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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해(구름바다) 위로 솟은 설악산 울산바위의 비경  

 

 

 

 

 

 

국립공원설악산 지도를 펼쳐 놓고 자세히 살펴보면 신선(神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곳이 셋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선대 또는 신선봉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 오르면 넓은 반석 위 조망이 황홀해 신선이 올라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상세계를 바라보면서 바둑을 두거나 시조를 읊는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설악산 신선대(봉)는 그리 잘 알려지지는 않은 듯 하지만 그래도 등산객들에게 친숙한 신선대는 천불동계곡 안자락에 있는 곳입니다. 천불동계곡과 공룡능선 갈림길인 무너미고개 인근에 위치한 바위를 신선대라고 부르거든요. 두 번째는 미시령에서 백두대간 길을 따라 북상하면 상봉(1,244m)을 지나 신선봉(1,214m)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출입금지구역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오늘 필자가 소개하려는 신선대(645m)는 지도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은 곳인데 설악산 지도에는 신선암(?)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이게 필자가 말하는 신선대(성인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 신선대는 울산바위 북쪽, 미시령의 동쪽에 위치한 암봉으루 보통 금강산 화암사 옆 수암과 연계해 찾게 됩니다. 

 

필자가 신선대 관련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이유는 설악산 신선대(성인대)에 올라 운해(구름바다)속에 떠오른 울산바위와 설악의 숨막히는 위용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산행은 화암사 일주문에서 시작해 수암을 거쳐 신선대(성인대)에 오른 다음 화암사를 경유하는 원점회귀산행입니다. 이는 고성군에서 조성한 금강산 화암사 숲길과 동일한 코스입니다. 

 

 

 

 

 

산행들머리는 화암사 일주문입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소재 화암사는 금강산보다는 설악산이 바로 지척인데 일주문에는 <금강산 화암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명승고찰은 이웃한 산 이름보다 넓은 지역의 명산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는 뒷산인 봉황산 대신 <태백산 부석사>라고 표기합니다. 영주와 태백의 거리는 상당한데 이는 천제단이 있는 태백산은 우리민족의 영산이자 모산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한국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정선 정암사 일주문에도 <태백산 정암사>라고 씌어진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정암사가 위치한 산줄기는 백두대간에 속하는 함백산(1,573m)으로, 태백산(1,567m)은 함백산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발도 이보다 낮지만 태백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고성군 거진읍 소재 건봉사도 <금강산 건봉사>라는 현판을 달고 있습니다. 필자는 처음 금강산 건봉사라는 말을 듣고는 건봉사가 북측지역인 금강산에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일주문 앞 이정표를 보면 여기서 수바위까지는 830m입니다. 도로 양쪽으로 고승들의 선시(禪詩)를 돌에 새겨 두었는데 태고화상 보우와 경허 스님 등의 열반송과 오도송을 적은 것입니다. 규모가 큰 부도탑과 돌탑을 뒤로하면 매점이 나오는데 매점 맞은 편이 바로 수바위 오름길 입구입니다.    

 

 태고의 열반송

 

 부도탑군

 

 수바위 가는 길

 

 

 

 

약 100여 미터를 올라 수비위를 만납니다. 위로 오를 수는 없어 밑에서 올려다봅니다. 짙은 안개로 인해 바위 뒤쪽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아니합니다. 수바위는 계란모양의 바탕 위에 왕관모양의 또 다른 바위가 놓여 있는데, 윗면에는 길이 1m, 둘레 5m의 웅덩이에 항상 물이 고여있어 가뭄을 당하면 웅덩이 물을 떠서 주위에 뿌리고 기우제를 올리면 비가 왔다고 전합니다. 

 

수바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은 항상 시주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 곳을 찾아 끼니때마다 지팡이로 세 번 흔들라고 말하였답니다. 잠에서 깬 스님들은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꿈을 생각하며 노인이 시킨 대로했더니 두 사람 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후 두 스님은 식량 걱정 없이 편안히 불도에 열중하며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객승 한사람이 찾아와 이 절 스님들은 시주를 받지 않고도 수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걱정 없이 지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객승은 지팡이를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 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 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다음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지팡이를 넣고 여섯 번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쌀이 나와야 할 구멍에서는 엉뚱하게도 피가 나왔는데 이는 객승의 욕심에 산신의 노여움을 샀던 것입니다. 그 후부터는 수바위에서는 쌀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자료 : 고성군 홈페이지)

올려다 본 수바위

 

 안개로 인해 조망을 할 수 없는 상태

 

 내려다 본 화암사

 

 

 

 하산 길 화암사에서 본 수바위

 

 

 

 

수바위를 뒤로하고 신선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헬기장에는 등산객 한 명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더군요. 신선 같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미소를 짓습니다. 신선대로 가는 길은 참으로 포근합니다. 시루떡바위를 뒤로하고 적송 군락지를 지나자 산길은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목재계단을 통과한 후 조금 더 걷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기암이 보이는데, 바로 신선대(성인대)입니다.

 

 

 

 

 

 

 

 


신선대는 이름 그대로 아주 먼 옛날 하늘나라의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곳입니다. 신선대는 두 개의 큰 바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바위사이로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다만 짙은 안개구름으로 인해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었는데 약 1시간이 지나 하늘이 개인 후 다시 보니 정말 달라 보입니다. 

 

 

 

 

 

 

 

신선대에서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위능선인데 지난밤 내린 비로 인해 돌구멍에는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날씨만 맑다면 바로 지척에 울산바위가 있어 황홀한 조망을 선사할 텐데 짙은 안개는 언제쯤 걷힐지 모르겠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능선 끝으로 가니 설악의 환상적인 운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남녀 사진사 팀이 삼각대를 설치해 두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끝에 있는 바위를 사람들은 낙타바위라고 부릅니다. 바위능선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습니다. 워낙 안개가 짙어 몇 시간 후에 안개가 걷혀 아름다운 설악의 모습을 보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하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물이 고여 있는 돌구멍

 삼각대를 설치해 때를 기다리는 두 사람

 

 

 낙타바위

 

 

 

시간은 오전 11시. 오후 2시까지 하산해야 하니 시간적인 여유는 있습니다. 일단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다만 안개가 매우 짙은 것이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설악산의 명물인  울산바위가 보여야 할 곳은 희뿌연 안개천지로 변해 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어 바람막이를 꺼내 입습니다. 그런데 약 30분이 지나자 서쪽으로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약 10분 후 드디어 백두대간의 황철봉에 이어 울산바위의 머리부분이 살포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에 운집한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며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들이댑니다.

 간 곳 없는 울산바위

 

 

 

 

 울산바위(좌)와 황철봉(우)

 

 매우 바빠진 사진사(좌) 

 

 백두대간 능선 

 

 

 

 
그로부터 약 10분 후 이제는 울산바위의 상부가 거의 드러납니다. 다만 사진은 역광이어서 약간 검게 나오는 게 옥의 티입니다. 울산바위의 설악산 능선과 이곳 신선대 사이에는 구름바다가 형성되었습니다. 왜 이런 자연현상이 발생할까요? 이를 목격하기 전 까지는 원래 구름이 산 아래로 낮게 드리워진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천지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짙게 낀 안개구름이 태양이 빛남에 따라 위쪽부터 서서히 걷히고 아래쪽만 남아서 이와 같은 구름바다를 형성한 것입니다. 특히 골짜기의 구름은 바람에도 잘 이동하지 않고 태양열을 받아 증발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러난 울산바위 상부

 

 낙타바위와 울산바위

 

 

 

 

 

 

 

 

 

하늘이 맑아지자 안개에 가려졌던 낙타바위도 파란 가을하늘 아래 빛을 발합니다. 또한 그간 안개에 가렸던 미시령 옛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시령 북쪽의 상봉과 신선봉도 분명한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낙타바위

 

 

 모습 드러낸 미시령 옛길

 

 백두대간 길의 상봉(좌) 및 신선봉(중앙)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조금 더 기다리니 드디어 울산바위의 좌측능선에서 북한산 인수봉을 닮은 송곳 같은 뾰족한 봉우리 하나가 머리를 내미는데 바로 달마봉(526m)입니다. 이 달마봉은 당국이 설악산 가을축제에 맞추어 연중 딱 하루 만 개방하는데 필자는 이미 두 번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체되어도 더 이상 빨리 구름바다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아쉬운 발걸음을 돌립니다. 그렇지만 오늘 필자가 경험한 경이롭고 황홀한 설악산의 구름바다는 영원토록 뇌리에서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낙타바위에서 신선대로 되돌아와 화암사 2km 이정표를 따라 하산합니다. 하산로도 반듯하고 이정표도 잘 되어 있습니다. 화암사 앞 계곡에는 물이 철철 흐릅니다. 가을비가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실감합니다. 천년고찰 화암사를 둘러보고는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일주문으로 나옵니다. 오늘 산행에 비교적 많은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신선대에서 1시간 20분 동안 지체했기 때문입니다. 설악산 신선대는 사실 운해(雲海)가 없어도 울산바위를 비롯한 설악산의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인데 오늘처럼 그림 같은 구름바다를 목격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계(契)를 탄 행운아들입니다.  

 

 화암사

 

                                                    하산해 주차장에서 바라본 설악산 달마봉(좌)

 

 

                                                                   주차장에서 본 설악산 울산바위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6년 10월 3일 (월)
▲ 등산 모스 : 화암사 일주문-수바위 입구-수바위-헬기장-시루떡바위-신선대(성인대)-낙타바위(왕복)

                   -안부삼거리-화암사-일주문(제2주차장)
▲ 산행 거리 : 6.3km
▲ 소요 시간 : 3시간 30분(정상휴식 1시간 20분포함)
▲ 산행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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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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