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에서 양양을 연결하는 56번 국도상의 구룔령은 해발고도가 무려 1,088m에 달하는 높은 고개로 한반도의 대동맥인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요충지입니다. 구룔령을 기준으로 서쪽으로는 갈전곡봉을 거쳐 설악권의 점봉산으로 북상하고, 동쪽으로는 약수산 및 응복산을 거쳐 오대산 방향으로 남하합니다. 오늘은 백두대간 제48소구간인 약수산∼응복산∼만월봉을 종주할 계획입니다.
구룡령은 대관령처럼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한데 이곳에 도착하니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장이 놓은 측량기준점과 백두대간길임을 알리는 대형표석이 반겨줍니다. 최근 백두대간 종주인원이 늘어나면서 관할 지자체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요.
이웃한 생태전시관은 짙은 안개로 인해 잘 보이 아니하더니 잠시 후에는 안개가 걷힙니다. 그러나 산행을 하는 내내 안개 때문에 전혀 조망을 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여기서 약수산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릅니다. 겨우 약 200여 미터의 고도를 높이는 길이지만 몸에서 땀이 나기도 전에 급경사 길을 잘 못 걸으면 체력안배에 실수하기 쉬우므로 절대로 무리해서는 안됩니다. 그렇지만 전문산악회 회원들은 모두 산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라 발걸음에 거침이 없습니다.
맞은 편에서 내려오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만납니다. 이들은 무박으로 진고개에서 출발하여 약 20km를 걸어온 건각들입니다. 정말 대단한 체력이로군요. 구룡령에서 출발한지 40분만에 1.4km거리의 약수산(1,306m)에 도착합니다. 정상의 표석은 바닥에 묻어놓은 동판뿐입니다. 이는 등산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표석입니다. 표석은 모름지기 돌출되어 있어야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을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는 길목에는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터진 곳이 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안개뿐입니다. 아미봉(1,280봉)에서부터는 남동쪽으로 방향이 바뀝니다. 잠시 안개가 걷혀 지나온 약수산을 보기도 하였지만 더 이상 행운은 없습니다. 마늘봉(1,130봉)을 지나니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숲 속이 마치 화전민이 밭을 일구어 놓은 듯 합니다.
지나온 능선
마늘봉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보니 드디어 응복산(1,360m)입니다. 이곳에도 약수산과 동일한 형태의 표석이 놓여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조망도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만월봉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우거진 숲길에는 간간이 야생화만 반겨주는 조용한 길입니다.
만월봉(1,281m)에는 백두대간을 알리는 안내지도만 보일 뿐 표석은 없습니다. 산악회 등반대장은 이곳 만월봉은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입에 침을 바르며 칭찬하였지만 애석하게도 보이는 것은 안개뿐입니다.
만월봉
만월봉에서 통마람골로 하산합니다. 하산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무심한 하늘은 비로소 안개를 멀리 날려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하산 길에는 조망장소가 전혀 없습니다. 잎이 없이 줄기뿐인 대나무(?)도 정말 진귀합니다. 산길을 나와 임도로 나오니 안개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잎 없는 산죽
옥수수 밭과 도라지 밭을 지나며 뒤돌아보니 새파란 하늘입니다. 민박집 통마름에는 코스모스, 다알리아 등이 피어 있습니다. 좌측의 숲 속으로 보이는 펜션이 그림 같습니다. 옆의 계곡에는 시원한 폭포수가 흐르고 있지만 바라보기만 할 뿐 접근하지는 못합니다. 계곡을 따라 이리저리 구부러진 도로를 걸으려니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지만 등산버스는 보이지 아니합니다.
통마름 약수터삼거리와 통마름교를 지나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좋은 펜션 한솔재입니다.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봉선화와 비비추가 장관이로군요. 내청도교 옆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도로만 1시간 20분을 걸었습니다. 그냥 도로로 걷는 발걸음은 산길보다 훨씬 피곤합니다. 오늘은 안개로 인해 조망을 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백두대간의 한 구간을 답사한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비비추 봉선화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1년 8월 20일 (토)
▲ 등산 코스 : 구룡령-약수산-아미봉-마늘봉-응복산-만월봉-통마람골-통마람민박-통마람교-한솔재펜션-내청도교(명개리)
▲ 소요 시간 : 6시간
▲ 산행 안내 : 서울동강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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