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희 역의 배우 김지영
연기자에 대한 가장 가혹한 혹평은 발 연기를 한다거나 민폐캐릭터라고 폄하하는 일일 것입니다. 발 연기를 한다는 말은 연기자 자신의 연기가 극중 인물의 역할을 충실히 따르지 못할 때 따르는 비난이겠지요. 반면 민폐캐릭터는 작가나 제작자로부터 부여받은 배역이 전체의 드라마 흐름과 어울리지 않을 경우에 듣는 비호의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 배우 자신은 잘못이 없는데 비난을 받으니 억울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의 경우 발 연기를 한다는 비난을 받는 배우는 단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모두 훌륭한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해양학자인 이봉희(김지영 분)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지영의 역할은 솔직히 민폐캐릭터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억지 웃음을 짓게 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자주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글쓴이는 이미 "드라마 품격 떨어뜨린 김지영의 억지노출"이라는 제목으로 그녀의 행동을 비난한 바 있습니다. 김지영은 지난번 울산지검 차장검사인 윤정우(이훈 분)에게 환심을 사려고 노골적으로 가슴골이 패인 의상을 입고 와서 윗도리를 벗고는 가슴에 눈길 한번 안 준다고 애통해 했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연인사리라면 남성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 여성이 과감하게 대시하는 장면으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봉희가 윤정우에게는 그래서는 안 되는 사형지간입니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봉희의 언니인 이금희(양미경 분)가 윤정우의 친형인 윤학수(선우재덕 분)와 결혼을 하게 되자 이들은 형부의 남동생(윤정우)과 형수의 여동생(이봉희) 사이가 되어 사형지간이 된 것입니다. 그 후 윤정우는 이봉희를 오로지 친구로만 상대했지만 이봉희는 여전히 윤정우를 결혼상대인 이성으로 생각하고는 엉뚱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정우는 오갈 데 없는 천해주(한지혜 분) 가족을 위해 집에 들어와 있던 이봉희를 내쫓고 해주와 조달순(금보라 분) 등을 불러들여 함께 살고 있는 중입니다. 이날도 이봉희는 윤정우 집으로 불쑥 들어왔습니다. 마침 빨래를 걷고 있던 조달순이 "대문 열려 있다고 개나 소나 다 들어온다"고 쏘아붙이며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주구장창 오는 건 무슨 심뽀냐?"고 까칠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조달순을 바라보던 이봉희는 조달순이 남성의 팬티를 빨래걸이에서 집는 것을 보고는 확 뺏으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습니다. 조달순이 빨래 걷고 있다고 대꾸하자 봉희는 "남의 남자 속옷을 왜 아줌마가 걷느냐"며 옷을 빼앗습니다. 째려보던 조달순이 "장가 안간 남정네 속옷을 그쪽은 왜 만져!"라고 내 뱉은 뒤 다시 옷을 빼앗습니다. 그러자 봉희는 "삭은 아줌마 손길보다 처녀손길이 그래도 낫다"며 다시 빼앗으려 합니다.
그러자 조달순은 결정타를 날리는데요. "입은 삐뚤어 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그 쪽 얼굴 보면 애 다섯 명 정도는 낳은 것 같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봉희가 옷을 빼앗으려다가 뒤로 넘어지자 조달순은 팬티를 봉희의 얼굴에 집어던지며 "갖고 싶으면 가지라"면서 검사양반 이해가 간다고 비아냥거립니다. 그러고는 양말도 함께 가지라고 얼굴에 던지고는 방으로 들어갑니다. 조달순에게 창피를 톡톡히 당한 봉희는 "아줌마가 내 전투본능을 자극했다. 두고 보자"고 이를 악뭅니다.
그런데 두고 보자던 일이 또 희한한 해프닝일 줄은 정말 예상 못했습니다. 윤정우가 퇴근하자 기다리던 봉희는 "홀아비 구제해 주러 왔다"고 합니다. 정우가 "한번도 장가를 안 갔는데 무슨 홀아비"냐고 반문하자, 봉희는 정우의 배를 툭 치며 "야! 너 정말 나에게 아무런 감정 없어?"라고 물었습니다. 정우는 내가 너한테 감정 쌓일 게 뭐가 있느냐고 동문서답(東問西答)했는데, 봉희는 그런 감정이 아니라며 갑자기 달려들어 기습키스를 단행합니다. 정우는 봉희를 밀어내며 "넌 이금희 동생이어서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봉희가 정우의 정강이를 걷어찹니다. 그런 다음 성추행으로 고발할 테니 감옥에 가서 콩밥먹으며 반성하라고 욕을 퍼붓고는 뛰어 갑니다. 정우가 방으로 들어가자 방안은 온통 봉희가 정우를 사랑한다며 꾸며 놓은 글씨와 풍선이 가득합니다. 솔직히 이런 짝사랑 이벤트는 극의 흐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봉희는 언니 이금희의 집으로 가서 새침해 졌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묻는 금희에게 봉희는 "모두 언니 때문이다. 언니가 장도현 회장과 재혼을 해서 정우가 언니를 싫어한다"고 엉뚱한 말을 합니다. 봉희는 정우가 진짜 좋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슬피 웁니다. 정우는 형수였던 금희의 동생과는 사랑할 수 없음을 밝힌 말인데 봉희는 이를 언니의 재혼 탓으로 돌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할 지경입니다.
아무튼 이런 해프닝은 제작진이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보여 주려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윤학수-이금희의 결혼으로 윤정우-이봉희는 맺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기에 이봉희가 저지른 팬티해프닝에 이어 이벤트 같은 사랑고백은 드라마 이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배우 김지영을 민폐캐릭터로 전락시킨 악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앞으로는 이봉희가 윤정우를 상대로 더 이상 찌질한 짓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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