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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을 맞이하여 서울시내 한 유명 결혼예식장을 방문했다. 결혼식이 오전 11시여서 10시 반 경 식장에 도착했는데도 혼주(婚主)와 악수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다. 이미 예식장 겸 피로연장은 만원이라 홀에 마련된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6명이 앉을 수 있도록 세팅된 좌석에 종업원이 개별적으로 찾는 하객을 안내하여 착석시켰다. 평소 휴일 늦은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지 않고 와서인지 배고픈 기색이 역력했다. 내 맞은 편에 앉은 신사는 3명이 먹어야 하는 빵을 거의 혼자서 다 먹어치웠다.

조금 있으려니 노인 한 분이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어 내 좌측 옆자리로 않도록 권했다. 이 노인은 앉자마자 내가 사용해야 하는 포크 한 개를 집어 들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포크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으므로 이 문제로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노인도 뭐가 이상했는지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어느 포크를 사용해야 하는지 물어본다. 종업원은 좌측의 포크 두 개를 사용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러자 맨 좌측에 앉은 여성이 자신의 포크를 집어 노인에게 건네준다. 이 여성이 노인의 포크를 사용했던 것이다.

노인은 도대체 양식은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식사가 제공되기를 기다리기가 지루한 듯 후식으로 먹는 과일을 집어먹기 시작한다. 접시에는 멜론, 파인애플, 그리고 수박의 세 종류 과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비록 후식이지만 이를 먼저 먹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런데 파인애플 한 조각을 먹고 나더니 두 번째 조각을 포크로 찍는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섰다. "과일은 한 개씩만 드시는 겁니다. 이게 전부 3인분이거든요!" "그런 법이 어디에 있노"하면서도 노인은 찍었던 과일을 도로 내려놓으며, 자기가 몰라서 그랬노라고 또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내가 음식은 1인분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맞은편 남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3인분의 빵을 거의 혼자 다 먹었으니 말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차"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수프와 야채가 나온 후 메인 음식인 스테이크가 제공되었다. 노인은 또 다시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사람은 한국음식을 먹어야지 왜 이런 서양음식을 먹는지 모르겠어. 나는 서양음식이 체질에 맞지 않아. 된장국 한 그릇이면 암 예방도 되고 얼마나 좋아."

"서양 사람들이 포크와 칼(나이프)로 음식을 먹는 것은 전쟁 중 식사를 하면서 적이 처 들어 오면 포크와 칼로 적을 찌르기 위한 것이요. 그런데 왜 우리가 포크와 칼로 음식을 먹어야 하나."

그러던 중 전화를 받더니 또 음식이야기다.
"내가 지금 아무개 결혼식장에 와서 현재 밥 먹고 있다. 그런데 양식이라 도저히 못 먹겠다. 아, 뭐라고? 그 녀석 외국에 가더니 완전히 서양 놈이 다 되었어. 기가 막힐 노릇이야."

그때 종업원이 국수를 나눠주자 잔칫집에 왔으니 국수는 먹어야 된다면서 금방 한 그릇 비운다. 그런데 맞은 편 남성도 먼저 고기를 썰어 놓고 포크로 하나씩 집어먹는다. 비록 양식이지만 먹는 것은 우리방식대로 적당히 먹어도 누가 탓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만약 외국인과 함께 자리를 할 경우 기본적인 예절은 알아야 한다.


글쓴이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양식테이블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수건은 무릎 위에 펼친다.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는 곳에 앉으면 일반적으로 쟁반에 수건이 올려져 있다. 이를 펼쳐서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음식이 떨어져 옷을 더럽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손과 입가에 묻은 음식을 닦는데 사용한다.  

(2) 우수좌빵의 원칙을 기억하자
테이블에 앉으면 목이 말라 제일 먼저 물을 마시고 싶다. 한 테이블 당 10명 정도 규모일 경우 식사에 필요한 각종 집기와 물컵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이 경우 좌석을 중심으로 "우수좌빵"의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즉 물이나 음료수는 우측에 있는 것을, 빵은 좌측에 있는 것이 자신의 몫이다. 

(3) 좌측 손은 포크, 우측 손은 나이프를 든다.
평소 포크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람은 지키기가 매우 어려운 매너이다. 따라서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굳이 이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포크를 오른 손으로 들고 젓가락처럼 사용해도 이를 비난 할 수는 없다.    

(4) 고기는 한꺼번에 썰지 말자
고기는 먹을 때마다 한 점씩 썰어 먹는 게 예의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미리 고기를 썰어놓고 오른손으로 포크를 들고 집어먹지만 이는 올바른 매너가 아니라고 한다. 맞은 편 남성도 한꺼번에 고기를 썰어두는 것을 보면 식사예절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포크와 나이프는 식사 중 적이 나타나면 이를 가지고 적을 찌르기 위한 것이라는 노인의 말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식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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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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