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에는 두 개의 깃대봉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 오를 깃대봉은 운두산(은두봉)과 함께 청평터미널(청평역) 인근 서쪽에 위치한 산으로 축령산(879m)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종점인 청평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11시가 되기도 전입니다. 터미널에서 뒤돌아서 걸어갑니다 왼편의 어느 병의원건물이 꼭 전원주택 같습니다. 농협교차로에서 우측으로 청평제1지하차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들어갑니다. 최근에 지은 듯한 청마루 아파트단지가 매우 산뜻합니다.
펜션같은 병의원건물
청마루 아파트 단지
아파트 앞길을 가다가 가루개길을 따라 안으로 들러갑니다. 산골짜기에서는 한 촌노가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넓은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니 정자와 체육시설이 있는 소공원 약수터입니다.
모닥불을 피우는 촌노
약수터가 있는 체육공원
공원 뒤로 난 산길을 따라 좌측으로 들어가니 고갯마루입니다. 여기서 정상인 깃대봉까지의 거리는 3.44km입니다. 응달에만 잔설이 남아 있을 뿐 등산로는 매우 부드러워 걷기가 매우 편합니다.
오늘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를 밑돌았지만 산을 오르니 땀으로 인해 오히려 겉옷을 벗게 됩니다. 추위에 몸과 마을을 움츠리는 것보다 이렇게 활동하는 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좋은 일입니다.
무인감시시스템이 위치한 전망대(623봉)에 오릅니다. 여기서 동남쪽으로 청평댐과 그 좌측으로 호명산을 비롯한 여러 산들이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무인감시시스템
청평댐과 호명산(좌)
여기서부터 조금 더 가니 깃대봉 정상(644m)입니다. 막상 정상은 잡목으로 인하여 조망을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정상에는 경기도 특유의 화강암으로 만든 막대형의 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해발고도가 623m로 새겨진 것은 지나온 전망대와 혼돈한 것 같습니다.
깃대봉 표석
우리는 여기서 은두봉으로 가야합니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한얼산기도원가는 방향만 보입니다. 깃대봉은 은두봉과 연계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이런 이정표는 참 성의 없습니다. 한얼산기도원이라 적힌 이정표 위에 누군가 은두봉이라고 휘갈겨 쓴 흔적이 없었더라면 한참동안 고민할 뻔했습니다.
한얼산 기도원 위의 은두봉 글씨
길을 가다보니 어느 곳부터인지 기도원의 이름은 사라져버리고 은두봉만 계속 나옵니다.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쉬지 않고 걸은 보람으로 깃대봉에서 출발한지 약 1시간 5분만에 은두봉 정상(678m)에 도착합니다. 3.5 km의 거리를 정말 부지런히 걸어 왔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동안 물 한잔도 마시지 않고 걷기만 했으니 말입니다.
응달의 눈길
운두산 정상표석
그런데 지금까지 이정표와 등산개념도는 모두 은두봉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정상표석에는 운두산(雲頭山)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해발고도도 696m로 모든 자료와는 다릅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한국의 산천>에서 궁금증이 풀립니다.
본래 등산인들로부터 "은두봉"으로 불려온 이 산은 최근 가평군이 본래의 산 이름을 찾아내 정상비석을 세웠습니다. "은두"라는 산 이름은 "운두"가 와전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상 표석만 이렇게 설치할 것이 아니라 이정표도 모두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큰 헬기장인 정상에 서니 서북쪽으로 남이장군의 전설이 어린 축령산과 서리산이 보이고, 서남쪽으로는 철마산과 천마산 줄기가 뻗어 있습니다. 그러나 잡목으로 인해 조망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이 흠입니다. 운두산은 남양주시(수동면)와 가평군(상면, 청평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입니다.
잡목 뒤로 보이는 축령산
천마산과 철마산 줄기
이제 축령산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하산로가 매우 가파릅니다. 안부인 파위고개에서 좌측의 파위골로 방향을 돌립니다. 양지바른 쪽이라 길이 어는 대신 가뭄 탓으로 먼지만 풀썩거립니다.
펜션인 뻐꾸기둥지를 지나자 좌측에 원적사가 있습니다. 뜰에는 관세음보살상, 포대화상, 다보탑이 조성되어 있고, 그 옆에 모두 공덕비를 세워둔 게 이채롭습니다. 대웅전 안에는 삼존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법당 내부가 매우 화려합니다.
원적사 표석
포대화상
관세음보살
다보탑
다보탑 공덕비
대웅전
대웅전 삼존불상
원적사에서 내려오는 길가에는 펜션이 더러 보입니다. 소를 기르는 농장에는 흰색으로 포장한 건초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수동천의 파위교를 건너 큰 도로로 나오니 수동면 사무소 옆의 운수우체국입니다.
고급 전원주택
축산농장의 건초더미
전원주택
우체국 맞은 편의 슈퍼마켓에 들어가 추운 몸을 녹이는 사이 청량리행 버스가 도착해 얼른 버스로 몸을 숨깁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1월 11일 (일)
△ 등산 코스 : 청평버스터미널-세양청마루아파트-체육시설소공원-고갯마루-623봉-깃대봉
-운두산-파위고개-원적사-파위교-운수우체국
△ 소요 시간 : 4시간 35분
△ 등산 안내 : 백두산악회(관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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