문진에게 무릎을 꿇고는 애원합니다. 정색한 연문진은 의자에게 묻습니다. "왕자가 원하는 게 내 여식이냐, 이 연문진이냐? 호색한 짓은 가면이냐? 앞으로 보위에 오를 작정이냐? 이 모두가 사택비에 대한 복수심이냐?" 연문진의 질문은 날카로웠고 의자의 답변은 명쾌합니다. 연문진은 "여식은 줄 수 있지만 이 연문진은 취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연문진으로서는 웅진출신 귀족의 목숨이 걸려있는데 굵은 동아줄(사택비) 대신 썩은 동아줄(무왕)을 선택할 리가 없거든요. 연문진이 이렇게 결심한 것은 은고와 초영이 "의자와 태연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서동요처럼 노래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퍼뜨렸기 때문입니다. 

무왕을 방문한 연문진은 "이제 물리지 못한 수"가 되었다며 의자와 태연의 혼인을 허락합니다. 이 때 등장한 사택비는 무왕에게 "왕실의 위엄보다 저잣거리의 소문이 더 중요"하냐고 따지지만 무왕은 거꾸로 "태연의 결혼상대가 의자대신 교기라면 오히려 세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반박합니다. 이런 입씨름은 결국 사택비의 항복으로 끝납니다. 사택비는 "혼인은 황실의 예가 아니라 백성의 예에 따라야 하며, 혼인 후엔 궁에서 생활할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사택비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지만 그래도 호락호락 물러 설 수가 없으니 이런 조건을 붙인 것이지요. 사택비는 의자의 뺨을 내리치며 분노를 달랩니다. 사택비는 의자의 머리로는 이런 혼인작전을 성사시키지는 못했을 텐데 그를 돕는 자가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나중에 은고임을 안다면 강한 여걸 사택비도 큰 충격을 받겠지요.



 

▲ 노예 후 처음으로 입을 연 계백의 포효

신라의 노예전사로 김유신 장군 밑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계백은 화랑출신과의 1대1 싸움에서 일부러 져 김유신 장군의 갑옷에 걸린 풍월주 금술을 뜯기도록 수모를 안겨줍니다. 그러나 계백의 재주를 범상치 않게 본 김유신은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그 후 김유신은 계백이 그려 놓은 계략에 따라 고구려 낭비성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둡니다. 누가 보아도 불가능한 싸움에서 보기 좋게 이긴 것은 모두가 계백 때문입니다.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 장군은 유신을 칭찬하지만 유신은 이 공(功)을 계백에게 돌립니다. 역시 명장은 부하의 공을 가로채지 않는군요. 유신은 계백에게 다정한 말투로 "내 수하가 되면 포로의 신분에서 벗어나 신라의 군사가 될 수 있다"고 회유하지만 계백은 침을 뱉는 것으로 거절합니다.

이 때 말을 타고 온 전령이 "백제군 1만명이 의자와 교기 왕자를 선봉에 앞세우고 공격해 오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이 말을 들은 계백은 비호처럼 날아가 전령을 거꾸러뜨리고는 그의 멱살을 잡고 포효합니다. "지금 의자라고 했느냐?" 그럼 계백은 왜 이리 행동했을까요? 의자는 아버지 무진을 죽인 원수입니다. 무진이 무왕과의 합의아래 의자와 계백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해 난동을 부렸고, 무왕으로부터 이 계획을 알게 된 의자는 자신이 사택비의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 무진을 찌른 것입니다. 먼발치에서 살인현장을 지켜본 계백은 의자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지요.

교기가 가잠성을 지키는 전투에 참여코자 한 것은 의자를 동행시켜 이를 빌미로 의자를 죽이려는 속셈입니다. 다음 제9부에서는 계백과 의자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또 교기는 의자를 어찌 해하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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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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