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봉에서 남쪽으로 파라본 환상의 파노라마
문덕봉(598m)은 전북 남원시 금지면, 대강면, 주생면에 위치한 산입니다. 이 산은 서남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암벽과 여러 개의 암봉을 형성하여 소금강을 방불케 하는 절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정상이 두 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 이 산은 남쪽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바위가 절벽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산행 들머리는 금풍저수지 옆 내동마을입니다. 뿌옇게 흐린 날씨 탓으로 하늘과 저수지가 구분이 안될 지경입니다. 축산단지에서 풍겨오는 동물의 짙은 분뇨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처음에는 산행들머리가 헷갈렸으나 바로 정상적인 등산로를 만납니다. 능선에 붙었지만 바람 한 점 없습니다. 초겨울에 적합한 등산복을 챙겨 입었는데 이외로 날씨가 포근하여 무척 덥습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의하면 남원지방의 기온은 섭씨 13∼20도라고 했습니다. 모두들 더워서 헉헉댑니다.
금풍저수지
축산사료공장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만에 암봉인 문덕봉에 도착합니다. 정상에 서니 사방팔방으로 일망무제(一望無題)의 조망이 펼쳐집니다. 동쪽과 서쪽으로는 섬진강이 에둘러 흐르고 특히 남쪽으로는 가야할 고정봉에서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시계가 흐릿하여 조망이 깨끗하지 못한 게 옥의 티입니다.
문덕봉 정상표석
문덕봉 이정표
금풍저수지 방면의 조망
가야할 삿갓봉 능선
문덕봉에서 고정봉을 거쳐 540봉까지 가는 게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문덕봉을 내려와 뒤돌아보니 흡사 유럽의 마테호른 같은 봉우리가 우뚝 서 있습니다.
지나온 문덕봉 정상
고정봉(605m)을 지나갑니다. 험준한 암릉에는 철제계단과 로프 그리고 디귿자 형의 노란 색 발판(손잡이)이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안전시설이 없었을 적에는 이 문덕봉은 남쪽의 고리봉 능선과 함께 매우 악명 높은 등산로였다고 합니다.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서서 암벽에 걸려 있는 로프를 보니 정말 아찔합니다. 일명 남원의 용아장성릉이라고 하는 평판이 거짓이 아님을 실감합니다.
고정봉 표석
가야할 깃대봉 능선
디귿자형 안전시설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안부인 그럭재를 지나 다시 삿갓봉 방향으로 갑니다. 고도를 점점 높이지만 길은 비교적 평탄합니다. 삿갓봉(629m)에 올라 지나온 문덕봉을 바라보니 참 많이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덕봉에서 삿갓봉까지 거리는 7km이지만 산에서는 꽤 먼 거리입니다.
그럭재 이정표
삿갓봉
삿갓봉 이정표
여기서 고정봉까지는 3.5km입니다. 벌써 시각은 오후 4시를 넘고 있습니다. 서울(사당역)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가 무려 5시간이 걸려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기에 정오부터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체력은 좀 남아있지만 지금은 오후 5시 반이 되면 깜깜해집니다. 하는 수 없이 고리봉 답사는 포기하고 좌측의 능선으로 하산합니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서 보니 지나온 문덕봉 능선과 미답의 고리봉 능선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등산로를 이리저리 돌아가다가 임도를 만나 우측으로 갑니다. 납골당 묘지를 지나 마을로 나옵니다. 논두렁 밭두렁을 걷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농촌의 들녘을 걸으니 중학교시절까지 시골에서 생활하며 농사일을 도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나온 문덕봉 능선
뒤에 보이는 고리봉
매촌 마을을 지나갑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발걸음도 무거워집니다. 농촌가옥 앞마당에 피어 있는 새빨간 피라칸타를 카메라에 담고는 억새가 흐드러진 길을 터벅터벅 가노라니 방촌마을입니다.
피라칸타
오늘 산행에 5시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비록 당초 계획대로 고리봉은 답사하지 못했지만 전북의 명산인 문덕봉을 밟은 것은 나름대로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11월 7일 (토)
△ 등산 코스 : 금풍저수지 축산단지-문덕봉-고정봉-그럭재-삿갓봉-동쪽능선-매촌마을 -방촌마을
△ 소요 시간 : 5시간 35분
△ 산행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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