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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로운 천보산 암릉



"작은 고추가 맵다"란 속담이 있습니다. 강원도 홍천 팔봉산(327m)을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이 말을 실감할 것입니다. 충남 홍성의 용봉산(龍鳳山, 381m)은 산세가 용의 모습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능선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어느 고산 못지 않습니다. 이에 비견할 만한 산이 충남 부여에도 있습니다. 바로 천보산입니다. 해발은 330m에 불과하지만 남쪽의 상천저수지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의 기암괴석과 가파른 바위절벽에 설치된 쇠사다리 난간을 통과하노라면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등골이 오싹할 것입니다.

산행들머리는 613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홍산면 상천리 상천저수지입니다. 정자가 보이는 나무계단 입구에 "상천저수지 문녕기"라는 이정표가 있는데, 문영기라는 말은 이곳 방언으로 "저수지 댐"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가야할 천보산과 천덕산 등 이정표가 거리표시와 함께 잘 적혀 있어 부여군에서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였습니다. 

                                                                           말끔한 이정표

                                                                         등산 안내도 


 
정자를 뒤로하자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등산로 중에서 가장 안 좋은 게 바로 이런 길입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몸의 체온이 데워진 다음 깔딱 오르막에 오를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산행초입부터 급경사를 오르면 숨이 가빠지고 자칫 잘못하면 체력안배에 실패하여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능선을 오르다가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상천저수지 너머 부드러운 천덕산의 능선이 가까이 보입니다.

 정자

 상천저수지

 613번 지방도 통과계곡
  

삼각형 모양의 뾰족봉이 천보산인데, 큰 바위에 걸려 있는 철사다리를 내려오자 정상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한눈에 보입니다. 대문바위(?)를 뒤로하고 고로를 높이면 두 번째 철사다리가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곳을 오를 때는 가급적이면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달라붙지 않는 게 안전사고방지를 위해 좋은 상식입니다. 이곳을 통과하니 매의 부리처럼 날카로운 바위가 등산객들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 철사다리를 오르니 네 번째 사다리가 기다리고 있군요.

 첫 번째 사다리

 대문바위(?)

정상오름길

 두 번째 사다리

 날카로운 바위

 세 번째 사다리

 네 번째 사다리

 암봉



주변의 바위 중간에 전혀 다른 색깔의 바위가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곳 바위들은 진안의 명산 마이산처럼 자갈 콘크리트를 연상케 하는 바위들인데, 이들은 1억 년이 넘은 바윗돌로 이곳은 오래 전 해저(바다 밑)였다가 지형의 융기로 솟아올라 육지가 된 듯 보입니다. 사람의 어금니처럼 생긴 바위도 매우 이색적입니다.

 띠를 두른 바위

 어금니 같은 바위

 뒤돌아본 풍경

 천보산 암릉 



날카롭게 생긴 바위를 뒤로하고 조금 더 가니 천보산 정상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그런데 인접한 봉우리에도 천보산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럴 경우 산을 찾은 이방인들은 정말 헷갈립니다. 이렇게 그냥 천보산이라는 이름 두 개를 적어두는 것보다는 천보산 제1봉 또는 제2봉으로 변경하거나 아니면 하나로 통일시키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천보산 이정표

 천보산 표석

 동쪽 풍경



이제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지나고 남은 길은 평범한 육산의 등산로입니다. 계향산 갈림길에서 삽티고개로 내려섭니다. 등산 안내도에는 지티고개인데 삼거리 이정표는 삽티고개로군요. 컨테이너박스가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조금 올라가면 고갯마루인데 여기서 좌측으로 들어섭니다. 고갯마루의 이정표는 보기에 매우 불편하도록 만들어 두었군요. 상천저수지 입구의 말끔한 이정표를 보고는 칭찬했는데, 이곳의 이정표를 보고는 큰 실망입니다.

 삼거리 이정표

 읽기 힘든 이정표


  
공동묘지를 지나 밤나무 밭과 273봉을 통과하니 금지사로 이어지는 임도입니다. 여기서 405봉으로 오르는 급경사는 천덕산 능선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군요. 큰낫고개와 작은 낫고개를 지나니 행정기관에서 세운 천덕산(343m) 정상이정표가 보입니다. 정상이지만 주변의 잡목으로 인해 조망을 할 수 없음이 옥의 티입니다.

 금지사 임도

 큰낫고개 이정표

 천덕산 정상 이정표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가니 일반산악회에서 붙인 천덕산(363m) 이정표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은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363봉이 정상이어야 하는데 343봉에도 정상 이정표가 있으니 요지경입니다. 이미 지나온 천보산처럼 부여의 산들은 등산객들을 헷갈리도록 작심한 듯 하군요. 부여군에서는 국토지리정보원과 협의하여 정확한 정상을 확인토록 건의합니다.


 

천덕산 이정표



문제는 여기서 아홉사리고개로 하산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 천덕산 정상에서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은 길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섰는데 T자형 삼거리에서 길이 헷갈립니다. 산악회 선두에서는 좌측으로 가라는 안내표시를 해 두었지만 앞서 갔던 등산객 3명이 아무래도 길이 이상하다며 되돌아와서는 오른쪽 도로로 내려섭니다. 일행 중 한 명이 후미로 오는 산악회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대장도 우측으로 내려가서 조금 오르면 아홉사리고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두의 방향표시는 잘 못된 것으로 판단하고는 도로로 내려서서 좌측으로 몸을 돌려 세웠는데 도로는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좌측 저 멀리 산악회 버스를 발견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T자형 지점에서 선두가 깔아둔 방향표시가 맞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마을에서 좌측의 차도를 따라 한참을 걸은 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산행대장과 통화까지 했지만 현 위치에 대한 의사소통착오로 그만 먼길을 돌았습니다.   

 잘 못 내려온 길

 동네의 고목

 마을 노인회관

 아홉사리 고개 


 

그런데 우리 보다 훨씬 뒤에 있던 후미그룹이 비슷한 시각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천덕산 정상(363봉)에서 뒤로 약간 후진하여 좌측의 길을 따라 바른 길로 아홉사리고개로 하산한 것입니다. 따라서 선두그룹이 천덕산 정상에서 길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중간그룹까지 애를 먹은 반면, 후미그룹은 길을 잘 아는 산악회대장의 안내로 정상적인 코스를 답사한 것입니다. 문제는 천덕산 343봉에서는 아홉사리고개 1.4km라는 이정표가 있었지만 천덕산 363봉에는 아무런 이정표가 없어 등산객들이 길을 혼동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산을 처음 찾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친절한 길 안내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3월 1일 (목)
▲ 등산 코스 : 상천저수자 문녕기-정자-대문바위-철사다리-천보산-계향산 갈림길-지티고개-금지사 임도
                     -405봉-큰낫고개-작은 낫고개-천덕산(343봉)-천덕산(363봉)-우측도로-마을-아홉사리고개

▲ 산행 거리 : 7.8km (알바로 약 2-3km 더 걸은 듯)
▲ 소요 시간 : 4시간 10분 
▲ 산행 안내 : 산두레 산악회


정상적인 코스와 알바한 구간(아래 지도의 노란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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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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