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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함께 대중교통의 한 축인 지하철(전철)은 버스보다는 더욱 정시성(定時性)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글쓴이는 시내에 볼일이 있을 경우 주로 지하철을 이용한다. 그러나 지하철에서는 종종 공중도덕에 어긋나거나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여 보통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사례들을 모아 보았다. 이를 소개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참고로 지난번 글쓴이는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독자들의 반응도 매우 다양하였다. 이번 글은 그 속편인 셈이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것은 내가 한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라고 폄하한 댓글이었다.

표현력이 부족하고 또 보고들은 것을 현장에서 메모하지 않아 기억력에 의존하려니 다소 현장감이 떨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경험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어낼 만큼 내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1. 멀쩡한 숙녀의 양아치행동

2호선 신도림역에서 까치산행 열차에 올랐다. 노약자석에는 말끔하게 정장을 입은 젊은 숙녀가 앉아 있다. 얼굴 마스크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는다. 그녀는 스커트에 무엇을 엎질렀는지 휴지를 가지고 스커트 앞자락을 열심히 문지르고 있다. 그러더니 자신의 허벅지 옆으로 닦은 휴지를 밀어 넣는다. 그 후 않은 채로 몸을 움직여 그 휴지를 전동차 바닥에 떨어뜨린다. 물기가 있는 휴지를 자리에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빤짝 빤짝 빛나는 구두 옆에는 바로 그녀가 손으로 문지르던 휴지가 볼썽사납게 바닥에 딩굴고 있다. 그녀는 또 다시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지 그녀는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다.

겉은 말쑥한 숙녀이지만 하는 행동은 양아치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큰 핸드백 속에 자신이 사용한 휴지를 넣어 둘 만한 공간이 없어서일까! 오히려 전동차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보기 싫은 휴지를 주어서 조용히 핸드백 속에 감추었다면 그녀의 아름다운 행동은 두고두고 칭송을 받을 것이지만 글쓴이는 그만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의복이 곧 날개라는 말도 빈말이다. 사람이란 외양만 보고는 판단하면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다.

 

2. 참을 수 없는 매니큐어 냄새

3호선 대화역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특이한 냄새가 났다. 이런 냄새는 평소 남성들은 거의 맡아보지 못한 것으로 냄새의 종류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와 비슷하다. 마침 차량이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운행 중에 있어 밖에서 스며들어오는 냄새일지도 몰라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냄새는 더욱 강렬하게 난다. 뒤를 돌아보니 한 젊은 여성이 선 채로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다. 냄새의 원인을 찾은 것이다. 평소 이 냄새를 자주 맡는 사람은 익숙할지 몰라도 갑자기 맡으니 너무나 거슬린다. 아내가 매니큐어를 사용하지 않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즉시 장소를 이동했다. 지하철에서 매니큐어를 하는 행위는 흔치 않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3. 절대 자리양보 없는 젊은이들

2호선 신도림 역에서 기다리던 전동차가 도착했다. 모두들 양쪽에 서서 승객이 먼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데, 유독 제일 젊은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는 승객들이 내리는 사이를 밀치고 들어가 두 개의 빈자리를 잽싸게 차지한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다.

대림역에서 허리가 약간 구부정한 노인이 승차한다. 서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니 당연히 빈자리가 없다. 노인은 글쓴이 옆에 서서 간다. 이 노인으로부터 세 번째 자리에는 새파란 아가씨가 앉아 있다.

그녀는 앞에 서 있는 남자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그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노인 쪽을 힐금힐금 쳐다본다. 제발 좀 다른 곳으로 가 주었으면 하는 눈치이다. 여자가 편안히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남자친구라도 여자에게 일어나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권유하면 참 보기 좋으련만 둘이서 노닥거리기 바쁘다.

이들이 봉천역에서 내리자 그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애송이 여성이 바로 자리를 차지한다. 구부정하게 서 있는 노인은 안중에도 없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하던 전화를 계속한다.

마침 서울대입구 역에서 바로 글쓴이가 서 있는 앞자리가 빈다. 노인은 이 자리가 빈줄도 모른 채 그냥 서 있다. 글쓴이가 노인에게 앉도록 권하자 그제야 자리에 앉는다. 말하는 것도 약간은 어눌해 보인다. 지하철에서 앉아 가면 참으로 편하다. 그러나 앞에 노인이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도 중년도 누구 한 사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노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4. 노약자 석에서 잠을 자는 젊은 남녀

등산버스를 타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게 된다. 이날도 6시 30분경 신도림역에서 사당행 전동차를 탔다. 그런데 노약자 석에 젊은 남녀가 서로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다. 남녀가 수시로 깨어 몸을 뒤척이는 것으로 보아 잠자는 척 하는 것 같다.

이른 아침이라 처음 전동차 좌석엔 빈자리가 있었지만 곧 서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고 심지어 노인들도 빈자리를 찾아 옆 칸으로 옮겨간다. 그래도 이들은 여전히 자는 척하고 있다. 그러다가 서울대 입구역에서 귀신처럼 내린다.

처음 이들이 승차했을 때는 빈자리가 많았을 텐데 왜 노약자석을 차지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들 뿐만 아니라 평소 4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노역자석에 앉아 눈을 아래로 내리고 있으면서 노약자가 와도 못 본척하며 자리양보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저들이 모두 몸이 불편한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이 노약자 석에 앉는 것을 항상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봄이 불편하거나 여성인 경우 임신중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노약자석을 비워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곳에 앉았다가도 노약자가 오면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다.

 

5. 객실에 메아리친 기관실방송

2호선 당산역에서 전동차를 타고 신도림 방향으로 간다. 문래역을 지날 무렵 갑자기 차내 마이크에서 쏴아~~하는 잡음이 들리며 긴박하게 통화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기관사가 사령실인지 다른 객차인지 통화하는 목소리다. 조용하던 전동차는 순식간에 시끄러운 시장통으로 변한다. 승객들도 눈살을 찌푸린다. 

누군가가 객실로 들어가는 스위치를 끄라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오지만 이 소란은 한 동안 계속된다. 아마도 기관사가 자신도 모르게 객실로 음성이 전달되는 방송스위치를 켠 모양이다. 잠시 후 방송이 중단되고 객실이 조용해 졌지만, 승무원의 순간적인 실수로 승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편 승객들도 기관사들이 안전운행을 위해 고생을 많이 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6. 에스컬레이터에서 봉변당한 남자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6호선 월드컵경기장 방면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길고 높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아직도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그 전처럼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한 줄로 서고 왼쪽은 걸어가도록 양보해준다. 그 동안 당국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탄 후 걷지 말도록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TV광고를 하기도 하였다. 이른바 두 줄 서기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게 잘 지켜지지 아니한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니 내 앞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사람들이 걸어가는 왼쪽계단에 가만히 서 계신다. 마침 뒤에서 내려오던 젊은이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 그 때 할아버지 바로 옆에 서 있던 중년의 남자가 할아버지 소매를 건드리며 한마디했다.

"할아버지, 이쪽으로 비켜서 주세요!"

그러자 이 노인은 버럭 역정을 내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두 줄 서기를 해야 하는 거요. TV광고도 못 보았나!"

이 말을 듣자 당초 말을 꺼낸 중년의 남자는 혼비백산이 되어 얼굴을 붉혔다.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아무리 두 줄서기를 홍보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노인이라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으로 보았다간 큰코다친다. 요즘 노인은 옛날 노인이 아니다.

 

7. 대낮 종점인데도 잠자는 사람들

요즘 수도권 전철은 그 운행거리가 점점 늘어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1호선 전철의 경우 남으로는 최근 온양까지 연장되었고, 북으로는 소요산 역까지 연장 운행 한지가 오래되었다.

평소 산행을 위해 의정부 역까지는 자주 다녔으나 소요산 역까지 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종점이 되자 모두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된다. 그런데 내 바로 앞좌석의 한 젊은 친구가 고개를 숙인 채 잠을 자고 있다. 나는 이 친구를 흔들었다. 꿈쩍도 안 한다. 두 번째 흔들었다. 그래도 깨지 않는다. 세 번째 다소 큰소리로 종점에 왔다고 외치며 흔드니 그제야 얼굴을 든다. 그러더니 바로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이 친구를 두고 그냥 내렸다. 내가 내린 후 전동차안을 보니 한 칸에 무려 3명이 그대로 자고 있다. 늦은 밤이라면 낮에 일을 하거나 약주를 해서 졸 수도 있겠지만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 전동차에서 잠에 골아 떨어진 모습이 이해가 안 된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중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오늘이 일요일이지만 전동차에서 내릴 생각도 않고 잠을 자는 사람들의 삶이 참으로 안쓰러워 보인다.    

 

8. 장애인은 좋겠다고 말하는 어린이

전동차 좌석은 손님들로 이미 빈자리가 없다. 부모와 함께 탄 초등하교 저학년으로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자리에 앉고 싶다고 말한다. 어른은 빈자리가 없다고 아이를 달랜다. 이 아이가 노약자석에 빈자리가 있는 것을 보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는 참 좋겠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가 기가 차다는 듯이 아이에게 말한다.
"이 녀석 좀 봐!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데 뭐가 좋아?"
"항상 앉아서 갈 수 있잖아!"

이게 바로 동심인가 보다. 정상인으로서 장애인의 고통을 모르는 것이겠지. 이 아이가 바르게 자라도록 이끄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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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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