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소재 태화산(644m)과 용인시 정곡면에 위치한 정광산(563m)은 중부고속도로 서쪽 곤지암 인근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 상에 자리잡고 있는 산입니다. 오늘은 가장 남쪽의 태화산에 먼저 오른 후 북쪽 능선을 따라 마구산과 정광산을 거쳐 발리봉을 지나갈 작정입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을 출발한 버스(1113-1번/강변역-동원대학 운행)는 중부고속국도를 경유하여 곤지암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어 교통이 매우 편리하였으나, 문제는 곤지암 터미널에서 태화산 산행 들머리인 추곡행 버스를 갈아타는 일입니다. 약 40분을 기다려 추곡리행 버스(39-9번)에 오릅니다.
꼬불꼬불한 길을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를 두 차례나 반복하더니 산행들머리인 유정리에 도착합니다. 약 10분 소요된다고 하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무려 40분이나 걸렸는데, 흔들리는 버스에 올라 선 채로 시달리다 보니 산에 오르기도 전에 피곤이 몰려옵니다. 오는 길목에 스키장비를 파는 상점이 줄지어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인근에 곤지암스키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태화산 등산로 표석을 뒤로하고는 안으로 들어섭니다. 돌탑이 있는 주차장을 지나자 솔밭길입니다. 물이 마른 샘터를 뒤로하니 경사가 급한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병풍처럼 직립한 바위 옆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오릅니다. 전망대에 서서 좌측을 바라보니 산행들머리의 도척저수지가 그나마 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돌무덤과 노송
병풍바위
도척저수지
헬기장 옆에는 태화산 정상표석이 밋밋하게 서 있어 정상은 접근금지인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통신시설을 지나가니 정상에 광주시에서 새긴 반듯한 표석이 반겨줍니다. 그렇다면 헬기장의 밋밋한 표석은 전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으로 이는 바로 과잉친절인 것입니다.
정상표석은 원래 있는 자연석 바위에 산 이름만 새겨 넣은 듯 산의 높이에 비해 지나치게 웅장해 보입니다. 태화산 남쪽 아래에는 고려 때 창건되었다는 백련암이 있다지만 갈 길이 바빠 들리지 못합니다.
헬기장의 정상표석
남쪽의 조망
태화산 정상표석
가파른 철 계단을 내려가니 헬기장입니다. 내리막길의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니 용인시의 최고봉인 마구산(595m)입니다. 정상표석은 물론 돌무덤에 태극기가 꽂혀 있어 새로운 느낌입니다. 태극기는 언제 어디서 보아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우리나라의 상징물입니다.
내리막 사다리계단
마구산 표석과 태극기
안부에 도착하니 임도입니다. 사실 임도라기보다는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마침 이날도 패러글라이딩 스쿨에서 온 자동차 한 대가 서 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하늘에 떠 있는 모습만 보다가 활공장에서 직접 보니 낙하산의 규모가 엄청 큽니다. 2명이 한 조가 되어 하늘로 오르지만 바람이 약해 마음대로 하늘을 날지는 못합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이륙 준비
이륙 직전의 모습
이 륙
지나온 태화산(중)과 마구산(우)
활공장을 지나가니 정광산(563m)입니다. 정상표석을 바닥에 깔아둔 게 흡사 삼각점처럼 보입니다. 정광산을 지나가니 피크닉테이블과 돌무덤이 있는 노고봉(574m)입니다. 잡목으로 인해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북쪽의 백마산을 거쳐왔다는 등산객은 여기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정광산 표석
노고봉 표석
다시 북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갑니다. 우측사면의 잡목사이로 눈이 하얗게 쌓인 곤지암스키장이 보입니다. 기온이 올라서인지 이용자는 많지 않으나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고 슬로프를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넘치는 활력이 부럽습니다. 능선의 좌측에는 한국외대 용인캠퍼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곤지암 스키장
스키장을 우측으로 끼고 이어지던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자 다시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스키장이 점점 멀어지더니 삼거리 갈림길인 발리봉(489m)에 다다릅니다. 주능선을 따라 계속가면 백마산으로 연결되지만 그만 우측으로 하산합니다. 여기서 태화산까지의 거리가 11.2km 이니 이미 먼길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발리봉 이정표
약수터가 있는 정자 신배정을 지나 신이리 마을로 들어섭니다. 동산교회를 경유하니 3번 국도가 지나가는 큰길가입니다. 우측으로 몸을 돌려 육교 밑에서 곤지암 행 시내버스를 타고 소머리국밥집의 효시라는 원조본가 "최미자소머리국밥집"으로 이동하여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는 귀경합니다. 배가 든든하니 마음도 편안해 집니다. 오늘 하루, 경비도 적게 들고 거리도 가까운 근교산행으로 뜻 깊은 하루를 보냅니다.
신이리 마을
동산교회
소머리국밥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2월 22일 (일)
△ 등산 코스 : 유정리 버스정류소-바우산골-솔밭길-병풍바위-태화산-마구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정광산-노고봉-곤지암스키장(우회)-발리봉
-신배정-산이리 동산교회-3번국도변 육교
△ 소요 시간 : 5시간 30분
△ 등산 안내 : 백두산악회(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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