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태 역의 안재욱 1년 전후의 모습(세련된 외모에서 촌스런 모습으로 변함)
강기태(안재욱 분)의 부친 강만식(전국환 분) 순양극장 사장이 국회의원 장철환(전광렬 분)의 모함으로 중앙정보부에서 빨갱이로 몰려 조사를 받다가 고문을 당해 억울하게 죽었지만 그의 가족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통보받았고, 연좌제라는 굴레 속에 협박을 받은 강기태와 그 가족은 숨도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가장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빛과 그림자> 제7회는 그로부터 1년 후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한 마디로 주인공들은 참 많이도 변했습니다. 이들의 인생역전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악의 편에 가담한 사람들은 인생역전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반면, 착한 사람들은 하루살이가 걱정되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합니다.
▲ 알거지로 전락한 강기태와 그 가족들
순양의 황태자로 군림하던 강기태는 우선 그 의상과 헤어스타일부터 촌스럽게 변했고 요정 청운각에서 하루 저녁 술값으로 1만원을 그냥 뿌리던 그가 이제는 푼돈에 연연하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들은 고향을 버리고 서울로 이주했습니다. 그의 어머니 박경자(박원숙 분)는 구차하게 사는 아들이 안쓰러워 장롱 깊숙이 숨겨 두었던 비단옷을 전당포에 맡겨 보지만 겨우 5천원만 받았을 뿐입니다. 이 돈을 아들에게 주며 "기죽지 말고 살라"고 하지만 서로가 지난날을 생각하면 가슴만 아플 뿐입니다. 박경자는 좋아하는 커피를 제때에 준비하지 않는다고 애꿎은 식모 순덕이만 다그치지만 이젠 가게에서 외상도 주지 않는다며 울상입니다.
어느 날 차수혁(이필모 분)의 어머니 김금례(김미경 분)가 미제 커피와 주스를 싸 가지고 와 박경자에게 선물로 내밀었는데, 박경자는 적선하느냐며 되돌려 보냅니다. 순덕이가 커피와 주스를 보고 좋아했지만 박경자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김금례의 호의를 박대하고 말았습니다. 박경자는 돌아간 남편의 사진을 보며 통곡합니다.
국도극장 앞에서 양동철(류담 분)을 만난 강기태는 함께 맥주를 마시고는 헤어지려는데 동철이 기태에게 나이트클럽에 가자고 합니다. 기태가 그 정도는 능력이 안 된다고 하자 동철은 돈은 걱정 말라고 합니다. 풍전나이트 클럽에서 신나게 몸을 한번 흔들고 앉았는데 룸의 손님이 강기태를 찾는다기에 가보니 이외로 유채영(손담비 분)입니다.
채영은 기태에게 쇼 비즈니스에 잘 어울린다고 칭찬하는데 기태는 이젠 망했다고 웃으며 대답합니다. 이때 종업원이 들어와서는 채영에게 "한창물산 고 실장이 찾는다"고 하지만 채영은 "그 자식은 싫다"며 거절합니다. 잠시후 한 사내가 나타나 강기태에게 나가라며 시비를 걸자 기태는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여 이 사내와 동시에 들이닥친 두 사내를 한 방에 보내버리고 밖을 나갑니다. 기태의 남자다움에 필(feel)이 팍 꽂힌 채영이 급히 뒤따라 나가서는 기태에서 한잔 더 하자고 합니다.
곧 통금이라는 기태의 말에 채영은 상관없다며 기태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는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며 기태에게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고 격려합니다. 사실 기태는 아버지가 죽기 전 신정구(성지루 분) 빛나라 쇼단을 불러 첫날 공연에 대박을 친 후 쇼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철환의 농간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었기에 그는 채영의 말을 듣고는 감회에 젖었습니다. 앞으로 강기태는 채영의 격려로 신정구를 다시 만나 쇼 비지니스의 세계로 띄어 들 듯 합니다. 실제로 제7회 끝 무렵 기태는 신정구를 발견하고는 그를 뒤좇았거든요.
▲ 노상택 단장을 주무르는 최성원의 주도권
불과 1년 사이에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최성원(이세창 분)과 노상택(안길강 분)의 관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최성원은 일류 배우출신이지만 여자와의 스캔들로 추락하여 가수생활을 하며 변두리 삼류극장으로 전전하는 초라한 신세였습니다. 그는 세븐스타 쇼단의 노상택 단장에게 빚이 많은 듯 1년 전에는 고양이 앞의 쥐가 된 신세였으나 이제는 주객이 전도되어 오히려 최성원이 노상택에게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최성원은 모든 쇼단에서 섭외 1순위로 성장한 때문입니다. 최성원은 쇼단의 천신자를 건드리고도 이를 나무라는 노상택에게 개인문제는 관여하지 말라며 단칼에 자르고, 자신의 공연에 사회를 볼 자니보이(서승만 분)와 앵두보이(김동균 분)를 실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시킵니다.
노상택이 유채영에게 왜 한창물산 고 실장을 화나게 했느냐고 질책하자 채영은 "그 자식은 변태이고 개차반이다. 자꾸 그러면 가수 그만 두겠다"고 배수의 진을 칩니다. 유채영으로서는 구질구질한 고 실장보다는 화끈한 강기태가 훨씬 좋은 것입니다. 이래저래 노상택은 그가 데리고 있는 가수들마저 항명하는 등 1년 전의 위상이 아닙니다. 노상택은 수하에게 유채영을 잘 감시하라는 말로 분을 삭입니다.
▲ 청와대로 입성한 장철환과 차수혁
비열하고 악랄한 정치인 장철환은 청와대로 들어가 실장이 되었고 보좌관이던 차수혁은 비서관이 되었습니다. 연회행사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느냐고 묻는 수혁에게 장 실장은 "요정에서 흘러나오는 정보까지도 수집해야 정권에 충성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고 충고합니다.
한편 이정혜(남상미 분)는 양태성(김희정 분)과 노상택의 주선으로 월남파병장병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위문공연을 다녀왔지만 약속했던 음반은 내주지 않습니다. 신정구는 조미령과 이정혜 및 김계순(하재숙 분)을 데리고 노상택을 찾아갑니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항의에 노상택은 "양태성이 돈을 한 푼도 송금하지 않아 음반 내줄 돈이 없으니 양태성에게 따져라"고 책임을 미룹니다.
정혜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한 조미령은 이정혜를 유명의상실로 데리고 가서는 최고급 옷으로 갈아 입힌 후 궁정동으로 가서 노래만 부르면 된다고 했습니다. 국도극장 앞에서 정혜기다리는 정혜를 신사가 나타나서는 자동차에 태우고 갑니다. 궁정동 안가 대기실에 불려온 여자는 모두 4명입니다. 그런데 차수혁이 나타나서는 이정혜만 빼고 다른 여자 3명만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잠시 후 차수혁은 이정혜를 자동차에 태워 귀가시키며 앞으로 이곳에 오지 말라고 합니다. 노래도 부르지 못하게 하고 또 오지 말라는 말에 서운한 정혜가 놀라자 수혁은 "그곳은 노래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하면서 사례비로 두툼한 봉투를 건네줍니다. 그렇지만 정혜는 이를 거절하네요. 차수혁과 이정혜는 이렇게 인연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궁정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10.26사태가 떠오릅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궁정동 안가의 만찬에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재규가 대통령을 시해한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인기기수 심수봉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지요. 그런데 차수혁의 말을 빌리면 초청가수는 노래 이외에 다른 서비스도 제공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장철환은 차수혁에게 왜 여자 1명을 들여보내지 않았느냐고 묻자 수혁은 "외모가 가장 빠진다"고 변명합니다. 이에 장 실장은 "여자 볼 줄을 모른다. 다음 연회 때는 꼭 다시 불러라"고 지시합니다. 차수혁이 장 실장의 말을 따를지 두고 볼 일입니다.
▲ 월남가서 거부가 된 사기꾼 양태성
사기꾼 양태성은 이정혜가 머물던 고아원 원장의 아들로 원생이던 이정혜와 미장원을 운영하는 이경숙(이아이 분)과 종업원 김계순에 빌붙어 사는 건달입니다. 양태성은 정혜와 계순을 월남에 보내주고 그 수익금을 가로 챈 나쁜 놈입니다. 그런데 이 양태성이 사이공 암시장으로 군수물자를 빼돌려 거부(巨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월남에서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버젓이 귀국해 이경숙의 미장원에 나타납니다. 사기꾼이라고 소리치는 이경숙에게 빚을 갚아주려고 왔다며 당시로서는 고가이고 희귀제품인 미제 TV 및 일제 전축 등 전자제품을 바리바리 내려놓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군요. 착하게 살려는 강기태와 이정혜는 호구지책도 못하는 반면, 사기꾼은 이처럼 갑부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 순양극장을 차지한 변절자 조명국
소주 한병을 들고 고향을 찾은 강기태는 아버지 유골을 뿌린 연못을 찾아가서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립니다. 그는 순양극장으로 조명국(이종원 분) 사장을 찾아갔는데 조 사장이 내민 봉투를 거절하고는 그냥 나옵니다. 조명국은 겉으로는 월급쟁이 사장 행세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극장소유주가 되었습니다. 장절환을 도운 반대급부로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로군요.
기태는 선술집에서 양동철과 반진우를 만나 한찬 걸치고는 거나하게 취한 채 청운각으로 갑니다. 1년 전만 해도 우수고객이었던 강기태를 기생들이 반갑게 맞아주는군요. 그런데 강기태는 조명국과 무령건달이 장철환을 만나러 온 사실을 알고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강기태는 지난날 괴한들에게 납치된 신정구 단장을 구하러 가다가 맞은편에서 조명국의 자동차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장철환은 조명국에게 "영화제작 및 배급을 해봐! 큰 자금줄이 될 수 있어! 내가 자네를 영화계 최고의 흥행사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앞으로 강기태와 조명국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대결이 펼쳐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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