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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생각납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그냥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나라의 침공을 받고 결사항전 하다가 결국에는 항복한 장소로만 알았는데, 김훈은 그 당시의 전쟁상황을 얼마나 침통하고 애절하게 묘사했는지 정말 다음 책장을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위정자들이 소모적인 논쟁만 하다가 국력이 쇠퇴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설날을 앞두고 이 남한산성을 다시 찾았습니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로 나와 50미터 정도 직진해 큰 도로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1번 출구로 나와도 남한산성 가는 이정표는 없지만 몇 년 전 산행들머리를 찾으면서 헤맨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쉽게 길을 찾습니다.

비호부대를 지나가니 청운사입니다. 청운사 전각은 부석사처럼 무량수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청운사를 지나 쌍둥이 약수터 방면으로 들어섭니다. 약수터는 보이지 않고 산 할아버지 흉상이 길손을 안내합니다. 이분은 등산로에 벚꽃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 관상수를 손수 심고, 다리와 층계를 직접 만드는 등 등산로를 조성하여 자연사랑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청운사 무량수전

                           산할아버지 동상


가파른 길을 오르니 남성대골프장이 보입니다. 그 전 이를 허물고 신도시로 조성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느 상태인지 모르겠습니다. 계속하여 쉬지 않고 오르니 남한산성의 서문이 보이는 곳입니다.

남성대골프장


산성외곽에서 서문(우익문)으로 들어서니 그 전에 있던 매표소가 없어지고 그냥 입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도립공원인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것과 관련이 있는 지 알 수 없습니다.

                         남한산성 서문


이제부터는 성안의 길을 따라 산성을 한 바퀴 돌 계획입니다. 바닥에는 눈이 있어 길은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남쪽으로 걸어가니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수어장대입니다. 장대는 장군의 지휘소인데, 수어장대는 산성 내의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것입니다.


수어장대


영춘정을 지나 등성이를 넘으니 남문(지화문)입니다. 남문으로는 자동차가 통행 가능하지만 지금은 얼어있어 성안으로 차량진입은 하지 못합니다.
 

남한산성 남문

남 문


남장대지를 지나가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눈이 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설 연휴기간 동안 충청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폭설이 내려 귀성객이 애를 많이 먹었다는 소식은 안타깝지만 수도권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이 흩날리는 산성


여기서부터는 아직까지도 복원이 되지 않은 산성이 그대로 남아있는 지역입니다. 동문 뒤쪽 산 아래에는 망월사가 보입니다.

복원되지 않은 산성


동문(좌익문)에서 망월사로 갑니다. 차도가 조성되어 있는 길입니다. 망월사는 산성 내에 있는 9개의 사찰 중 가장 오래된 절 집인 데, 일제의 의해 전소된 것을 1990년대부터 극락보전과 대웅보전 그리고 13층 석조탑을 복원하여 대가람이 되었습니다.
 

남한산성 동문

망월사 13층 석조탑


다시 삼거리 갈림길로 내려와 산성을 돌아가다가 쉼터에 배낭을 내립니다. 허기를 채우려고 간식을 꺼냈는데 눈보라가 몰아쳐 눈이 배낭 속으로 들어갑니다. 산을 다니며 악천후를 만나면 제일 문제는 먹는 것과 사진 찍는 일입니다.

겨우 간식을 먹고는 망경사로 갑니다. 도로를 따라가면 일주문을 볼 수 있으나 산성을 따라가면 이를 놓칩니다. 일주문은 이외로 반듯하지만 사찰경내는 주의가 매우 산만합니다. 대웅전, 범종각, 심향당(心香堂), 무심당(無心堂) 같은 전각이 있는데 비해 사찰의 고즈넉함은 찾을 수 없습니다.

남한산 장경사 일주문

장경사


다시 산성을 따라 가니 군포지(軍 址)입니다. 군포는 성을 지키는 초소건물입니다. 동장대지와 여장을 지납니다. 여장(女墻)이란 성 위에 낮게 쌓은 담으로 이것에 몸을 숨겨 적을 향해 효과적으로 총이나 활을 쏠 수 있게 만든 시설입니다.

산성 길


계속하여 성을 오르내리자 동장대 암문입니다. 남한산의 주봉인 벌봉(515m)을 가려면 여기서 우측인 동쪽으로 나가야 하지만 오늘은 산성을 일주하는 게 목표입니다.

동장대 암문


다시 발걸음을 옮기니 가야할 연주봉옹성이 저 멀리 보입니다. 북문(전승문)에 도착하니 또 눈이 내립니다. 

눈쌓인 산성

가야할 산성

남한산성 북문


유난히도 소나무가 많은 길을 오릅니다. 길섶의 나뭇가지에는 파리에서나 봄직한 여성의 패션모자 같은 광주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습니다.
 

패션 모자 같은 광주리

눈 내린 산성길


연주봉옹성 암문을 지나 산성외곽으로 나옵니다. 연주봉옹성은 봉수와 망루의 기능을 한 것으로 여기서는 조망이 매우 잘 됩니다. 지나온 산성과 하남시 및 서울 송파구의 모습이 한눈에 보입니다. 

연주봉 옹성

연주봉 옹성에서 뒤돌아본 산성


옹성에서 북쪽능선을 따라 가며 산불감시초소를 지납니다. 체육시설을 지나 좌측으로 내려가니 성불사입니다. 성불사에서 마천역으로 되돌아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혼자 유유자적하게 산행을 해서인지 발걸음이 여전히 가볍습니다. 홀로 떠나는 산행은 이래서 좋습니다.

남한산 성불사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1월 25일 (일)
△ 등산 코스 : 마천역-비호부대-청운사-산할아버지상-산성서문-수어장대-남문-동문
                     -망월사-장경사-동장대암문-북문-연주봉옹성-산불감시초소-체육시설
                     -성불사-마천역

△ 소요 시간 : 5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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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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