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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설악산국립공원. 이 설악산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 집니다. 현재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그 동쪽지역을 외설악, 그 서쪽지역을 내설악이라 하고, 서북능선을 경계로 한 그 남쪽 지역의 장수대·한계령·오색지구 일원과 44번 국도 남쪽의 가리봉·등선대·점봉산 일대를 남설악이라 부릅니다.

최근에는 등산 애호가들이 설악산 국립공원 권역의 경계 북쪽 매봉산(1,271m) 일대, 신선봉(1,204m)·마산(1,052m) 일대를 북설악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시령 북쪽의 신선봉은 설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지만 매봉산은 공원권역 밖입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글쓴이도 매봉산이 설악산 국립공원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북설악 매봉산"을 검색하면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큰 기대를 가지고 매봉산 등산을 다녀 온 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설악산은 기암괴석이 많은 바위산인데 비해 매봉산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세도 조망도 없는 산이 설악산 권에 포함 될 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매봉산을 북설악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에 솟아있는 매봉산은 동쪽산자락에 용대자연휴양림이 조성되면서부터 찾는 사람이 늘어갑니다. 46번 국도 서쪽에 위치하여 매봉산(1,271m)과 칠절봉(1,172m)으로 부터 형성된 크고 작은 계곡을 따라 맑고 깨끗한 물이 휴양림 중앙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서울을 출발한 등산버스는 12선녀탕입구를 지나 남교리의 이름 모를 마을에 정차합니다. 46번 국도의 선형개량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곳에서 좌측으로 들어섭니다. 마을의 외딴 집에서 이방인을 보고 개짓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아담한 별장을 지나자 등산로는 숲 속으로 이어집니다. 인접한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계곡의 정적을 깨뜨립니다. 수 차례 계곡을 왔다갔다하면서 희미한 산길을 따라 걷기를 30여분, 급경사 오르막이 보이는 곳에 선두그룹이 모여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사라진 등산로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등산로 인근 전원주택
 
숲 길
 


계곡의 물길 


주변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사람이 다닌 흔적을 발견할 수 없어 고민하던 선두대장은 우측 경사면을 치고 오르기로 작심합니다. 길 없는 길을 조금 오르니 지능선인 데 다행히도 약초를 캐는 사람들이 다녔던 매우 희미한 흔적이 보여 이 길을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이번에는 제법 큰 능선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오릅니다. 가고 또 가도 끝이 없습니다. 바람이 거의 없어 땀이 비 오듯 한데, 조망마저도 없으니 그냥 숲 속에서 정상을 향하여 외로운 행군을 계속합니다. 잡목 숲에서 바위채송화 등 몇 가지 종류의 야생화를 만났지만 이름을 알 수 없습니다. 

 울창한 숲 

 
 
 
 바위채송화 


산행들머리의 해발이 약 350m라고 하므로 정상까지는 약 920m를 올라야 하는 빡쎈 산행입니다. 희미한 길을 겨우 찾아 오르기를 3시간정도 지나 드디어 매봉산 정상(1,271m)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정상에서 반겨주는 것은 조망도 표석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 대신 매봉산이라고 쓴 볼품 없는 이정표만이 쓸쓸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배봉산 정상 이정표 


휴양림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헬기장 인데 여기서 오늘 처음으로 동쪽의 조망이 조금 열립니다. 설악산 대청봉이나 귀때기청봉에서 보던 화려한 설악의 산세는 간 곳 없고, 그냥 밋밋한 설악의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습니다. 설악을 상징하는 암봉은 전혀 조망이 안되니 대청봉과 귀때기 청봉도 여느 평범한 산과 다르지 않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좌측)과 귀때기 청봉(우측)
 
공룡능선의 북쪽 능선 


그래도 하산하면서 한번쯤은 더 조망이 열리기를 기대했지만 끝내 매봉산은 그 기대를 저버립니다. 다만 하산로는 매봉산의 유일한 등산로답게 분명하고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만에 계곡 옆 도로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조금 가니 제4야영장입니다. 이 연화동계곡은 매봉산에서 가장 크고 깊은 계곡이어서 깨끗한 물줄기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아래로 흘러갑니다. 


연화동계곡의 1급수 


좌측으로 천연벌통을 모여 있는 곳을 지나자 곰두리라는 이름의 멋진 민박집이 보입니다. 돌탑지구를 지나자 몽골텐트촌입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계곡이 역광으로 뿌옇게 보입니다.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면서 내려오니 휴양림매표소입니다.

벌 통 

 
 
곰두리민박집
 
뒤돌아본 연화동 계곡
 


주차장에는 탱크 두 대가 전시되어 있는 데 이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연화교 아래 계곡에는 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이 흘러 넘칩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그늘이 지자 사람들은 계곡으로 내려가 망중한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날도 시원한 물이 있는 계곡에서는 그 열기를 느끼지 못합니다.

주차장의 탱크 

 
 

북설악이라고 불리는 매봉산, 산은 두 번 다시 오르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연화동계곡은 다시 찾고 싶습니다. 이런 계곡마저 없었더라면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을 것입니다. 앞으로 매봉산을 찾는 이들은 글쓴이 같은 코스대신 연화동계곡을 경유하는 원점회귀산행을 권장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8월 15일 (토)
△ 등산 코스 : 남교리-무명계곡-지능선-주능선-매봉산 정상-헬기장-연화동계곡-야영장-매표소
△ 산행 시간 : 5시간 50분
△ 등산 안내 : 다솜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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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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