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방에는 명산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립공원인 계룡산(845m), 남연군묘를 품고 있는 가야산(678m), 억새로 유명한 오서산(791m), 기암괴석의 용봉산(369m) 및 팔봉산(362m), 도립공원인 칠갑산(560m),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904m) 등이 외지인이 많이 찾는 산입니다. 그런데 천안시와 아산시의 경계에 위치한 광덕산과 망경산을 답사하고는 이 산은 현지사람들이 매우 아끼고 자주 찾는 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행을 하기에는 갈아타는 불편이 너무 큽니다. 아침 9시 5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 역에서 수도권전철 천안행 직통열차를 탔습니다. 직통열차를 처음 타보니 얼떨떨합니다. 중간에 정차하기에 확인해 보니 용산에서 출발하는 직통열차는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는 모든 역에 정차하며 이후로는 안양, 수원, 병점, 오산, 서정리, 평택, 성환, 두정역에 정차한 후 천안역에 도착합니다. 약 1시간 15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런데 천안에서 온양온천역으로 가는 장항선열차는 약 40분을 기다려 11시 5분에 탔습니다. 온양온천 역에서는 또 약 20분을 기다려 유구행 버스(온양온천역-유구 운행 101번)를 타고 40분간 달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행들머리인 마곡리에 도착한 시각은 낮 12시 25분입니다.
또 한가지 불편한 점은 수도권전철과 경기도버스와는 환승이 되지만 충청도버스와는 환승이 안 됩니다. 따라서 당연히 수도권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현금을 내는 일입니다. 글쓴이는 평소 국민신용카드(교통카드)를 이용하는데 다행히도 이것은 사용이 가능합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시달리다가 차에서 내려 걸어가니 오히려 살 것 같습니다. 천정을 다 걷어낸 대형 비닐하우스 앞에 석장승이 서 있어 의아스럽습니다. 병충해 예방을 위해 불에 태운 논 뒤로 가야할 광덕산이 나지막하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논 뒤로 보이는 광덕산
마곡1리 버스정류장에서 좌측의 계곡으로 들어섭니다. 길 양쪽으로 수많은 개집이 놓여 있는 데, 등산객이 지나가자 목청을 돋구는 놈이 있는 반면에 그냥 쳐다보는 놈도 보입니다.
얼어붙은 물레방아를 지나자 별장처럼 생긴 건물이 몇 채 있습니다. 우측의 철다리를 건너 안으로 들어갑니다. 반듯하게 생긴 건물은 유지관리비만 해도 보통사람들은 소유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물레방아
별 장
지나가면서 본 별장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입니다.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 있지만 길이 그리 미끄럽지는 않습니다. 중간 갈림길에 등산안내도가 있지만 현 위치 표시가 없어 무용지물(?)입니다. 능선에서 우측으로 오릅니다. 다른 방향에서 산행을 시작한 등산객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위에서 하산하는 이들도 자주 만납니다. 운동화를 착용하고 청바지를 입은 채 오르는 무모한 사람도 눈에 뜨입니다.
등산로
보조로프가 설치된 가파른 경사를 오르니 광덕산 정상(699m)입니다. 그런데 정상의 모습은 한마디로 실망스럽습니다. 헬기장처럼 넓은 정상에는 라면과 막걸리를 파는 사람들의 독무대가 되어 있습니다. 한쪽에 세워진 정상표석은 아산시에서 영문까지 병기하며 좀 색다르게 기교를 부렸지만 전혀 어울리지 아니합니다. 기념사진을 찍을 마음마저 안 생길 정도입니다.
광덕산 정상의 인파
광덕산 정상의 매점
광덕산 정상표석
정상의 시비(詩碑)
정상에 서니 서쪽으로 도고산이, 북쪽으로는 설화산과 아산시가지가 보이지만 정상의 모습에 실망하여 바로 망경산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정상아래에는 산악회 선두대장과 회원들이 모여 간식을 들고 있습니다. 이는 참 좋은 광경입니다. 설령 정상이 넓다고 하드라도 정상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남쪽 산세
광덕산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진 망경산으로 가는 능선 길은 매우 부드러운 반면 별로 특징도 없이 평범합니다. 응달도 미끄럽지 않음이 다행입니다. 다만 능선 중간에 장군바위가 있는데, 현지 안내문을 보니 몸이 허약한 젊은이가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신 후 장군처럼 튼튼해 졌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군비위를 지나 뒤돌아보니 바위의 모습이 레고로 만든 말처럼 보입니다. 꼭 "트로이 목마" 같습니다.
장군바위
트로이목마 같은 바위
망경산(601m) 정상도 넓은 헬기장의 모습입니다. 비박을 한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런데 정상에는 정상표석은 물론이고 정상임을 알리는 다른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관할 행정관청에서는 행정구역내의 산에 정상표석 하나쯤은 만들어 세워놓는 친절을 베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쪽으로 외암민속마을을 품고 있는 설화산(448m)이 가장 특색 있게 보이고, 광덕산에서 보았던 도고산은 더욱 희미합니다.
망경산 정상
설화산과 아산 시가지
이제 하산할 차례입니다. 먼저 오른 등산객이 하산길이 가파르므로 주의하라는 당부를 합니다. 정말 매우 가파릅니다. 그러나 길이 미끄럽지 않은 게 천만다행입니다. 겨울에 아이젠 없이도 응달을 내려올 수 있음은 이외입니다.
버섯재배지 옆에는 특이하게도 토지지신(土地之神)을 위한 비석이 서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넓은 가족묘가 조성되어 있는데 2000년대 초 장묘법의 개정으로 앞으로는 이런 묘역조성은 어렵다고 합니다.
토지지신 비석
도로에 도착하니 펜션처럼 생긴 큰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바로 도로변에 있는 수철1리 버스정류장에서 온양온천행 버스를 기다리다가 금방 도착한 텅 빈 버스에 서둘러 오릅니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지 못해 자꾸만 몸이 움츠려집니다.
멋진 집
수철1리 버스 정류소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1월 4일 (일)
△ 등산 코스 : 마곡리-정골-고개사거리-광덕산-장군바위-망경산-수철1리
△ 소요 시간 : 3시간 40분
△ 등산 안내 : 백두산악회(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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