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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청도읍과 경산시 남천면의 경계에 솟은 선의산(756m)과 용각산(697m)은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매우 뛰어납니다.

중앙고속국도 청도IC를 빠져 나온 등산버스는 20번 국도를 타고 송정에서 좌회전하여 두곡리로 들어가 마을회관 앞에 정치합니다. 도로포장기념비와 복지회관건립비 아래에는 이 고장을 노래한 주옥같은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태백이 흘려내려 선의산 솟아있고
선의산 정기받아 용각이 높았구나
선의용각 어우러져 두곡을 낳았도다
봉봉이 높고푸러 장엄함 그지없어
사계절 밝은기운 이 땅에 비춰주니
대대로 높은영화 영원히 누려가리"

두곡리 마을회관

도로포장기념비

마을을 노래한 시

마을회관 우측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멋진 주택 한 채가 눈길을 끕니다. 전형적인 산촌마을에는 집집마다 감나무가 서 있습니다. 도로변에도 밭둑에도 보이는 것은 모두 감나무입니다. 그런데 감을 전혀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나무도 있어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전원주택

수확하지 않은 감나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계속 골짜기 안으로 걸어갑니다. 도로변에 소형 오토바이 한 대가 엔진의 키가 꽂힌 채 그대로 서 있습니다. 주인은 어디로 가고 이토록 쓸쓸한 길에 오토바이만 외롭게 서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주인없는 오토바이


계곡 안쪽에는 예상외로 두 채의 별장이 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목조주택이 겨울의 차가운 분위기를 다소 완화시켜 줍니다. 그 위쪽 높은 축대 위에는 더욱 규모가 큰 멋진 주택이 있습니다. 여러 마리의 개들이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보고 목놓아 짖습니다. 현재까지도 주택의 주변정리공사가 한창인 듯 각종 장비가 놓여있고 주변이 다소 어수선합니다. 그 와중에도 야외에 설치된 무쇠 솥이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통나무 주택

높은 축대 위의 주택

주택주변의 어수선한 모습

무쇠솥 


여기서부터 주능선에 도착할 때까지의 등산로가 상당히 험합니다. 사람이 다닌 희미한 흔적이 계속 되다가 나중에는 그 흔적마저 사라져 버려 경사진 땅을 낙엽을 헤치면서 팔과 다리에 힘을 줍니다.

주능선에 도착하니 등산로가 뚜렷합니다. 간간이 잔설이 보이지만 걷는데는 전혀 불편이 없습니다. 로프가 걸려 있는 암봉을 오르니 동남쪽의 조망이 시원스레 터집니다.

                              로프구간 오르막 길


바로 인근이 선의산 정상입니다. 제법 넓은 정상에는 정성표지석과 선의산 해설문이 있는 데, 하필이면 이 고장 사람들로 보이는 여러 명의 등산객들이 그 사이에 자리를 깔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좀 비켜달라고 어려운 부탁을 하고서야 겨우 정성표석만 크게 사진을 찍습니다. 산에서는 표석을 배경으로 주변의 산세를 넣어야 제격인데, 사람이 방해를 하고 있으니 그만 볼품 없는 사진이 되고 맙니다.

정상을 점령한 사람들




그래도 좌측 끝 조망대는 비워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조망대에는 남쪽으로 가야할 용각산과 저 멀리 남동쪽으로 영남알프스의 산군이 희미한 산 그리메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야할 용각산(우측 뒷산)


선의산(仙義山)은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는 형상이라고 하여 지어진 이름인데 어디를 가야 선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상을 내려와 좌측으로 돌아 용각산을 향해 갑니다. 능선의 길도 매우 부드럽고 분명합니다. 때로는 울창한 솔숲을 지나기도 합니다. 속세의 복잡한 근심걱정을 잊은 채 홀로 걷는 호젓한 산길이 더 없이 고요합니다. 선의산을 출발한지 1시간 20분만에 용각산 정상에 오릅니다.


솔 숲


정상에는 서울의 관악산처럼 자연석 바위에 산 이름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다만 바위 위에 사람들이 쌓은 돌탑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이 돌탑으로 인하여 멀리 위치한 산의 능선을 조망하는데 장애가 됩니다.

자연석에 새긴 용각산 정상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터집니다. 북쪽으로는 지나온 선의산이 우뚝하고, 동남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춤을 춥니다. 서쪽 어딘 가에는 비슬산이 있겠지만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북쪽의 산세 

지나온 선의산 (좌)

동남쪽 영남 알프스 조망 


용각산에서 동쪽으로 몸을 돌려 하산합니다. 약간의 너덜지대를 지납니다. 하늘거리는 억새 뒤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꼭 가을 같은 분위기입니다. 임도에 도착하고 보니 하산지점인 두곡리마을회관까지는 매우 지루한 시멘트 포장길입니다. 응달의 도로에는 쌓인 눈이 그대로 있는데, 조그만 연못을 지나자 감나무 밭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억새와 하늘

눈 길


길거리에는 배추는 물론 심지어 고추까지도 수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벼려져 있습니다. 마을의 집에는 담장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대문은 열려 있는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한적한 마을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마을회관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마을의 아주머니 한 분이 글쓴이에게 어디서 왔는지 묻습니다. 서울서 왔다고 했더니 이토록 두메산골에 어찌 알고 찾아 왔는지 의아해 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국의 어느 곳이라도 찾아간답니다."
글쓴이의 대답이 이해가 안 가는 듯 등산객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합니다.


《등산 개요》

△ 등산 일자 : 2009년 1월 7일 (수)
△ 등산 코스 : 두곡리마을회관-중들마을-숲실마을-통나무별장-능선삼거리-선의산-선의산 갈림길
                   -용각산-너덜지대-임도-마을회관

△ 소요 시간 : 4시간 10분
△ 등산 안내 : 산악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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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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