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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족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위용

 

 

 

 

강원도 양양군 서면의 중앙남동부에 위치한 정족산(鼎足山, 869m)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세 봉우리가 높게 솟아나서 그 모양이 솥의 발(鼎足) 같으므로 지어진 산 이름이라고 합니다. 정족산은 일반 안내산악회에서도 잘 가지 않은 미지의 산인데, 고산이 많은 강원도 산(山)중에서 해발고도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정상에 서면 양양시가지와 동해안은 물론 설악산을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등산로 정비이후 기(氣)를 받는 명산으로 입 소문을 타면서 탐방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산입니다.

 

금년 들어 영동지방에 폭설이 두 번 내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번은 1월 21일경이고 또 한번은 1월 30일 경입니다. 필자가 정족산을 찾은 날이 2월 7일이니 폭설이 내린지도 제법 지난 시점입니다. 그런데 해담마을에서 정족산을 오르는데 정상을 약 500m(높이가 아닌 거리)앞둔 시점부터 급경사 오르막에 무릎이 빠질 만큼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는 눈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진절머리를 쳤습니다. 지금까지 약 16년 간 열심히 산에 다니며 눈밭을 걸은 경험이 있지만 이번 눈길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정족산 산행들머리는 서면 서림리 해담마을입니다. 후천 변 건물의 지붕 위에는 하늘에서도 보일 정도의 큰 글씨로 해담마을이라고 씌어져 있어 무척 이채롭습니다. 이곳에는 한적한 산촌마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큼직한 건축물이 다소 눈에 뜨이는데 수륙양용차 체험장과 친환경농산물 공동물류센터도 있다고 합니다. 후천에 놓인 산뜻한 디자인의 해담교를 건넙니다. 다리를 건너며 주변을 바라보니 응달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오늘 산행을 하면서 눈과 씨름을 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담교

 

 

 

 

 

 

 

 

해담교를 건너니 바로 정족산 산행들머리 이정표가 나옵니다. 정족산 탐방안내도가 잘 설치되어 있군요. 여기서 정상까지는 4.8km이기에 앞으로 2시간 반은 소요될 것입니다. 등산로 초입부터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약 100m 간격으로 양양군에서 설치한 38숨길이라는 산뜻한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나무를 박아 로프를 매어둔 안전시설을 따라 오르니 교통호입니다. 교통호는 6.25때 국군이 북괴군을 경계하던 호인데, 지금은 등산객을 위한 평상과 등산안내지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교통호를 넘어가는 응달에는 눈이 쌓여있어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물론 눈이 없는 양지에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아이젠은 겨울산행 시 미끄럼을 방지하는 안전장치이므로 반드시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소나무 군락지와 통나무 계단을 지나면 산죽이 나타납니다. 송전철탑이 있는 곳에 다다르니 임도인데 여기서 우측으로 약 140미터를 가다가 좌측의 산으로 다시 진입합니다. 

 

 

 

 

 

 

 

 

능선을 기준으로 양지인 우측은 눈이 없는 반면 음지인 좌측은 눈이 많습니다. 눈이 쌓인 능선 길을 걸어갑니다. 멀리 보이는 설산이 고산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무 숲 사이로 설악산 대청봉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군요. 통나무 계단을 지나자 능선에 쌓인 눈이 거의 무릎까지 빠질 지경입니다. 가야할 정족산의 정상부가 빤히 보이는데 워낙 가팔라 보여 어찌 오를지 걱정이 앞섭니다.

 

 

 

가야할 정족산 정상부

 

 

 

 

 

드디어 정상을 500여 미터 앞둔 시점까지 왔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오르막이 평범해 보이지만 여기서 조금 더가면 본격적인 눈과의 사투가 시작됩니다. 그래도 등산로에 로프라도 매어져 있으면 한결 오르기가 쉽지만 아무 것도 없는 길은 정말 고역입니다. 눈은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데 선두그룹이 남긴 발자국 따라 걸어보지만 경사가 워낙 가파르고 눈이 많아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이 잦아집니다. 눈길을 가면서 겨우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이 사진만으로는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 진짜 아쉽습니다. 위태로운 눈길에 서서 서쪽의 설악산 대청봉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이름 모를 산 뒤로 조금 머리를 내민 산은 남설악의 점봉산(1,424m)일 듯 합니다.

 

 

 

 지나온 능선(앞), 이름 모를 산(중앙), 설악의 대청봉(우측)

 

 

 

 

 

최악의 난코스를 지나 이리 저리 돌아가니 조망대가 있는 정족산 정상(869m)입니다. 정상에 서면 양양 앞 동해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북서쪽으로는 설악산(1,708m)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양양군에서 조성한 38숨길 노선도는 정족산 정상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구간을 포함하고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이 길을 답사하기는 정말 어려울 듯 합니다. 물론 겨울이 아닌 계절엔 이처럼 힘들지는 않겠지요.

 

 

 

 양양 앞 동해바다

 

 

 

 

설악산 대청봉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하산길에도 엄청난 눈이 쌓여 있지만 조금 전 오름 길과 비교할 때 기울기도 다소 완만해서 그리 힘들거나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4.5km 이상을 내려가야 하니 정말 지루할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은 곳을 지나 개활지를 돌아가니 설악산 능선이 보이는 곳에 "정족산 전망"이라는 안내도가 있는데 이 안내도는 기본을 무시한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 보이는 곳의 지명이나 산 이름을 기록해 두어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변상황을 알 수 있는데, 그냥 보이는 사진만 찍어 놓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도에 도착한 후 좌측의 도로 아래로 내려섭니다. 큰 소나무를 뒤로하고 눈길을 걷습니다. 소나무 군락지가 매우 울창하군요. 다시 임도를 가로지릅니다. 하늘을 향해 죽죽 뻗은 침엽수림이 장관입니다. 능선 안부에서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우고 보니 조금 후부터는 엄청난 급경사이지만 눈도 전혀 없고 또 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급경사 내리막

 

 

 

 

 

계곡에 도착했지만 바로 건널 수는 없어 내려온 산기슭을 따라 난 길을 가노라니 계곡과 합류됩니다. 한 겨울이지만 눈이 녹은 물인지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펜션처럼 아담한 주택이 있는 곳이 바로 현북면 내현리입니다. 별빛촌(펜션)과 해오름 전진교회를 지나가니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양지말 양촌교입니다. 방금 지나온 계곡은 버들계곡이로군요. 피서철에는 계곡의 물이 맑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합니다.

 

 양지말 버들계곡(정족산) 입구의 양촌교

 

 

 

 

 

오늘 약 11km 산행에 거의 5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상까지 가면서 오르내림이 심한 산길에 눈과 씨름하느라 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산행은 힘들었지만 정족산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과 동해안의 조망은 매우 멋졌습니다.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물이 풍부한 계곡이 있어 산행하기 좋겠지만 한겨울 폭설기 산행은 위험하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2월 7일 (화)
▲ 등산 코스 : 해담마을(해담교)-교통호-정족산-임도-계곡-내현리-양지말 양촌교
▲ 등산 거리 : 10.7km
▲ 산행 시간 : 4시간 50분
▲ 산행 안내 : 갤러리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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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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