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산성에서 바라본 남한강
충북 단양군 영춘면 소재 겸암산(계명산)은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소백산 신선봉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의 끄트머리에 솟아 있는 산입니다. 겸암산은 휘돌아 가는 남한강을 끼고 있으면서 온달산성을 품고 있습니다. 겸암산이라는 이름은 유성룡 대감의 형인 유운용의 묘를 설치한 이후부터 그의 호 겸암(兼菴)을 따서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현재 묘는 이장해 가고 없다고 하는군요.
겸암산의 산행들머리는 통상 보발재입니다. 그런데 산악회 측은 구인사 남쪽의 봉우리에 오르면 소백산 인근의 구봉팔문의 경관을 볼 수 있음을 들어 구인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발재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진 595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가 구인사 입구에서 하차합니다. 구인사유물전시관을 뒤로하고 계곡의 안쪽으로 진입하면 "천태종 총본산 소백산 구인사"라는 대형표석이 반겨줍니다. 일주문을 지나 계곡 양쪽으로 늘어선 전각을 보면서 오르면 맨 뒤쪽에는 대조사전이 있습니다. 대조사전은 구인사의 중심전각으로 천태종을 재건한 상월원각 스님을 모신 곳입니다.
구인사 주차장
소백산 구인사 표석
일주문
대조사전
이곳 대조사전 우측으로 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입니다. 뒷산의 꼭대기까지 가파른 계단길이 계속됩니다. 계단길만 약 20분간 올랐더니 벌써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산봉우리(까칠봉?)에는 적멸보궁이 있는데, 조계종 사찰의 경우 적멸보궁은 전각이 있고 그 뒤로 사리를 모신 사리함 또는 석탑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봉분이 있는 묘지가 보입니다. 아마도 천태종을 재건한 상월원각 스님의 무덤인 듯 합니다. 글쓴이는 무심코 카메라를 들어 야외의 모습을 찍으려고 했는데, 관리인인 듯한 남자가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합니다. 글쓴이는 얼른 카메라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관리인의 말에 기분이 팍 상했습니다. "한국인은 사진을 찍지 말라면 더 찍으려 든다." 솔직히 글쓴이는 사진촬영금지라는 작은 경고문을 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억지로 사진을 찍으려는 나쁜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과 시비를 가려 좋을 게 없어 즉시 구봉팔문 조망대로 향합니다.
적멸보궁 가는 길
까칠봉(조망대)에서 바라본 구봉팔문
산악회 측은 구봉팔문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의 풍광이 중국 장가계와 원가계의 모습에 비견될 정도로 숨막히는 조망을 선사한다고 했지만 실제 보니 역광으로 인해 시계도 흐릿한 데다가 경치가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6년 전인 2008년 여름 단양 용산봉 산행을 마친 후 이곳에 들렸는데, 이번에는 겨울풍경을 보려고 했지만 별 수확은 없고 괜히 고생만 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구봉팔문은 구인사 남쪽에 북동∼남서쪽으로 이어진 9개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8개의 문을 말하는데, 구봉은 아곡문봉, 밤실문봉, 여외생문봉, 뒤시랭이문봉, 덕평문봉, 곰절문봉, 배골문봉, 귀문봉, 새발문봉입니다. 이 구봉팔문의 봉우리를 20∼30시간에 걸쳐 종주한 산악인도 있다고 하더군요.
구봉팔문 지도
2008년 방문사진
구봉팔문 조망대에서 실망했지만 이제는 겸암산을 가기 위해 보발재로 내려서야 합니다. 아까 오른 계단과는 반대방향의 계단을 내려서니 임도인데, 여기서 우측 능선으로 진입합니다. 능선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네요. 능선에서 우측으로 바라보는 조망이 매우 시원합니다. 가파른 길을 내려선 후 능선안부(그네가 매어진 곳)에서 좌측으로 몸을 돌려세워 산허리를 밟고 한참을 지나가니 드디어 보발재입니다. 구인사 주차장에서 출발한지 1시간 반이 결렸습니다. 보발재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도 응달로 인해 볼품이 없네요.
능선 우측의 산세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
보발재
보발재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
이제 겸안산을 오를 차례입니다. 보발재의 해발고도가 506m이므로 865m인 겸암산까지는 매우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큰 착각이었습니다. 보발재에서 699봉까지의 오르막이 워낙 가팔라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코가 땅에 닿을 듯 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800봉을 지나 정상인 865봉까지 오르는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보발재에서 한번도 쉬지 않고 1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정상에는 향로봉이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아마도 겸암산의 최고봉이 향로봉인 것 같습니다. 정상에 서면 소백산의 연봉들도 보인다고 했지만 글쓴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겸암산 향로봉
이제는 하산할 차례입니다. 눈길을 따라 가노라니 녹색철망이 나타납니다. 철망을 좌측 옆구리에 끼고 내려가다가 좌측으로 완전히 꺾은 다음 한참 후 철망을 넘어가니 소나무가 많은 임도입니다. 도로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좋았지만 전깃줄 때문에 사진을 망쳤습니다. 도로를 건너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온달산성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온달산성은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장군의 무용담이 전해 내려오는 산성으로 삼국시대에 쌓은 것입니다.
눈길
녹색철망
도로에서 본 조망
온달산성
이곳 산성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그야말로 일망무제입니다. 북쪽으로는 구비치는 남한강과 그 뒤로 솟은 고산(영월 태화산?)의 능선이 선명하며 동쪽으로는 첩첩산중으로 늘어선 산 봉우리들이 높이경쟁을 하는 듯 합니다.
남한강과 태화산
계단이 있는 문을 나와 조금 내려가면서 쉼터인 정자(사모정)을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서면 온달관광지의 태왕사신기 및 천추태후 촬영 세트장입니다. 오늘 산행에 4시간 반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보발재에서 겸암산만 탔으면 매우 가벼운 산행이 되었을 것을 구봉팔문에 현혹되어 구인사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상당히 힘든 일정이 되고 말았군요.
사모정
촬영세트장
주차장 조형물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4년 1월 19일 (일)
▲ 등산 코스 : 구인사 주차장-일주문-구인사-적멸보궁-구봉팔문 조망대-임도 보발재-겸암산 정상-녹색철망
-도로-온달산성-사모정-온달관광지
▲ 산행 거리 : 약 10.8km
▲ 소요 시간 : 4시간 40분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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