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에는 쪼록바위봉(1,088m)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산이 있습니다. 이는 아름다운 암봉들이 올망졸망 쪼로록 연이어져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편 바위에 붙은 이끼가 푸르게 보인다하여 초록바위봉 또는 조록바위봉이라고도 부릅니다. 쪼록바위봉은 백천계곡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백천계곡은 태백산에서 발원한 옥계수가 해발 650m 이상의 높은 고원을 16km에 걸쳐 흐르면서 만들어낸 계곡으로 연화봉(1,052m), 청옥산(1,276m), 쪼록바위봉(1,088m) 등의 높은 산에 싸여 있어 계곡의 물이 맑고 수온이 낮아 희귀한 열목어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조람봉(1,005m)은 쪼록바위봉의 동쪽에 자리잡은 미지의 산입니다.
쪼록바위봉 정상인근 조망대에서 바라본 달바위봉(좌측)과 진대봉(우측)
봉화(춘양)에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31번(38번과 공용) 국도를 타고 북상하며 청옥산 자연휴양림을 지난 다음 현불사와 백천계곡 이정표를 뒤로하면 선행들머리인 오마을의 대현교입니다. 여기서 일단 조람봉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조람봉은 선답자들도 별로 없고 변변한 등산개념도도 없어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래된 공동주택을 지난 지점에서 좌측으로 들어서 계곡(병오천?)에 놓인 다리를 건넙니다. 서너 채의 민가가 보이는군요. 좌측으로 돌아 끝 집 뒤에서 채소밭으로 진입하지 말고 바로 우측의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희미한 길은 이내 계곡과 나란히 옆으로 이어지네요. 한참을 옆으로 가던 길이 희미해지고 갈림길에서 위쪽으로 오릅니다. 이제부터 고생길의 시작입니다. 엄청난 오르막에 길은 희미하고 땀은 비 오듯합니다.
국도변 등산로입구
병오천다리(?)
다리를 건너 바라본 공동주택
드디어 능선을 만나 우측으로 다시 오릅니다. 넓은 터(삼거리)에서 조람봉으로 가기 위해 우측으로 들어섰는데 조람봉까지의 길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나뭇가지가 자꾸만 얼굴에 걸립니다. 삼각점이 있는 전망대바위에 오르니 오늘 처음으로 조망이 터집니다. 무엇보다도 남동쪽으로는 봉화의 마이산이라고 불린다는 달바위봉(1,094m)의 위용이 정말 대단합니다. 남서쪽에는 진대봉(1,000m)이 마치 삼각형처럼 우뚝하고, 서쪽으로는 가야할 쪼록바위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을처럼 청명한 날씨여서 시계가 정말 깨끗합니다. 여기서 가까운 거리에 조람봉 정상입니다. 누군가 바위에 새진 이름만 있을 뿐 등산애호가가 달아두었다는 안내문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조망대에서 바라본 달바위봉의 위용
삼각봉은 진대봉
가야 할 쪼록바위봉
끝없이 펼쳐진 산
능선삼거리 좌우로 보이는 진대봉 및 쪼록바위봉
뒤로 보이는 조람봉 정상
조람봉 정상
삼거리로 되돌아와 쪼록바위봉으로 갑니다. 길 찾기가 쉽지 않기에 반드시 전문가를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입추가 지난 지 1주일이 지나서인지 오장육부까지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결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능선으로 이어지던 길이 어느새 높은 암벽 밑에서 그만 보이지 않습니다. 글쓴이가 홀로 가다가 길을 놓친 것입니다. 다행이 좌측 아래로 제법 뚜렷한 길을 찾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잠시 후 평탄한 기이 이어지는 듯 하더니 다시 급경사 오르막입니다. 쪼록바위로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군요. 그러나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은 진리입니다. 힘들여 오른 후 바라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달바위봉과 진대봉을 한꺼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 있군요. 중간의 공사구간은 꼬불꼬불한 국도개량사업입니다.
조망대에서 바라본 달바위봉과 진대봉
이 조망대 바로 이웃이 쪼록바위봉 정상(1,088m)입니다. 이런 오지의 산에서 정상표석을 만난 것은 반가움입니다. 정상에서는 달바위봉이 보이지 않지만 현불사 뒤로 청옥산의 능선이 우람하게 펼쳐집니다.
현불사(중앙) 뒤로 보이는 청옥산 능선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하산 시에는 반드시 등산객들의 리본이 많이 붙은 평천재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지도를 보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길이 정식 하산로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단축됩니다. 정상에서 빠른 길을 찾아 잘 못 내려선다면 길을 잃어 큰 낭패를 당할 것입니다. 해발 1천 미터의 고도를 낮추는 작업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길은 분명합니다. 다만 중간에 이정표가 전혀 없으며 특히 평천재에서 좌측으로 90도 이상 꾸부러져야 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경사면을 이리 저리 구비 돌아 내려오면 백천계곡 옆 도로입니다. 도로에 조록바위봉 1.4km라는 이정표가 있는 데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본 것입니다.
도로변 이정표
이제 힘든 길은 끝났습니다. 도로변에는 적송이 여럿 보이는군요. 고랭지 채소밭에는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계곡을 따라 조금 더가니 목적지인 현불사 주차장입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는 쪼록바위봉의 암봉은 마치 설악산을 보는 듯 합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산행거리는 약 8km에 불과하지만 급경사가 많았고 또 희미한 등산로가 많아 신경을 쓴 탓에 상당히 피로함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조람봉과 쪼록바위봉에서 보았던 가슴이 뻥 뚫리는 장쾌한 풍경은 오래도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적송
고랭지 채소밭
현불사 입구에서 바라본 쪼록바위봉 능선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8월 15일 (목)
▲ 등산 코스 : 대현교-능선 삼거리-조람봉(왕복)-쪼록바위봉-장천재-백천계곡-현불사 주차장
▲ 산행 거리 : 약 8km
▲ 산행 시간 : 4시간 5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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