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 은고 역의 송지효
신라의 김춘추(이동규 분)로부터 황후 은고(송지효 분)가 군사정보를 빼돌려 도비천성을 내주고 충신 성충(전노민 분)을 죽였다는 청천벽력 같은 서찰을 받은 계백(이서진 분)은 은고를 찾아가서는 "어찌 이런 파렴치한 세작으로 백제의 죄인이 되었나?"고 한탄합니다. 오리발을 내밀 참이던 은고는 자신이 김춘추에게 보낸 서찰을 보고는 "폐하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계백은 곧장 의자왕(조재현 분)에게 왕후가 세작임을 알았느냐고 따지며 "은고 때문에 8천명의 군사가 죽었기에 은고를 죽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의자왕은 "흥수(김유석 분)도 나라를 위해 이를 묻어 주었다"고 했지만 계백은 "폐하는 백제의 군주가 아니라 한 여인의 군주였나"며 돌아섭니다. 계백은 왕궁을 나가기 전 은고를 다시 찾아 "반드시 백성을 배신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경고합니다.
그런데 은고에게 위기는 즉시 다가왔습니다. 김춘추가 세작을 동원하여 저자거리 곳곳에 왕후가 세작임을 알리는 벽서(방)를 붙인 때문입니다. 흥분한 백성들이 분노하자 위사좌평 임자(이한위 분)는 은고에게 신라로 도망가자고 합니다. 임자는 성충이 집에 감금하였던 신라세작 조미합을 구출해 죽이려다가 그가 "살려주면 나중에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후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제의해 그를 살려주었습니다.
조정에서는 벽서를 의자왕에게 보고하였는데, 왕은 신라의 간계일 것이나 정중히 조사하라고 지시합니다. 대신들이 찾았지만 은고와 임자의 행방이 묘연하자 왕은 호위총관에게 반드시 생포해 데리고 오라고 명령합니다. 신라의 국경지역에서 일모성 성주가 된 조미합의 영접을 받은 은고와 임자에게 조미합은 "지금 신라는 당과 전쟁준비를 끝냈다. 당의 수군 13만명과 신라군을 합쳐 20만명이 백제를 공격하여 사비성에는 풀 한 포기까지도 없앨 것"이라고 자랑합니다.
이 말을 들은 은고는 즉시 사비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의자왕과 계백장군에게 알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임자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쳐 왔지만 은고는 독향을 가지고 김춘추를 만나 함께 죽으려고 했으며, 신라가 아닌 백제에서 죽겠다고 합니다. 은고의 강경한 태도에 임자는 성의 군사들을 매수해 타고 온 말을 준비시킵니다. 임자가 은고를 떠나 보낸 후 은고가 없어진 것을 안 조미합은 임자에게 "김춘추는 서라벌에서 당신들의 목을 쳐 의자왕에게 보내주기로 했었다. 나라를 배신한 너를 살려둘 수 있겠느냐"며 단검으로 찔러 살해하고 맙니다.
신라 국경에서 화살을 맞고 낙마한 은고는 낙엽 속에 몸을 숨겨 위기를 모면한 후 정신을 잃었는데 나중에 소나기가 내리자 정신을 차리고는 계백의 집으로 찾아가 초영을 만나 혼절하고 맙니다. 초영의 도움으로 계백을 만난 은고는 계백에게 자신의 지난 행동을 사과한 후 "당나라와 신라가 백제를 멸하고자 20만명의 대군으로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는 "대역죄인으로 폐하께 벌을 청하러 가니 부디 이 백제를 지켜달라"고 청합니다. 초영의 안내로 입궁한 은고는 석고대죄하며 "신라와 당이 전면전을 준비중"이라고 고합니다. 임금은 일단 은고를 하옥시킵니다.
어전회의에서 대신들은 은고의 참수를 주장하면서도 신라와 당은 고구려를 노린다며 세작인 은고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계백은 죽음을 무릅쓰고 진실을 알리려 온 은고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계백은 이미 고구려 연개소문으로부터 "당이 전선 2천척을 준비중이지만 산동반도에서 적산항로를 이용해 곡도(백령도)로 이동해 온 당나라군이 남북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고구려를 공격할지 백제를 공격할지 판가름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의자왕은 옥사를 찾아가 은고에게 "숨어살지 않고 왜 왔느냐? 내 손으로 널 죽여야 하느냐"며 한탄하는데, 은고는 "폐하의 손에 죽으러 왔다. 용서받기 위해 돌아온 게 아니다. 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와 백성을 구하고 참회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임금은 "널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는 돌아섭니다. 임금과 계백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은고가 껍데기 뿐인 당의 고명을 받기 위해 김춘추와 내통하여 역적이 된 비참한 캐릭터로 전락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막판 참회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요.
어전회의에서 모든 대신들이 은고의 즉각적인 참수를 건의하지만 계백은 "그러면 김춘추만 우쭐하게 만든다"며 "먼저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홀로 주장하는데, 흥수가 나타나 계백을 옹호합니다. 흥수는 성충이 시작한 병서를 마무리하여 왕에게 제출한 후 남으라는 왕명도 뿌리친 채 왕궁을 떠납니다. 제35회 마지막에서 연개소문으로부터 드디어 당의 수군 13만명이 백제를 향했다는 소식이 날아듭니다. 백제의 대신들은 이 마저도 믿을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의자왕을 지켜주던 모든 사람이 떠났습니다. 성충은 죽었고, 정치에 환멸을 느낀 흥수도 떠났으며, 은고는 옥사에 감금되었습니다. 계백은 곧 전쟁터로 떠날 것입니다. 이제 독불장군처럼 홀로 남은 의자왕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오늘밤 마지막 36회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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