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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귀산에서 바라본 작은 여귀산 

 
전남 진도군 임회면소재 여귀산(女貴山, 457m)은 흔히 두 얼굴을 가진 산이라고 합니다.  정상은 제법 오르기가 험난한 바위지대로 이뤄진 반면 정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흘러내린 지능선들은 부드러운 산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귀산 정상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거침없이 조망을 할 수 있음도 큰 자랑거리입니다. 특히 남쪽으로 펼쳐지는 다도해상의 조망은 황홀하다고 했습니다. 여귀산은 계집여(女)와 귀할귀(貴)자를 사용하고 있어 귀한 여자라는 뜻인데 산 이름이 그래서인지 이 산을 남쪽이나 북쪽에서 올려다 볼 때 정상과 작은 여귀산으로 불리우는 뾰족한 봉우리가 마치 여인의 젖무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서울(사당역)에서 등산버스를 타고 5시간 30분만에 들머리인 상만리 상만정미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우측으로 대형 마을표지석이 보이는데 그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밭에는 배추가 그대로 있어 역시 남도지방은 수도권과는 기온의 차이가 많음을 느낍니다.

 상만 정미소


 

 배추밭



솟을대문을 지나니 대형 비자나무가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천연기념물 제111호로 지정된 비자나무는 높이가 25m, 둘레가 6m까지 자라는 거목으로 수령은 600여 년이 지났다고 하는군요. 비자나무를 뒤로하고 조금 더 가면 오층석탑으로 유명한 구암사가 반겨줍니다. 구암사를 지나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잎이 반들거리는 동백나무가 이방인을 맞이하는군요.

 솟을 대문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구암사

동백나무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 주능선이고 이곳에서는 양쪽으로 조망이 탁 트입니다. 가야할 여귀산의 암봉도 매우 우람하게 보입니다. 여귀산 정상은 거대한 암봉입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보이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오면 암봉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의 키보다도 더 큰 산죽(조릿대) 군락지를 지나니 드디어 여귀산 정상(457m)입니다. 아담한 정성표지석이 반겨주는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지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희뿌연 연무(煙霧)로 인해 시계가 흐릿함이 옥의 티입니다. 이곳 정상에서 북동쪽 작은 여귀산(408봉) 방향의 산세가 매우 좋습니다.

 남해바다

 가야할 여귀산


 

 지나온 능선


 

 조릿대 숲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작은 여귀산(벌바위)


  

정상에서 쉼 호흡을 하고는 작은 여귀산 방향으로 합니다. 내려서는 길에는 가파른 철계단이 발품을 도와주는군요. 북동쪽의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 있습니다. 여귀산 정상 360m, 밀매실재 140m 이정표를 지나 밀매실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나무 계단을 이용해 작은 여귀산으로 오릅니다. 하산하여 현지의 등산 안내지도를 보니 작은 여귀산을 벌바위라고 표기했더군요. 뒤돌아보면 지나온 여귀산의 암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철계단

 잔설


 

                                                                 작은 여귀산에서 뒤돌아본 여귀산

 


그런데 이 작은 여귀산을 내려서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두 개의 큰 바위 사이로 난 우측 골짜기의 협곡으로 내려섰는데, 눈이 얼어 빙판이라 미끄럽기도 하고 높이도 일정하지 않아 매우 위험한 길입니다. 어머니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겨우 위험구간을 벗어나 좌측으로 돌아가니 위쪽에서 바로 이어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 보입니다. 아까 바위 사이의 협곡으로 내려서지 아니하고 직진하여 바위를 타고 넘었더라면 이 길로 연결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입니다.

 가야할 능선

                                                                        뒤돌아본 바위협곡
 


이제부터 하산까지의 등산로는 매우 평탄합니다. 여귀산 정상 1,230m, 임도 560m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이쪽으로 선답자들의 등산리본이 많이 걸려있어 하산길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슴목장을 지나 도로에 도착하니 대형 여귀산 주차장 간판이 저만치 보입니다. 주차장 바로 위쪽엔 탑골의 탑이야기 조성지로 돌탑과 시를 새긴 돌이 서 있는 쉼터입니다. 오늘 산행에 두 시간 남짓 소요되었습니다. 여귀산은 비록 작지만 기암괴석을 가진 암팡진 산입니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한번은 꼭 찾아야 할 명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산길에 바라본 여귀산 능선 


 


 

 탑 이야기 



귀경길의 버스 속에서 누군가 말했습니다. 서울서 왕복 11시간 버스를 타고 진도로 등산을 와서 2시간 남짓 산행을 한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맞습니다. 우리 모두는 미쳤습니다. 솔직히 산에 미치지 않고는 이렇게 장시간 버스를 타지는 못하니까요. 그렇지만 미지의 산을 하나 답사했다는 뿌듯함으로 가슴은 벅차 오릅니다. 이른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서 한 밤중에 귀가하는 것은 이런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3년 1월 20일 (일)
▲ 등산 코스 : 상만정미소-비자나무-구암사-여귀산-작은여귀산(벌바위)-삼거리-사슴목장-여귀산 주차장
▲ 산행 거리 : 약 4.5km
▲ 소요 시간 : 2시간 20분
▲ 산행 안내 : 기분좋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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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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