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뒤로 보이는 함백산 줄기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및 상장동에 걸쳐 있는 연화산(1,172m)은 문곡역 부근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연꽃 모습을 하고 있어 연화산이라고 하며, 연화산에는 주봉인 옥녀봉과 투구봉이 있습니다. 연화산 북쪽에 위치한 대조봉(1,136m)은 석탄광산이 풍부했던 고마운 산이기도 합니다.
산행들머리는 상장초교 옆 태백여성회관입니다. 여성회관 정문에 "태백고원 700산소길 종합 안내도"가 서 있는데 안내도 좌측이 등산로 입구입니다. 봄처럼 포근한 날씨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약 500m를 오르면 오름뫼샘터라는 약수터가 있지만 식수로는 부적합판정을 받았군요. 응달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이번 겨울 정말 많은 눈이 내렸음을 실감합니다.
태백여성회관
샘터이정표
산소길 길림길을 지나 좌측의 급경사를 오르니 환상적인 조망이 펼쳐지는 투구봉입니다. 투구봉은 원래 비녀봉이라 했습니다. 이는 봉우리 꼭대기가 바위 절벽으로 되어 있으며 그곳에 비녀바위가 있어 비녀봉이라 불렀습니다. 이곳은 옥녀의 머리 뒷꼭지에 해당되는 곳으로 거대한 바위가 양쪽으로 튀어나와 흡사 비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후 비녀봉의 바위절벽을 장군의 투구로 보고 투구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비녀봉에서 투구봉으로 바뀌는 설명이 신통치 않습니다.
아무튼 투구봉에 서면 남서북쪽의 조망이 한마디로 절경입니다. 태백시내가 바로 눈 아래 내려다보일 뿐 아니라 서쪽으로는 남북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산의 능선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추앙받는 태백산(1,567m)이 두루뭉실하고, 그 북쪽에는 함백산(1,573m)의 통신탑이 우뚝하며, 매봉산(1,303m)의 풍력발전기까지 바라보입니다. 남쪽으로 이름 모를 산 가운데 마치 북한산 인수봉을 닮은 조록바위봉(달바위봉, 1,088m)의 뾰족한 모습이 눈길을 끕니다. 오늘은 날씨마저 청명해 태백의 진수를 가슴과 카메라에 담숩니다.
투구봉 뒤로 보이는 함백산
태백시 뒤로 보이는 함백산-매봉산 능선
태백산(좌측)
태백산(우측)과 남쪽 조망
중앙 뒤쪽이 조록바위봉
투구봉을 뒤로하고 몇 걸음을 옮기니 연화산 잠봉(簪峰, 1,099m)이라는 이정표가 보입니다. 잠(簪)은 비녀를 뜻하므로 이곳을 투구봉의 원래 이름인 비녀봉으로 붙인 듯 한데 어찌 좀 작위적인 냄새가 풍기는 듯 합니다. 투구봉에서 연화산까지는 걷기에 매우 편한 길입니다. 간간이 보이는 서쪽 조망이 아까 투구봉에서 본 풍경과 유사합니다. 연화산 정상(1,172m)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5년 전 여름 연화산을 답사했을 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연화산 주봉(主峯)인 이곳은 옛날 조수(潮水)가 올라와 천지가 물바다로 되었을 때 옥녀가 피난했다고 하여 옥녀봉이라 부릅니다.
함백산 능선
5년전 연화산에서 바라본 태백시가지 (2008. 7)
연화산
정상에서 북쪽 송이재 방향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5년 전 송이재에서 거꾸로 연화산으로 오를 때는 여름이어서 콧노래를 부르며 올랐으나 지금은 많은 눈이 쌓여있어 급경사 내리막의 발걸음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북쪽 사면이어서 어떤 곳은 발목이 빠질 정도입니다. 700고원 산소길을 지나 산불감시초소를 뒤로하니 38번 국도가 지나가는 송이재입니다.
하산길
산불감시초소
송이재
도로를 건너 대조봉 등산안내도 옆으로 들어섭니다. 묘지 뒤쪽으로 올라 제대로 된 등산로를 만납니다. 그런데 대조봉으로 가는 등산로가 상당히 헷갈립니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현지 지형과 등산 개념도를 잘 살피며 올라야 하겠습니다. 임도에서 대조봉으로 오르는 길은 잡목이 많아 발걸음을 옮기는데 두 배 이상의 힘이 드는군요. 헬기장을 지나자 한참을 더 가면 대조봉(1,136m)입니다. 정상에서는 방금 지나온 연화봉만 보일 뿐 다른 조망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태백의 한밝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석이 이방인을 반겨줍니다. 대조봉을 오르느라 진이 모두 빠졌지만 정상표석을 보니 금방 생기가 돕니다. 현지의 지역 산악회에서 등산객을 위해 참 좋은 일을 했군요.
대조봉 등산 안내도
대조봉 정상 이정표
정상에서 다시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우측의 위령탑 방형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휘어지는 곳에서 다시 산길로 들어갔는데 길은 또 다시 임도로 이어집니다. 아무튼 우리는 위령탑으로 하산해야 하므로 이 이정표를 따르면 됩니다. 다시 산길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시야가 확 트입니다. 바로 전망대입니다. 태백시내가 코앞에 보이는 조망의 명소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가스가 끼어 희뿌옇게 보입니다.
돌탑 뒤로 보이는 연화산
자작나무 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태백시
여기서부터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은 외길입니다. 이러 저리 꼬부라진 길을 따라 가노라니 목적지인 산업전사 위령탑입니다. 이 위령탑은 1975년까지 강원도 지하광산에서 희생된 1,703명의 광부와 기타 무명 전사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입니다. 이곳 태백에서만 석탄의 70%를 생산했다니 과연 석탄의 고장답군요. 이번 산행은 이미 다녀간 연화산보다는 대조봉을 답사하기 위해 왔는데, 실제로 연화산의 투구봉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조망이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합니다.
산업전사 위령탑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3월 9일 (토)
▲ 등산 코스 : 태백여성회관-오름뫼샘터-투구봉-연화산-송이재-헬기장-대조봉(왕복)-헬기장-임도-전망대-위령탑
▲ 산행 거리 : 약 9.5km
▲ 소요 시간 : 5시간
▲ 등산 안내 : 기분좋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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