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산 정상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5개의 산(조비산, 정배산, 달기봉, 구봉산, 석술암산)을 답사하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마침 안내산악회에서 교통비로 1인당 12,000원만 받고 답사길을 안내해 기쁜 마음으로 출발했지요. 산행 들머리는 백암남쪽 325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조천사입구입니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지나가자 마을 촌노 한 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는데, 일행 중 문자를 쓸 줄 아는 한량 한 분이 "한양에서 왔다"고 대답하여 크게 웃었습니다. 사실 용인과 서울간은 1시간 거리이지만 한양에서 왔다고 하니 굉장히 먼 곳에서 온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군요.
조천사 표석
한적한 시골마을
등산로 안내도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조천사입니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장평리 소재 조천사는 조계종 용주사 말사로 조선후기에 세운 절입니다. 『용주사 본말사지』에 의하면 조천사는 1732년에 창건되었으며, 창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집니다. "마을에 심씨 성을 가진 처자가 지병으로 고생하다 조비산에 올라 약수를 발견하였다. 심씨는 매일 산에 올라가 이 물을 마셨는데 꿈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부처님을 모시고 이곳에 휴양하라 하여 움집 한 칸을 짓고 부처님을 모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각으로는 대웅전과 산신각뿐이어서 소규모 암자 같습니다.
등산 안내도
조천사
사찰 우측의 등산로를 따라 오릅니다. 비록 해발고도는 300m 이하이지만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릅니다. 조비산 정상에는 용인시에서 세운 조망대와 정상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이곳은 오늘 답사할 5개의 산중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입니다.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가야할 구봉산의 능선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집니다. 조비산(鳥飛山 296m)은 용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산입니다.
조비산 정상
전망데크
정상표석
서쪽의 가야할 능선
조비산에도 재미있는 전설이 있군요. "조선 초기 태조가 도읍을 서울로 옮길 때 지금의 삼각산 자리에 산이 없자 보기 좋은 산을 가져온 자에게 상을 내린다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한 장수가 조비산을 서울로 옮겨가는 도중에 이미 누군가가 삼각산을 옮겨 놓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화가 나서 지금의 자리에 내려놓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조정에서는 불경한 산이라고 하여 역적산이라고 불렀다."
정상 내려오는 길에도 계단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밑으로 내려와 좌측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암벽 밑에 큰 동굴이 있는데 바위꾼들이 암벽을 타는 훈련을 하고 있네요. 조비산은 남쪽에서 보아야 바위산인 그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서쪽의 평탄한길을 따릅니다. 군데군데 "산너울 3길"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길은 용인시에서 둘레길로 지정하고 등산로를 정비해 둔 듯 합니다.
하산길 철계단
남아 있는 단풍
암벽훈련장
두 번째 산인 정배산(280m)에 서니 MBC의 드라마 촬영장인 드라미아(용인문화동산)가 바라보이는데, 그 규모가 굉장히 커 보입니다. 여기서 촬영한 주요작품은 주몽(2006), 이산(2007), 선덕여왕(2009), 동이(2010), 짝패(2011), 해를 품은 달(2011), 무신(2012) 등입니다. 고개를 지나 다시 오르면 달기봉(415m)인데, 용인시에서 세운 이정표에 누군가 펜으로 달기봉이라고 표시한 게 전부입니다. 용인시에서 만든 등산안내지도에는 달기봉을 표시해 두고도 현지의 이정표에는 왜 이를 빠뜨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MBC 드라미아
아쉬운 달기봉 이정표
달기봉에서부터 등산로는 북쪽으로 이어집니다.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매우 싸늘해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든 듯한 느낌입니다. 낙엽이 푹신한 길은 매우 조심스럽게 걸어야 합니다. 낙엽 밑에 빈 공간이라도 있을 경우 발목을 삐기 때문이지요. 한 봉우리를 넘고 다시 오르니 오늘 5개 산 중 가장 높은 구봉산(465m)입니다. 정상에는 표지석과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군요. 서쪽으로는 태영CC가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이미 페어웨이의 잔디는 누렇게 변색된 모습이네요. 북쪽으로 두창저수지, 동남쪽으로 지나온 조비산과 정배산 그리고 MBC 드라미아가 발아래 내려다보입니다.
낙엽길
구봉산 정상
지나온 조비산과 정배산
태영CC
소나무 군락지와 골안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 다시 오릅니다. 능선에 2기의 체력단련시설을 설치해 둔 것은 과잉친절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르려면 상당히 발 품을 팔아야 하기에 이곳에서 별도의 운동기구를 이용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조금 더 가니 오늘의 마지막 산인 석술암산(417m)인데, 잡목으로 인해 조망은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소나무 군락지
뜬금없는 체력단련시설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하산로는 상당히 희미합니다. 양준마을로 내려서 우측으로 가야 하는데 그만 직진하다가 되돌아오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가축의 사료배합공장과 소의 축사에서 풍기는 진한 내음에 숨을 들이키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산길을 걸을 때는 매우 좋았지만 하산 후 도로를 길게 걷는 길은 한마디로 고역입니다. 연꽃마을 입구인 강촌 버스정류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산버스는 중부지방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백암 순대 맛을 보기 위해 백암으로 이동합니다.
양준마을회관
연꽃마을 입구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12년 11월 10일 (토)
▲ 등산 코스 : 조천사입구-조천사-조비산-정배산-MBC 드라미아 갈림길-달기봉-구봉산-골안삼거리-석술암산
-양준마을-연꽃마을입구(강촌정류소)
▲ 소요 시간 : 4시간 45분
▲ 등산 안내 : 안전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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