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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다음블로거뉴스를 보고 있는데 경비실의 인터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경비원이 아니라 이외로 우편배달부이다. 등기우편물이 있어 곧 올라온단다. 나는 무슨 등기인지 궁금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쇼핑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있으려니 배달부가 올라왔다. 우선 그가 매우 젊은데 놀랐다. 그런데 그가 내민 것은 청첩장이었다. 청첩장을 내밀고는 전자기기에 사인을 하라고 하였다. 나는 왜 등기우편물을 안 주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바로 청첩장이 등기우편물이라고 한다. 우편물을 다시 확인해보니 당일배달특급우편으로 등기가 맞다. 나는 세상에 청첩장을 등기로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더니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한다.

참 기분이 묘했다. 등기는 우편요금이 비싸지만 배달사고 없이 확실하게 배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우편물도 요금이 1,930원이다. 따라서 각종 중요한 서류와 물품은 당연히 등기우편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등기우편제도는 수신자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중요한 물품이라면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이 우편물을 기꺼이 받게 된다. 그런데 고지서 성격의 결혼청첩장을 등기로 받고 보니 참으로 찜찜하다. 배달부가 전해주는 서명록에 전자서명을 신용카드처럼 흘림체로 사인을 했다가 세 번이나 정자(正字)로 이름을 쓰라는 주의를 받았다.

일반우편물은 아파트 현관을 출입하며 우편함에서 그냥 가져오면 된다. 그런데 등기는 배달 당시 반드시 사람이 집에 있어야 하고 또 수취서명도 해야한다. 그런데 이렇게 성가시게 한 우편물이 결혼청첩장이라면 여러분은 기분 좋게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사실 따지고 보면 청첩장은 배달되지 않아도 그만이다. 물론 자신이 이미 상대방에게 경조사비를 냈다면 반드시 배달되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결혼청첩장이 세금고지서로 변질된 지는 오래되었다. 이는 우리 결혼풍속(문화)의 문제이다. 필자의 경우 지금까지 각종 경조사에 주기만 했지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직장이 있거나 사업을 운영하는 등 수입이 있을 경우에는 그래도 경조사비 부담은 감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빠듯한 연금으로 항상 적자인생을 살아가는 처지에서 경조사비는 너무나 큰 부담이다. 지난 10월은 무려 9건의 경조사가 있었다. 그것도 선별한 경우만 따진 것이다. 한 건당 5만원씩 계산하더라도 45만원의 거금이다. 나중에 받을 것이므로 저축하는 셈치고 내기는 하지만 당장 부담능력이 문제다.

우리도 서구선진국처럼 결혼은 친지와 가족들만으로 오붓하게 치르는 전통이 확립되었더라면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예로부터 이웃과 함께 하는 관혼상제와 상부상조의 정신이 오늘날 잘못 전해진 경우라고 생각한다. 혼주(婚主)로서도 내방객에게 음식접대를 하고 보면 오히려 적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혀 연락이 없던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한번 하고는 곧 청첩장을 보내오면 야박하지만 깔아뭉개는 게 상책이다. 축하해야할 젊은이들의 결혼소식을 낯을 찌푸리며 받아들이는 현실이 마냥 서글프다. 등기우편으로 배달된 청첩장을 받고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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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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