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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산 팔각정(천마정)에서 바라본 계룡산의 모습(좌측)

 

 

 

 

충남 계룡시 금암동 소재 천마산(287m)은 국립공원 계룡산(845m)의 남쪽에 자리잡은 나지막한 산으로 계룡산을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천마산의 남쪽 능선인 논산시 연산면에 자리잡은 천호산(366m)은 능선에 서면 대둔산이 조망되는 데 이 산은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왕건이 황산(연산)에 이르러 후백제 군사와 전투를 벌이던 어느 날 큰 밥솥을 머리에 이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는 꿈 해몽을 잘한다는 여인을 불렀는데 그 여인은 "귀인이 머리에 솥을 썼으니 왕관을 쓴 것이나 다름없고, 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용궁으로 들어간 것이니 백성을 다스리는 상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에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왕건은 도선국사로 하여금 부처에게 적군을 물리쳐 줄 것을 기도하게 했더니 어디선가 병사들이 나타나 후백제군을 물리치게 되었습니다. 왕건은 이를 하늘의 보호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여겨 병사가 나타났던 산을 천호산(天護山)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산행 들머리는 1번 국도변의 계룡시 엄사면 소재 논산경찰서 계룡지구대입니다. 그런데 어찌 논산경찰서 계룡지구대가 계룡시 행정구역내에 있을까요? 아마도 계룡시는 그 규모가 워낙 적어 자체 경찰서가 없는 듯 합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공주경찰서 계룡파출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계룡시의 치안은 인접도시인 논산시와 공주시의 경찰이 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계룡시가 원래 논산시와 공주시로부터 분리해 독립했으니 그럴 만도 하네요. 지구대 앞에는 천마산·천호산 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등산로 쪽으로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일부지역에 1∼5cm의 눈이 내렸다고는 했지만 이곳에 상당히 많은 눈이 쌓여 있으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는데 봄의 기운이 감도는 3월 초 꽃샘추위 속에서 눈 산행을 하게 된 것은 참으로 행운입니다. 아이젠을 신은 채 산 속으로 들어섭니다.

논산경찰서 계룡지구대

 

 

 

 

 

 

산 속은 완전 한 겨울을 연상케 합니다. 꽃샘추위로 인해 영하 4-5도의 기온 속에 차가운 공기가 귓가에 스쳐 귀마개가 있는 등산모자를 고쳐 씁니다. 주변은 온통 눈 세상입니다. 지난 겨울 강원도 양양의 정족산으로 가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경험한 이후 제대로 된 눈 산행은 두 번째입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능선에 다다릅니다. 뒤돌아보니 머리에 하얀 눈을 뒤집어 쓴 국립공원 계룡산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등산로에도, 쉼터의 의자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모습이 장관입니다.

 

 뒤돌아본 계룡산

 

 

 

 

 

 

드디어 팔각정인 천마정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계룡산과 계룡시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능선좌측 아래에는 계룡시청과 금암초등학교가 있고 뒤돌아서면 계룡산을 비롯한 여러 산들이 맑은 하늘 아래 선명합니다.

 팔각정

 

 금암초등학교

 

 뒤돌아본 계룡산(중앙 맨 뒤)

 

 

 

 천마산 가는 길

 

 

 

 

그런데 정자 아래 큰 바위는 바로 금바위입니다. 금바위(금암/金巖)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는데 다소 길지만 한번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때는 고려 중엽, 계속된 외세의 침략으로 국가기강이 혼란한 틈을 타서 승려들까지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연산 천호리에서 고려 태조 왕건은 하늘의 도움을 받아 백제 신검을 물리치고 고려를 창건함에 따라 국운을 크게 연다는 뜻의 개태사라는 절을 지어 차후 승리의 기념과 국운 융성을 빌게 하고, 삼남지방 유사시 출동병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태사에 수천 명의 승려를 두었다. 국력은 날로 어지러워지고 개태사의 세력이 강성해져 국가의 명령에 복종치 않고 승려들이 작당하여 인근 촌가를 습격 약탈하고 부녀자까지도 겁탈하는 등 횡포가 날로 심하였다.

 

이를 보다 못해 관군이 출동하여 바로 잡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패하니 할 수 없이 이 사실을 나라에 상소하니 왕이 이를 바로 잡고자 수차 관군으로 이 절을 치게 하였으나 패하기만 하니 승려들은 더욱 강성해져 횡포가 더욱 심하였다. 개태사의 횡포로 인근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니 왕 크게 근심하여 개태사를 칠 계획을 논의하게 되었다. 이때 한 장수가 지원했는데 그는 최일 장군이었다. 최일 장군은 왕명을 받고 군사를 거느리고 연산 개태사에 도달하여 진영을 정비하고 개태사 부근에 이르러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싸움을 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퇴각하여 30여 리 떨어진 노성방면에 진을 치고 부하 몇 사람을 데리고 개태사 뒷산에 올라 이 절의 동정을 살폈으나 안개로 인하여 절의 사정을 파악할 수 없어 이를 왕에게 상소하였다.

 

어느 날 최일 장군이 말을 타고 개태사를 향하여 가던 중 한 농부가 검은 암소로 논을 갈면서 "이 놈의 미련한 소야! 최일 장군 만큼이나 미련하고 어두운 소로구나!"라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최일 장군은 말에서 내려 농부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내가 바로 최일 장군인데 어찌해서 소를 보면 나같이 미련하다고 합니까?" 농부는 깜짝 놀라며 "아, 당신이 최일 장군이요? 장군께서는 아무리 개태사를 치려 하지만 천마산 중턱에 있는 암소바위가 개태사를 보호하려고 안개가 끼게 하니 암소바위를 칼로 내려 친 다음 개태사를 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오." 말을 마친 농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최일 장군은 신의 가르침이라 생각하고 마음으로 감사한 후 금암리 천마산 암소바위에 올라가니 과연 집채만한 바위가 있었다. 최일 장군은 장검을 빼어 암소바위 한복판을 내려치니 바위가 갈라지면서 피가 주르르 흘렀다. 최일 장군은 군대를 동원해 개태사에 이르니 거짓말처럼 연일 끼어있던 안개가 걷혔다. 최일 장군은 개태사 승려들을 토벌하여 인근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하였다.

 

이 암소바위 뒤 탕건바위가 있는 곳에 하(河)씨들이 피난하였다는 바위굴도 있으며 용이 바위 뒤를 통과하여 용의 흔적도 있고 사람의 시신처럼 보인다 하여 송장바위라고 부르는 바위도 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바위들이 있다 하여「금암(金岩)」또는「금바위」라고 부른다.』

 

 

이제 천마산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소나무 위에 쌓인 눈이 파란 하늘아래 빛나고 있습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송전철탑을 뒤로하면 천마산(278m)입니다. 자그마한 돌탑이 있는 정상에는 산뜻한 방향표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정상표석은커녕 천마산을 알리는 아무런 안내문도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찾아낸 것은 누군가 돌탑의 작은 돌에 쓴 글씨뿐입니다. 정상에 이처럼 반듯한 이정표를 세운 사람들이 이정표 기둥에 천마산 이름을 기록해 두었더라면 이토록 실망스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정상에 서니 서쪽으로의 조망이 터지는데 북서쪽으로 계룡산 남쪽의 향적산(574m)이 우뚝합니다.

 

                                                                            가파른 계단 길

 

 천마산 정상 이정표

 

 정상을 알리는 유일한 돌탑의 글씨

 

 향적산의 모습(우측)

 

 

 

 

   

산행지도를 보면 천마산 다음 봉우리는 두리봉인데 어디인지도 모르고 지나칩니다. 유림회관 갈림길에 오니 현재의 위치가 능선 종점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길을 안내합니다. 이미 지난 천마산 정상에도 이처럼 현 위치를 표기해 두었더라면 참 좋았을 테지요. 안부로 내려와 다시 작은 등성이를 넘으니 불도저와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는 공사현장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이런 곳은 매우 지저분할 텐데 새하얀 눈이 땅위의 모든 것은 덮어버렸군요. 임도를 조금 가다가 산 속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누군가 친절하게 천마산과 천호산 방향을 표기한 안내문을 붙여 놓았네요.

 능선 종점 이정표

 

 

 안부 이정표

 

 지나온 천마산 방향 이정표

 

 

 

 

 

 

 

이제부터는 천호산을 향해 갑니다. 3월에 눈이 쌓인 길을 걷는 행운이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에 낙엽과 눈이 함께 엉겨 붙어 큰 눈 뭉치로 변하니 걸음이 매우 불편해 나무 등걸에 발을 차면서 눈 뭉치를 떼어 내느라고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특히 아이젠을 착용해 더욱 그러합니다. 개태사 갈림길과 수복동 갈림길을 지납니다. 지금까지 천호산은 모두 천호봉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비로소 천호산으로 적힌 이정표를 봅니다. 천호산이냐 천호봉이냐는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山)과 봉(峰)은 어감의 차이가 있으니 일치시키는 게 좋을 것입니다. 천호산 정상(366m)에 오르니 천마산과 마찬가지로 산뜻한 이정표는 있지만 정상을 알리는 안내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에서는 조망도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등산로 곳곳에 비상사태 발생 시 현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세운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정상을 알려주는 안내문 하나 없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천호봉으로 표기

 

 

천호산으로 표기

 

천호산 정상 이정표 

 

 

 
천호산이 있는 곳은 행정구역상으로 논산시입니다. 천호산을 뒤로하고 황룡재 방면으로 갑니다. 한참 길을 가노라니 능선 좌측으로 조망이 터지는데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상당히 높은 봉우리에 오릅니다. 이곳에 서면 북으로는 계룡산이, 남으로는 대둔산 능선이 보이는 조망의 명소입니다.

 북쪽으로 본 계룡산 능선

 

 


 

 남쪽의 대둔산 능선

 

 

 논산시 방향 조망

 

 

 

 

 

가파른 길을 내려와 작은 봉우리를 또 넘어 갑니다. 앞에 비교적 큰 봉우리가 보여 저길 어찌 넘어가야 하는지 걱정하면서 안부로 내려오니 산악회 선두가 우측 사격장으로 하산하라는 깔지를 놓아두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대목재입니다. 현지의 이정표는 천호산 2.1km, 황룡재 1.4km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사격장 갈림길의 천호산 이정표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나 크고 반듯한 사격장이 보입니다. 예비군 훈령용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지나가노라니 경찰마크가 새겨진 대형표석에 강자필승(强者必勝)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고 충남경찰국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이 사격장은 경찰용입니다. 지금은 충남경찰국장이라는 직함도 없기에 이런 식의 표석은 아주 오래 전 권위주의시절의 산물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강자필승이라는 구호는 당연한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이 한국에 대해 저지르는 무차별적인 경제보복 특히 사기업인 롯데에 대한 폭력은 우리의 국력이 약하기에 당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전 국민이 똘똘 뭉쳐 비록 덩치는 크지만 소인배인 중국에 당당히 맞서는 나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래로 내려오니 반듯한 건축물 정문에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수채화 같은 벽화 옆에는 의무경찰 교육센터라는 이정표가 보이네요. 이곳 논산시 송정2리는 백제 계백장군과 5천 결사대의 기상이 서린 마을이어서 숙연해 집니다. 목재소가 있는 도로로 나와 1번 국도를 따라 우측으로 북상합니다. 쌩쌩 달리는 도로 옆으로 걷는 게 정말 불안합니다. 무공해 전통옹기상과 송정1리 버스정류소를 지나가니 송정1리 마을표석 옆 교회 앞에 등산버스가 기다라고 있습니다.

 의무경찰 교육센터

 

 

 

 

 

 

 

 

 

 

 

 

 

 

 

오늘 약 10km 산행에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번 산행을 하면서 놀란 게 3가지입니다. 하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눈길 산행을 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천마산 능선에서는 계룡산이, 천호산 능선에서는 대둔산 능선 조망이 매우 좋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천마산과 천호산 정상에는 아주 잘 정돈된 이정표가 있었지만 산의 정상임을 알리는 아무런 안내문이 보이지 않아 실망했습니다. 사실 이번 산행을 하기 전까지는 이런 산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전국에 산은 많고 아직 오르지 않은 산은 더 많습니다. 체력이 허용하는 한 앞으로도 산의 답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7년 3월 7일 (화)
▲ 등산 코스 : 계룡지구대-금암-팔각정-천마산-천호산-대목재-사격장-목재소-송정1리 버스정류소-송정1리 마을표석
▲ 산행 거리 : 10.7km
▲ 산행 시간 : 3시간 45분
▲ 산행 안내 : 갤러리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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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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