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 백학봉에서 내려다본 백양사계곡
백양사 단풍
백양사 입구에서 본 백학봉의 위용
우리나라의 단풍명산을 든다면 강원도는 설악산, 호남은 내장산입니다. 예로부터 내장산은 단풍터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의 대명사로 알려진 명산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일한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한 백암산의 단풍을 더 높게 평가합니다. 내장산보다 찾는 사람이 적어 비교적 덜 복잡하고 백양사 주변에는 아기단풍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금년은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안내산악회도 회원이 적어 모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산악회마다 다르겠지만 행선지별 인원이 모집되지 않으니 부득이 두 산악회에서 모집한 등산객이 한 대의 버스로 이동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도 내장산을 모객한 S산악회와 백암산을 모객한 다솜산악회가 합쳤습니다.
이럴 경우 원래는 각각 산행코스로 등산을 한 후 하산지점에서 합류하는 게 정상이지만 내장산과 백암산은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내장산 정상인 신선봉에 올랐다가 백암산 정상인 상왕봉과 백학봉을 거쳐 백암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습니다.
글쓴이는 내장산은 몇 차례 다녀왔기에 현재까지 미답인 백암산을 답사하기 위해 왔습니다. 따라서 내장산 신선봉을 오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지만 그냥 산악회의 코스를 따르기로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신선봉의 남쪽에 위치한 대가마을입니다. 등산로로 접어드니 바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주변에 단풍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단풍나무가 전혀 없는 탓이겠지요. 그러나 고도를 높일수록 가끔 보이는 단풍나무도 이미 잎이 시들어 전혀 볼품이 없습니다. 내장산 단풍은 11월 초순이 절정이라고 했는데 이토록 황량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신선봉에 오르면서 본 백암산 능선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만에 내장산 정상인 신선봉(763m)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는 북쪽에 위치한 암봉인 서래봉이 비교적 웅장하게 보일 뿐 다른 조망은 평범합니다. 아침부터 짙게 흐렸던 날씨가 조금 밝아졌지만 여전히 흐릿하여 조망이 좋지 않습니다. 새로 만든 신선봉 표석이 있다는데, 사람들로 인하여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내장산 신선봉 안내도
신선봉 표석(자료 : 인터넷검색)
신선봉에서 바라본 서래봉
좌측의 까치봉 방향으로 갑니다. 능선을 가면서 처음으로 단풍 비슷한 나무를 만납니다. 까치봉이 바라보이는 능선에 오르니 지나온 신선봉 및 서래봉 그리고 내장사기 위치한 금선계곡이 내려다보이는데, 붉은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모양입니다.
까치봉 방면으로 가면서 뒤돌아본 신선봉
처음 만난 단풍
뒤로 보이는 까치봉
까치봉 능선에서 본 조망
능선 삼거리에서 좌측의 소등근재로 갑니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고도를 점점 낮추니 몇 그루의 단풍나무가 보입니다. 이제 겨우 11월로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무는 벌써 색이 바랜 잎들을 대지 위에 내려놓고 겨울차비를 하고 있습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가노라니 순창새재입니다.
단풍나무
여기서 백암산 상왕봉까지는 2.3km입니다. 등산로도 서서히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길을 가면서 한 그루의 단풍나무도 만나지 못합니다. 상왕봉에 올라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내장산국립공원은 각 봉우리에 표석대신 이정표를 세운 것이 이채롭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는 인물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상왕봉 이정표
백암산 상왕봉 안내도
상왕봉 조망
이제 백학봉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등산로에 서 있는 분재 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오늘 산행 중 만난 가장 좋은 피사체입니다. 중간 이정표에는 상왕봉 1.3km, 백학봉 1.1km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그런데 상왕봉의 이정표에는 백학봉까지 3.2km라고 표기되어 있었으니 무려 0.8km나 거리차이가 있습니다. 국립공원의 이정표가 이토록 무성의하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분재 같은 소나무
이정표
백학봉 안내도
백학봉(651m)에 도착하여 전망대에 서니 백양사와 그 계곡이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간혹 울긋불긋한 단풍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산은 푸른 옷을 입고 있는 듯합니다. 이 백학봉(白鶴峰)은 흰색의 학이 나래를 펴고 있는 형상이라고 붙여진 이름인데 백양사 쪽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암봉이지만 위에서는 그 위용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백학봉에서 내려다본 백양사 방면조망
하산길은 수직으로 서 있는 거대한 암벽 옆으로 설치된 계단을 이용해 내려섭니다. 내려가기도 어려우니 오르는 사람은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을 보고는 인사를 건넵니다.
"오르기 힘드시죠?"
그런데 중년여성으로부터 들려 오는 대답은 정말 이외입니다.
"이건 산도 아닙니다."
"예?"
하도 기가 차서 반문합니다. 인사를 건넨 내가 무안합니다.
"설악산을 가면 10시간 이상 산행을 하잖아요!"
대답을 듣고 보니 무박산행을 좀 다닌 듯 합니다. 그러나 산에서는 이렇게 자만심을 가질 게 아니라 항상 겸손해야 하는 것입니다.
암벽의 협곡에 비로소 제대로 된 단풍나무를 만납니다. 마침 햇볕을 받아 단풍잎이 매우 화사합니다. 계단이 너무 가팔라서 카메라를 위로 들고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암벽의 단풍
현장에 있는 국립공원관계자의 말의 의하면 아래쪽의 단풍은 이제 70%정도 물들었으므로 아직은 절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파른 길을 조심해서 내려오니 입석 같은 바위가 있고 그곳에는 영천굴입니다.
백양사 전경
영천굴
옆으로 살짝 돌아가자 약사암입니다. 백학봉의 거대한 암봉 밑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때마침 매우 맑게 개인 창공에는 하얀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갑니다.
약사암
창공의 비행기
계곡으로 내려와 백양사로 가는 길목에 단풍나무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늘이 들어 고운 색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공터로 나오니 비로소 백학봉의 암봉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태양을 받으면 이 암봉은 이름 그대로 하얗게 빛난다고 합니다.
계곡의 단풍
백학봉의 위용
백제무왕 때 여환선사가 창건하였다는 고불총림 백양사를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옵니다. 백양사 경내 및 앞쪽의 연못에서 바라보는 백학봉의 모습은 많은 사진사들의 촬영대상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멋진 풍광입니다.
백양사와 백학봉
도로변에 간간이 보이는 단풍나무를 즐기며 백양사 일주문을 지나 대형버스 주차장으로 걸어옵니다. 오늘 산행에 거의 6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내장산과 백암산은 앞에서 소개했듯이 매우 이름난 단풍명산입니다. 그러나 시기를 잘못 선택했는지 산 위의 단풍은 이미 철이 지났고, 산 아래의 단풍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백양사 단풍
연못과 백학봉
백양사 표석
백양사 일주문
지난해 내장산 단풍터널을 보고 느꼈던 멋진 풍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백암사로 왔건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실망만 잔뜩 했습니다. 그러나 비록 단풍은 제 철이 아니더라도 백양사입구에서 바라보는 백학봉의 위용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멋진 추억으로 오랫동안 간직될 것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 11. 1 (일)
△ 등산 코스 : 대가마을-신선봉-까치봉 삼거리-소등근재-순창새재-백암산 상왕봉-백학봉-약사암-백양사-대형주차장
△ 등산 거리 : 약 14.5km
△ 산행 시간 : 5시간 45분
△ 등산 안내 : 다솜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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