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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터미널의 모습(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지난 일요일 청량리역에서 등산객 약 20여명이 청평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모두들 앞문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지만 전원이 승차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터이다. 그때 버스의 하차문(중앙문)이 열리고 승객 한사람이 내렸다. 앞쪽에서 기다리던 등산객 여러 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뒤쪽의 하차문으로 가서 승차했다. 이 모습을 본 운전기사는 큰 소리로 말했다.
"뒤로 타신 손님은 모두 앞으로 오셔서 교통카드를 찍으세요."

그래도 별로 반응이 없자 운전기사는 기가 막힌 듯이 다시 목청을 높였다.
"뒤쪽의 단말기로는 요금계산이 안되니 앞쪽으로 와서 다시 찍으세요."

그제야 사람들은 앞으로 와서 정상적으로 승차했다. 그렇지만 운전기사는 뒤로 승차한 인원이 모두 앞쪽으로 와서 계산을 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라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차가 달리기 시작했을 때 뒤쪽의 승객 한사람이 앞으로 나와 운전기사에게 무엇이라고 말을 한 모양이다.(글쓴이는 이 말을 듣지 못했다). 운전기사는 여전히 목소리가 높았다.
"운전기사가 조금만 잘못해도 시민들이 인터넷이나 전화로 고발을 하는 통에 죽을 지경인데, 왜 손님들이 잘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운전기사가 참고 있어야 합니까?"

그런데 사과하러 온 사람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사과하는 것 아닙니까? 사과를 하면 받아주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말이 많아요? 모르고 한 일이니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오?"

이건 오히려 적반하장이지만 운전기사는 알았다고 했고 승객은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버스가 한참을 달리다가 신호등 앞에 멈추었을 때 운전기사가 뒤로 가더니 아까 사과하러 온 승객에게 다가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보고 참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왜냐하면 운전기사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운전기사는 오로지 손님들이 요금계산이 안 되는 하차문으로 부정승차한 것을 바로 잡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승객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한 말이었다. 그런데도 운행 중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가서 사과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버스가 종점인 청평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또다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버스운전자가 내리는 등산객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손님들 죄송합니다. 즐거운 산행하십시오."

버스운전자가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사과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버스운전기사는 약자이고, 손님은 항상 왕인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건 틀림없이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이를 통한 민원이 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운전기사가 행여나 오늘 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회사측의 경영방침이 고객을 왕으로 모시라는 것일까! 

글쓴이도 이들 등산객의 일원으로 버스를 이용했지만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조급성과 버스의 빈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이기주의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특히 예비군복과 등산복만 입으면 왜 대한민국의 상당수 국민은 스스로 신사와 숙녀이기를 포기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승차인원이 많다고 해도 하차문으로 승차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차문의 단말기는 하차전용이라 승차는 안 된다. 그런데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차례로 늦게 타면 좌석이 없을 까봐 무조건 앞뒤 생각 없이 하차문으로 가서 버스에 오른 것이다. 글쓴이가 차례를 기다리며 버스 안을 보니 텅 비어 있었고, 실제로 모두 탑승한 후에도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하차문으로 승차한 사람들은 교통카드를 찍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앞문으로 와서 승차해야하지만 우선 뒤로 탔으니 자리라도 잡아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니 운전기사가 얼마나 불편했을 까!

이번 일은 오히려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두 번 세 번 사과해도 모자랄 판인데, 거꾸로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사과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오는 다른 버스를 탔다. 중간에 배낭을 손에 든 노인 한 명이 버스에 올라 그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운전기사는 그 승객에게 요금을 내고 가라고 말했다. 승객은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매우 짜증이 묻어 있었다. 뒤로 가서 배낭을 자리에 놓은 노인은 다시 앞으로 와서 요금을 지불했는데, 그렇다면 그는 운전기사의 지적을 받기 전에 먼저 배낭을 뒤에 놓고 요금을 내겠다고 말했어야 했다. 승객이 아무 말도 없이 요금을 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니 운전자는 당연히 주의를 환기할 수밖에 없다.

쓰고 보니 버스운전기사를 옹호하는 글이 되고 말았다. 일부 운전자는 여전히 과속과 난폭운전 및 무정차 통과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것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버스운전자도 비록 힘든 직업이지만 대고객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하겠다. 이와 동시에 버스승객도 무조건 군림하려고 하지말고 승객의 도리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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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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