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정상의 불꽃바위
자운암 능선에 위치한 국기봉의 암봉과 설경
수도서울을 남쪽에서 감싸고 있는 관악산은 청계산과 함께 수도권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중의 하나입니다. 서울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후 6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산의 능선과 등산로에는 아직까지 많은 눈이 쌓여 있었고, 침엽수 위에도 눈의 뭉치가 남아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관악산의 능선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당능선과 상당히 오르내림이 심한 자운암 능선을 답사합니다. 서울지하철 2∼4호선 사당역에서 관음사 쪽으로 들어섭니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전각의 지붕과 경내에 하얀 눈이 그대로 있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관음사
우측의 등산로로 접어듭니다. 등산로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눈이 내린 후 계속 영하의 강추위가 몰아쳐 양지쪽을 제외하고는 거의 녹지 않은 탓입니다. 사실 지금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관령이나 태백산 그리고 덕유산방향으로 심설산행을 많이 떠납니다.
뒤돌아본 사당 방면
글쓴이도 과거 이미 수 차례 다녀왔지만 등산버스 타는 시간도 지루하고 또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등산로는 도심의 러시아워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산행을 미루고 근교산으로 왔는데 역시 잘 판단한 것 같습니다. 많은 눈이 내린 탓에 강원도의 고산지역으로 눈 산행을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합니다. 지나가는 등산객들도 관악산에 이처럼 눈이 많은 것은 처음이라고 감탄합니다.
국기봉으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우회합니다. 지난해 국기봉을 직접 오른 경험이 있는데 굉장히 힘든 길입니다. 창도약수와 선유천 약수터를 지나가니 사당능선의 헬기장입니다. 하마바위를 거쳐 마당바위에 다다릅니다. 소나무에 상고대(바람서리꽃)가 조금 피어 있습니다.
헬기장의 인파
하마바위
지나온 능선
소나무에 핀 바람서리꽃
마당바위의 등산객들
안개구름으로 흐릿한 관악산 정상을 보며 큰 헬기장에 도착합니다. 관악문을 거쳐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관악문(하)을 통과하면 반드시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관악문 위에는 한반도지도모양의 바위가 올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유감스럽게도 눈(雪)에 가려져 지도모양이 제대로 보이지 아니합니다.
희미한 관악산 정상
설 경
바람 서리꽃
관악문
지도바위
촛대바위
촛대바위를 지나가면 삼거리갈림길인데 여기서 좌측으로 돌아 연주암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쉬운 길보다는 여러 차례 다닌 길을 이용해 정상으로 오릅니다. 비록 발에는 아니젠을 착용했지만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관악문(상)을 지나 마지막 구간을 오릅니다. 겨울에 오르는 길은 난이도가 훨씬 달라집니다. 초보자는 이런 만용을 부려서는 안됩니다. 등산객 하나가 "아무개는 겁이 많아 이 길은 절대로 다니지 않는다"고 비꼬았는데,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 옳습니다.
가파른 오르막 길
드디어 관악산 정상(632m)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휴일의 설경을 즐기고 있습니다. 계단 아래로 조금 내려가 연주대의 불꽃바위 전망대에 섭니다. 관악산을 흔히 불의 산이라고 하며, 이 불꽃바위는 관악산의 홍보자료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대표사진입니다. 지금은 불타서 복원중인 숭례문(남대문)의 현판을 세로로 매단 것은 관악산의 불기운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결국 숭례문은 화마(火魔)로 잿더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상의 기상레이더
관악산 표석
관악산 정상의 불꽃바위
기상 레이더 밑에서 잠시 쉬었다가 자운암 능선으로 내려섭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모두 연주암 방향으로 가지만 글쓴이는 눈 내린 자운암 능선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올라오는 남녀 등산객에게 노면의 상태를 물어보니 매우 미끄럽다며 힘들다고 합니다. 급경사에 걸려 있는 로프는 얼어서 상태가 안 좋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번 마음먹은 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인공헬기장을 하자면 급경사길입니다. 로프가 걸려 있어 잡고 내려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두 세 차례 로프구간을 통과하고 나면 안전지대가 나오지만 군데군데 까다로운 구간이 나옵니다.
급경사 하산길
가야할 자운암 능선
미끄러운 눈길
국기봉의 위용
국기봉에 오르면 지나온 능선과 사당능선 그리고 맞은 편 삼성산의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국기봉의 기암 아래 너럭바위에서 쉬고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국기봉과 등산객
지나온 관악산 정상
맞은 편 삼성산 능선
국기봉을 지나면 제3왕관바위입니다. 제1왕관바위는 팔봉능선에 있는데, 제2왕관바위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제3왕관바위는 아무리 보아도 왕관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3왕관바위
서울대 캠퍼스
관악산 정상
이제부터 서울대 신공학관 방면으로 하산할 차례입니다. 해발고도를 많이 낮추었지만 등산로에 쌓인 눈은 그대로입니다. 자운암을 지나자 바로 서울대신공학관입니다. 오늘 4시간 반 이상을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두 개의 능선을 답사하며 노면이 미끄러워 고생은 했지만 멋진 설경과 암봉을 감상한 매우 기분 좋은 나들이 길이었습니다.
눈 길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0년 1월 10일 (일)
△ 등산 코스 : 사당역-관음사-하마바위-마당바위-관악문-연주대정상-자운암 능선-국기봉-제3왕관바위
-자운암-서울대신공학관
△ 소요 시간 : 4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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