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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후 무박으로 공룡능선산행을 마치고 마등령에서 백담사로 하산하였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30분이었다. 그런데 백담사 앞의 다리 위에는 물론 전각까지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 일행은 사람들이 백담사 사찰 측에서 신도들을 위해 무료로 용대리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버스매표소로 갔다. 그런데 바로 이 줄이 버스매표소까지 이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맨 뒤로 가서 줄을 섰다. 30분이 지나도 줄이 별로 줄어드는 것 같지가 않았다. 산악회 후미대장도 몸이 달았다. 빨리 용대리로 나가야 서울로 상경할 테니 말이다. 지하철 운행이 끊어지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박산행으로 이미 14시간을 산에서 보낸 후라 배낭을 매고 서 있는 것조차도 매우 힘들었다.


이때 용대리의 산악회 측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왔다. 봉고차를 구해 이쪽으로 온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 10여명은 기다리던 줄에서 벗어나 버스주차장으로 가서 봉고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실수였다. 용대리 입구에서 봉고차의 운행을 막은 것이다. 우리는 아까 기다리던 줄로 갔지만 어디인지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또 중간에 끼어 들 수도 없어 맨 뒤에 줄을 다시 섰다. 이런 낭패가 있나.


그래서 무려 1시간 40분을 기다려 셔틀버스를 겨우 탈 수 있었다(요금 1,800원). 용대리와 백담사간의 도로는 매우 좁은 1차선 도로이다. 이 길은 5공청문회 후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백담사로 유배될 때 TV에서 생중계를 하여 잘 알려진 도로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 길은 일반차량은 전혀 통행이 안 되고 셔틀버스만 운행된다. 이 버스의 운행주체는 <용대리주민 자치위원회>이다. 전부 9대의 버스가 있지만 보통 3∼4대의 버스를 운행한다고 한다. 운행 시각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인원이 승차하면 곧 출발한다.


도로가 비좁은 1차선이니 교행(交行)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 운전자는 맞은 편에서 오는 버스의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중앙통제실에서 무전으로 운전자와 상호교신하면서 버스의 위치를 알려주고 1대의 버스를 교행장소에서 대기하게 만든다. 사정이 이러하니 버스가 운행중일 때 다른 차량은 절대로 운행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정확히 모르고 급한 마음에 봉고차를 수배해 운행하려 했던 산악회 측도 의욕만 앞세워 오히려 더욱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백담사∼용대리간 버스운행은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러면 9대의 버스로 거의 1분마다 운행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1대의 버스에 30명이 승차한다고 가정할 때 1시간이면 1,8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오래 기다리게 되었을 까. 그야말로 구름인파가 모인 때문일까. 


나중에 들리는 말이 의하면 주민자치위 측은 평소 3∼4대의 버스만 운행한단다. 그러나 이날(10월 11일)은 토요일 오후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백담사와 설악산을 찾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더 배치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운전자도 미리 대기하고 있지 않고 다른 일을 한다면 부르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중에 줄이 길게 이어지고 사람들의 불평이 심해지자 9대의 버스를 전부 가동하기 시작했단다.


그러니 이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지친 사람들은 선량한 이용자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단풍철이고 날씨마저 청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따라서 이를 미리 예측하여 방문객의 교통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평일에는 승객이 적겠지만 주말에는 이 노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아무리 독점운행이라지만 승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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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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