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군 수주면 소재 구룡산(955m)은 남쪽에 흐르는 "서만이 강"변의 북쪽에 솟아 있는 산입니다. 구룡산 남쪽 산자락 끝에 위치한 "섬안"이라는 마을을 동, 남, 서쪽으로 감싸 흐르는 강줄기 이름이 서만이강입니다. 된불데기산은 구룡산의 북쪽 화채봉 사이에 솟은 오지의 산입니다.
영월하면 예로부터 오지중의 오지였습니다. 그리하여 조선조 단종 임금은 폐위되어 영월로 유폐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속도로가 사방팔방으로 이어져 서울에서 영월까지는 3시간대로 가까워졌습니다.
중앙고속국도 신림 IC를 빠져 나온 등산버스는 88번 지방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다가 찐빵으로 유명한 황둔마을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두산 약수터에 정차합니다.
두산약수
약수터에 서 있는 등산 안내도를 보고 안으로 들어서니 등산로가 없습니다. 다시 도로로 나와 100미터 정도 더 가서 오른쪽으로 들어섭니다. 가옥 앞에 놓여 있는 빨간 우편함이 꼭 하늘나라에서 오는 편지를 전해주는 용도로 사용되는 듯 합니다.
빨간 우체통
그러고 보니 우체부에 관한 우스개가 생각납니다. 어느 날 우체부(A씨)는 "하느님 귀하"라고 적힌 우편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하느님 앞으로 배달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편지를 개봉했습니다. 그 편지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100달러의 돈이 필요하므로 하느님께 좀 부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이런 사정을 동료 배달부에게 전한 결과 90달러가 모금되었습니다. A씨는 이 돈을 발신인에게 보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다시 하느님 앞으로 가는 편지를 발견하였습니다. A씨는 분명히 감사의 편지라고 생각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편지를 개봉했습니다. 편지를 읽은 A씨는 그만 졸도하고 말았습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제가 요구한 100달러를 보내주셨을 텐데, 마음씨 나쁜 고약한 우편 배달부가 중간에서 10달러를 가로채고 90달러만 배달했습니다. 그 나쁜 우편 배달부를 벌하여 중간에 착복한 10달러를 저에게 추가로 보내주도록 조치하여 주옵소서!"
오래 전에 읽은 내용이라 무슨 용도로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 보내달라고 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게 참 서글픕니다.
좌측으로 구부러진 다음 다시 우측으로 오릅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지만 숲 속으로 접어드니 바람 한 점 없고 조망은 더욱 없습니다. 그늘이기는 하지만 바람이 없으니 땀이 비 오듯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30분만에 구룡산(955m) 정상에 도착합니다.
구룡산 정상
헬기장인 정상에는 삼면으로 된 막대형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그리 볼품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남동쪽으로 조망이 터지지만 분간하기 어렵고, 남쪽의 서만이강도 보이지 않습니다.
구룡산에서 바라본 조망
이제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급경사를 내려서 자꾸만 고도를 낮춥니다. 삼거리 갈림길까지 내리막이더니 이제 다시 된불데기산을 향하여 오릅니다. 명색이 두 개의 산을 이어 걷는 일은 언제나 힘이 듭니다. 고도가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딱 한번 고사목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조망이 터지더니 정상까지는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이름 모를 버섯
고사목
드디어 된불데기 산(910m)입니다. 정상에는 삼각점만 있을 뿐 표석도 산 이름의 유래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구룡산에 비하여 조망은 훨씬 좋습니다. 특히 비가 내린 후라서 대기가 맑아져 시계(視界)가 수 십 킬로미터는 될 듯 합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우리의 산야입니다. 남쪽으로는 방금 지나온 구룡산을 비롯한 이름 모를 산들이 춤을 추는데, 서쪽으로는 남북으로 갈게 뻗은 치악산 능선과 그 위쪽의 매화산이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나온 구룡산(좌)
치악산능선과 매화산(서쪽)
"된불"이란 말은 사냥꾼들이 쓰는 용어로 급소를 맞힌 총알을 일컫는데, 전에 이 산에 멧돼지가 많아 마을 주민들이 멧돼지 사냥을 하면서 된불데기 산이라 불렀던 것이 산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 발길이 뜸하여 기름진 땅에서 자란 약초들은 유난히 향이 진합니다.(자료 : 한국의 산하)
그런데 여기서 좌측으로 하산했으면 좋았을 것을 북쪽으로 거칠치까지 가는 게 약간 무리였습니다. 왜냐하면 거칠치에서 촤측으로 하산하는 길이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울창한 숲
그래도 희미한 길을 조금 내려가자마자 계곡 옆으로 이어진 길을 만난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풀숲이 무성한 길을 겨우 헤쳐 임도로 나옵니다. 별장 같은 집의 뜰 앞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 주는 듯 합니다.
별장과 코스모스
인접한 계곡에 들어가 땀을 씻고는 양지말을 거쳐 운학천이 흐르는 도로로 나옵니다. 여름철은 땀을 많이 흘리니 쉽게 피로해 집니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등산버스에 오릅니다. 휴식시간까지 포함하여 4시간 50분간 걸었습니다.
말나리
옥수수밭
산촌의 가옥과 화단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8월 9일 (일)
△ 등산 코스 : 두산약수-709봉-구룡산-소재삼거리-된불데기산-거칠치-양지말-운학천
△ 소요 시간 : 4시간 50분
△ 등산 안내 : 산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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